아침을 열며-취미
아침을 열며-취미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23.09.18 15:53
  •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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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인숙/진주보건대학교 간호학부 교수
박인숙/진주보건대학교 간호학부 교수-취미

음식 솜씨가 좋은 지인의 댁에서 저녁을 먹게 되었다. 통통하게 살이 오른 가을 갈치를 맛깔나게 찌개로 만들어 밑반찬과 함께 집밥이라는 것이 이런거구나 생각할 정도로 포근하고 따뜻한 한 끼였다. 식사를 하고 난 후 자연스럽게 후식으로 과일과 차를 즐기며, 도란도란 얘기를 나누다가 한쪽에서 지인의 딸이 무엇인가를 집중하는 모습을 보고 다들 자연스럽게 다가가 보게 되었다.

멀리서 보기에는 십자수 같은데 가까이에서 보니 실을 사용하지 않고, 보석(비즈)을 붙이는 형식의 십자수였다. 지인의 딸이 하고 있는 보석십자수는 완성이 되어 벽에 걸어 두면 시원하고 멋지게 보이는 영화 포스터가 바탕 그림으로 되어 있어 우리도 모르게 빠져들었다.

빠져들며 바라보다가 한 번씩 돌아가며 보석(비즈)을 붙이다가, 서로 더 해보겠다고 캔버스를 둘러 앉게 되었다.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쉽게 할 수 있어 한쪽 귀퉁이부터 보석(비즈)를 붙여 나가다 보니 반짝임이 넓어지고, 점점 완성이 되는 범위가 커지는 것을 보고 기분 좋은 감탄의 소리를 쏟아냈다.

어떻게 시작하게 되었는지 물어보니, 얼마 전 언니가 시집을 가고 난 후, 언니가 있어야 하는 공간이 비어 있어 마음이 헛헛하였다고 한다. 그리고 저녁 식사 후에 가족이 스마트폰을 보거나 TV를 보는 모습을 보니 왠지 함께 있는 순간을 아깝게 흘려보내는 것 같아 무겁지 않고, 재미나게 함께하며 귀중한 가족의 시간을 채워 볼까 생각을 해보았다고 한다. 부모님 두 분 모두 손으로 뭔가를 만드는 것을 좋아하셨다는 것을 알고, 쉽게 접할 수 있는 보석십자수를 구입하게 되었다.

저녁 식사 후에는 의례 보석십자수를 펼쳐 놓고 각자 자리를 정하여 보석을 붙이면서 도란도란 오늘 지내온 이야기도 하고, 때로는 TV 소리를 들으며 아무말 없이 보석십자수를 하여도 한 공간에 있는 소중함이 너무 좋다고 하였다.

이 이야기를 듣고 어떤 분이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보석십자수를 사서 가족끼리 저녁 식사 후에 앉아서 가족이 함께하는 소중한 시간을 채워 보겠다고 하였다. 어떤 분은 보석십자수가 완성이 되든, 되지 않든 좋은 의도로 가족이 함께 하는 소중한 시간을 찾으려고 하는 것이 정말 의미가 있다고 하였다. 그 말에 이어 어떤 분은 일정한 기간을 두고 일자를 정하여 ‘저녁식사배(杯)-가족 작품전시회’를 진행하여 맛있는 식사도 하는 모임을 갖자고 제의를 하였고, 모두 한 달 후 각자의 작품을 가져오기로 만장일치를 보았다. 따뜻한 저녁식사와 재미있는 놀이로 흥겹게 집에 가게 되었다고 다들 감사의 덕담을 주고받으며 자리를 마무리하였다.

취미(趣味)의 ‘취(趣)’는 ‘달리다’, ‘향하다’, ‘취하다’라는 뜻이 있고, ‘미(味)’는 ‘맛’, ‘기분’, ‘의미’라는 뜻이 있어 두 단어를 합해 보면 ‘기분에 당기는 멋을 취한다’는 것이다. 사람들의 각자의 취미가 무엇인지 살펴보면, 건강관리를 위하여 운동을 하는 사람, 정적으로 쉬는 것을 좋아하여 음악을 듣는 사람, 영화를 보는 사람, 책을 읽는 사람, 화초를 가꾸고 돌보는 사람 등 각자의 감흥에 맞추어, 마음이 당기는 인생의 멋을 즐기고 있는 것이다.

9월 마지막 주는 추석이 있고, 10월의 연휴와 닿아 있다. 이러한 명절 기간에는 원거리에 살면서 고향에 오지 못하는 분들은 괜스레 가족이 그립고, 함께했던 따스한 순간이 마음 한 곁을 감도는 시기이다.
혼자면 혼자라서 좋고, 가족이 함께라면 요란하지는 않지만 감흥에 맞추어 즐기면서, 누구에게나 마음이 당기는 멋, 취미를 가지고 행복한 시간으로 채워 보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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