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풍류의 바다(2)
기고-풍류의 바다(2)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23.10.09 15:28
  •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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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장섭/전 합천교육장
임장섭/전 합천교육장-풍류의 바다(2)

한 분야에서 1등을 하면 그 분야는 출전을 못 하는 규정이 있다. 학생에게 시험이 없으면 공부하지 않는다고 했던가. 나도 더는 진도를 내지 않으니까 시조창은 차츰 잊혀갔다.

세월은 멈춰 주지 않았고 오고야 마는 퇴직을 덜컥 맞이하게 됐다. 퇴직을 남의 일같이 생각했던 터라 별 준비 없이 온몸을 바친 직장에서 나왔다. 처음에는 양복도 입지 않고 매일 출근할 일 없으니 괜찮은 듯했으나 그게 아니었다. 딱히 할 일도 갈 데도 없었다. 집안에 눌러있으니 아내의 눈치가 예사롭지 않았다. 아마도 삼시 세끼 챙기는 일이 아내에게는 큰 부담이 되었던 모양이다.

2010년 11월, 아내가 안과 진료를 받기 위해 진주 가는 길을 따라나섰다. 현직에 있을 때 나를 찾아주던 사람이 생각나서 진료가 끝나자 전화했다.

그는 꾸준히 시조를 하여 전국적으로 알려진 실력자가 되어있었다. 그를 만나 진주에서 하룻밤을 묵으며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와 만남이 시조창을 다시 시작하는 계기가 됐다.

묵혀버린 나의 시조창 실력은 초라했다. 한동안 갈등했다. 그렇다고 딱히 할 일도 없지 않은가. 다시 시작하는 마음으로 녹음기를 준비하고 시조 공부를 했다. 이전에 배웠던 것은 세월에 묻혀버렸고 바닥에서부터 배울 수밖에 없었다. 거의 매일 진주에 출근하다시피 했다. 회원들이 가는 산악회 모임도 따라가고 몇 사람이 모이는 야외 행사에도 빠지지 않았다.

불광불급(不狂不及)이라 했던가. 그 일에 미쳐야 목표에 도달할 수 있다는 말이 실감이 났다. 대회란 대회는 죄다 다니며 2년간 6단계의 과정을 해냈다. 국창부를 졸업하고 2014년 11월에 대상부 장원을 했다. 그해 받은 상금이 세무서에 신고할 정도였으니 적잖은 금액이었다. 이 과정까지 오면서 떨어진 일도 많고 경연 순간마다 긴장되고 불안해서 화장실도 많이 들락거렸다. 우황청심환은 얼마나 먹고 물은 얼마나 마셨는지 가늠이 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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