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민칼럼-‘멘스플레인, 꼰대질!’(Mansplain, old man!)
도민칼럼-‘멘스플레인, 꼰대질!’(Mansplain, old man!)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23.10.15 15:34
  •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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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정애/작가·통영 한려초등학교 교사
안정애/작가·통영 한려초등학교 교사-‘멘스플레인, 꼰대질!’(Mansplain, old man!)

더도 말고 덜도 마라는 한가위 풍속도도 이미 신자유주의 모습이다. 특히 코로나와 디지털 기기로 인해 대다수 사람이 생존에 더 몰입하는 모습이다. 극히 개인주의이고 합리성으로 치닫고 있다. 최근 명절 연휴라 바닷가와 수영장 옵션이 딸린 리조트에서 대가족이 머물다 지내고 왔다. 4년 전만 해도 온 가족이 거실에서 음식을 나누고 회포를 풀고 정담을 나눠 왔다.

하지만 초개인화 시대에 편리와 안위에 먼저 중심을 두는 시대이고 육 남매 자녀들이지만 모두 생활전선에 바쁨이 더 크다 보니 의견을 모아 이룬 결론이다. 기본 음식을 준비해 호텔에서 지내다 보니 시대상 트렌드에도 맞고 구성원 모두 만족도가 높다. 조카 대학생들은 웨이브 슬라이드도 하고 수영을 즐긴다. 한산한 해변도로와 윈드서핑 하는 모습을 바로 곁에서 접한다.

언뜻 8년 전쯤 일본에 전 직원이 여행을 갔을 때 그 분위기가 떠올랐다. 이와 같은 규모의 호텔에 묵었고 인근 스시와 다양한 해물 요리를 맛보니 그때의 분위기 소환된다. 여기까지는 다소 부드럽고 유연하여 분위기가 좋았다. 그런데 적령기에 있는 조카가 들어선다. 갑자기 친정아버지의 직설 화법이 문제였다. ‘그래, 사귀던 여교사랑 언제 결혼할 거니?’ 모든 시선이 한곳에 쏠린다. 올케와 나는 너무 당황한다. 같은 영성에 촉이 빠르고 현재 20대 아이들을 지도하는 대학 교단에 서는 올케와 교육심리를 전공한 입장이라 눈빛이 불을 켠다. ‘아! 저런 질문은 하면 안 되는데...’ 속사포를 쏘기 전에 용기 있는 막내 조카가 말한다. “외할아버지! 그런 질문하려면 저희들에게 5만원 용돈 먼저 제시하고 질문하셔야 해요!”

충분히 납득이 간다. 동시다발로 “맞아.” 그 이후 또 더 연설이 있을 자세이다. 끝까지 인내로 들어주면서 아버지의 의견에 옳음을 강하게 인정하여 준다. 그러나 잠시 이 용어가 스친다. 내 경험상 아무것도 모르는 주제에 상대방을 내 고정관념에 갇혀 자신감이 넘쳐서 상대를 정면 대결하고 가르쳐 들려고 하는 모습 즉 꼰대질 스타일이다. 일명 멘스플레인(Mansplain)이란 용어가 떠올려진다. 이 용어는 맨, 남성(man)과 설명하다(explain)의 합성어이다. 유독 한쪽 성에 많다. 남자들이며 좀 연장자들의 옛 습관이다. 자꾸 상대를 가르치려 든다.

예를 들자면 남편과 아내가 동승해 어느 곳을 찾으려 할 때 옆 좌석의 아내가 “여보 이쪽이야!” 말하면 반사적으로 “아냐, 이미 내가 다 알고 있단 말이야!” 즉 아내가 여자이니 당신 말이 옳은 것이라도 난 인정하기 싫단 말이야하는 암묵적 성향으로 깔린 반응이다. 특히 직장에서도 이러한 경향성이 많다. 하지만 시대가 변했다. 자기가 무슨 소리를 하는지 알든 모르든 대부분 남자들은 그렇다. 여자라면 누구나 내 말을 이해할 것이다.

이런 현상 때문에 여자들은 어느 분야에서든 종종 괴로움을 겪는다. 이런 현상 때문에 여자들은 나서서 말하기를 주저하고, 용감하게 나서서 말하더라도 경청하지 않는다는 성향성이 바로 페미니즘과도 연관이 있고 남존여비라는 사상도 깔고 있다. 이제는 양성평등 인지성도 나아지고 있으나 아직도 부지불식간에 이뤄진다.

친정아버지의 훈시를 뒤로한 후, 한 달 전 결혼한 조카 결혼사진이다. 그때 입은 친정어머니와 시어머니 될 사람의 한복 차림 맵시가 화제 된다. 요즘 한복 트렌드는 은은하니 파스텔톤의 한복이 대여점에서 빌릴 때는 약 40여만원 거금을 지불했다고 한다. 친정어머니의 강한 주장은 1회성이라 참 아깝다고 한다 하신다. 어머니 세대 정서상으로는 맞는 말씀이다. 그 돈에 약간의 돈을 지불하면 한복 한 벌을 장만하게 된다고 한다.

하지만 합리적이지 않다. 자주 입는 옷도 아니고 드라이를 한 후 보관만 하는 그 한복의 실용성 접근에서는 아니라고 해도 친정어머니는 끝까지 주장한다. 역시 중국 속담 이 말이 생각난다. 물이 어떤지 물고기에게 물어보지 마라. 다시 말해 책 한 권만 읽은 사람이 그 안에서만 주장할 때 너무 답답함을 느끼듯 그 너머 저 넓은 경계가 무언지를 모르다 보니 참으로 안타까울 노릇이다. 옛 관점과 자신이 살아온 경험치를 가지고 가르치려 드는 어른들의 꼰대질은 언제까지 예의상 들어 주어야 하는지 상당히 답답하다. 하지만 상대는 변하지 않는다. 나를 변화시키고자 자전거로 강변을 돌다가 남는 시간에 서점으로 가리라! 그런 부분은 존중은 하되 흐르는 물에 떠내려가게 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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