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풍류의 바다(4)
기고-풍류의 바다(4)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23.10.11 16:52
  •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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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장섭/전 합천교육장
임장섭/전 합천교육장-풍류의 바다(4)

많은 행사 중에서도 기억에 남는 곳이 있기 마련이다. 통영한산대첩축제, 보은대추축제, 포항행사 등 모두를 나열할 수 없지만 아무래도 제주행사가 오래 기억된다. 2박 3일 일정에 합창단원과 그 가족까지 함께 가게 되어 인원수가 만만치 않았다. 가게 일을 미뤄두고 부부가 함께하기도 했다. 귀가 전날 밤 해안가 카페에서의 추억은 지금도 감회가 새롭다. ‘위하여’를 얼마나 많이 외친 화합의 장이 되었던가.

시조를 하면서 잊을 수 없는 사람들이 있다. 양산대회에서 만난 정연옥 할머니다. 98세의 나이로 고급부인 명인부에 도전하셨다. 대단한 실력의 소유자였다. 성주대회에 참가한 진상민 노인도 있다. 94세에 손자 손녀가 소속하는 합창단에서 일원으로 활동하셨다. 이분들은 숨 그릇을 크게 해 주는 느림의 미학 덕분에 나이를 잊고 사는 게 아닌가 싶다.

우리 지회의 회원 강인수 훈장님도 고마운 분이다. 개강한 이래 지금까지 참여하신다. 꾸준히 하시니 성과도 있다. 전국대회 평시조부와 사설시조부에서 장원을 하였다. 적수천석(滴水穿石), 물방울이 바위를 뚫는다는 말은 그분을 두고 하는 말 같다. 그는 우리 회원들에게는 큰 어른이시다.

그뿐이겠는가. 공자를 만났다. 시조를 하기 전까지는 그분은 도덕적이고 학문에 뛰어난 인물로만 알았다. 그는 음악에도 대단한 철학과 노력이 빛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가 중국 제나라의 순임금이 만든 소(韶) 음악을 접할 때는 3개월간이나 고기 맛을 몰랐다고 하니 얼마나 몰입했으면 그랬을까 싶다.

그분은 ‘소리를 알고 음을 모르면 짐승과 같다’라고 했고 ‘음악이 세상을 조화롭게 한다’라며 ‘오로지 군자라야 악(樂)을 알 수 있다(唯君子爲能知樂)’고 하지 않았던가. 향교에서는 공자의 위패를 모시고 해마다 제를 지낸다. 진정 그분을 존경하고 따른다면 그가 즐겼던 음악에 심취하는 멋을 찾아보는 것은 어떨까.

내가 시조창을 하다 보니 서울시무형문화재 제47호 이수자가 됐다. 서울을 오가면서 3년간의 교육을 받고 시험을 치른 결과다. 재능이 부족해 1년을 재수하고 합격하였다. 작년 오월에는 국악 분야 예술인활동증명 확인서도 획득했다. 예술인으로 활동해도 자격이 된다는 의미다.

내게 음악은 어둠을 밝혀주는 달빛이다. 풍류의 바다에서 혼자 즐길 것이 아니라 대중에게 보급해야 할 의무감이 생긴다. 인간만이 할 수 있는 봉사에 여생을 바쳐야 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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