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칼럼-단풍이 물드는 10월
현장칼럼-단풍이 물드는 10월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23.10.15 15:34
  •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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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준/제2사회부 국장(합천)
김상준/제2사회부 국장(합천)-단풍이 물드는 10월

여름의 끝과 가을의 첫 머리를 적시는 빗소리. 그 소리는 매미 소리를 쇠잔하게 하고, 주렁주렁 매달린 열매들을 적셔서 그 무게로 대추나무 가지들을 축 쳐지게 한다. 한낮은 덥지만, 아침저녁으로 기온이 내려 조금은 생활하기가 편해졌다. 올해는 여름나기가 쉽지만은 않았다.

한여름 산간의 절간 구석을 밝히던 상사화가 지고, 곧 꽃무릇이 붉게 그늘을 물들일 때가 되었다. 상사화와 무릇은 잎이 지고 난 뒤 꽃대가 올라와 핀다. 잎은 꽃을 보지 못하고 꽃은 잎을 보지 못하기에 ‘이룰 수 없는 사랑’이란 꽃말을 가졌는가 보다. 가을에 이르기까지 붉게 피는 백일홍과 달리 이들은 개화 기간이 짧아 더욱 아쉽게 바라다 보이리라. 마치 짧게 지나가버릴 가을의 감성처럼, 인연처럼.

어느 계절이나 그렇지만 특히 가을에 과일이 영글고 곡식이 익으며 오곡백과를 풍성케 된다. 가을 하늘 구름이 높이 뜨고 잠자리들이 날아다니고 따가운 가을 햇살이 우리의 마음을 상쾌하게 하고 들뜨게 한다. 가을의 정취가 우릴 행복하게 만든다.

자연으로 발걸음을 옮겨 수줍은 듯 홍조를 머금은 단풍을 보고 사색에 잠기게 하는 계절이다. 우리나라 가을 단풍 풍경은 그 모양은 검소하되 누추하지 않고, 화려하되 사치스럽지 않았던 백제의 아름다움을 떠올리게 한다.

단풍은 나뭇잎의 생육이 둔화되면서 나타나는 현상이며, 일반적으로 기온이 식물생육의 최저온도인 섭씨 5도 밑으로 떨어지기 시작하면 생겨난다. 계절이 가을로 바뀌면서 밤이 낮보다 길어지고 기온이 떨어지면 나무는 가을철 잎이 떨어지기 전에 초록색 엽록소가 파괴되어 엽록소에 의해 가려져 있던 색소들이 나타나거나, 잎이 시들면서 잎 속에 있던 물질들이 그때까지 잎 속에 없던 색소로 바뀌기 때문에 일어난다.

날씨가 가을로 접어들면서 기온이 갑자기 떨어지는 해에 물드는 단풍은 별로 아름답지 않지만, 가을 문턱에 들어서면서 기온이 천천히 내려가는 해에는 매우 아름다운 단풍을 볼 수 있다. 갑자기 추워지면 단풍이 들기도 전에 낙엽이 되어 떨어져 버린다.

단풍의 색은 크게 붉은색·노란색·갈색 등 3가지로 나눌 수 있다. 단풍나무 잎처럼 붉게 물드는 것은 붉은 잎 속에 안토시아닌이라는 색소가 만들어지기 때문에 나타난다. 은행나무 잎처럼 노랗게 물드는 것은 잎 속에 카로티노이드라는 색소가 많아지기 때문이다.

단풍은 겨울을 대비한 나무들의 가을 준비라고 할 수 있다. 단풍의 화려함 뒤에는 낙엽이라는 쓸쓸함이 있다. 세계적으로 기후가 많이 변하고 있다고들 한다. 봄이 왔다고 반가워하던 것도 잠시, 금세 여름이 오고, 긴 여름 끝에 맞이하는 가을은 점점 짧아져만 간다. 아열대 기후로 바뀌고 있다는 말이 자연스럽게 나온다.

그래도 사계절이 뚜렷한 우리나라는 아직은 봄·여름·가을·겨울의 빛깔을 느끼면서 살아가고 있다. 가을이 깊어가면서 전국이 단풍으로 물들어 우리를 즐겁게 해주고 있다. 굳이 명산을 찾지 않아도 야산에서, 가로수 길에서, 가까운 공원에서도 단풍을 만나는 요즘이다. 단풍을 보면 인간의 힘으로는 그려내기 힘든 자연의 조화를 느끼게 된다.

지난 여름, 싱그러움을 자랑하던 모든 초목들은 초록 일색이어서 구분하기가 어려웠지만, 가을이 깊어지면서 단풍이 물들기 시작하면서 비로소 초목들이 지닌 빛깔을 드러내며 본래의 모습을 알게 된다. 이 멋진 가을날 계절의 의미, 단풍의 낙엽, 사라지는 시간의 아쉬움 속에서도 아름다움의 순간을 느낄 수 있으면 좋겠다. “내 인생에 가을이 오면..” 더욱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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