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주성-한지(韓紙)
진주성-한지(韓紙)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23.10.15 16:16
  •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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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봉 대종사/진주 여래사 주지·전 진주사암연합회 회장

동봉 대종사/진주 여래사 주지·전 진주사암연합회 회장-한지(韓紙)


사찰과 한옥에서는 요즘처럼 찬바람이 불기 시작하면 낡거나 구멍이 난 문짝의 문종이를 새롭게 단장한다. 한지(韓紙)로 불리는 문종이는 빛과 공기는 통과시키지만 물체의 형체는 보이지 않고 바람도 잘 막아 신기한 종이로 불린다. 햇살이 방안 가득 쏟아져도 안팎은 별개의 세계로 구분되고 한겨울 삭풍도 제대로 막아낸다.

한지는 한국 전통 방식으로 제조한, 닥나무로 만든 종이이며, 닥종이라고 불리기도 한다. 언제부터 사용되었는지에 대한 구체적인 증거는 없지만, 일반적으로 중국과 지리적으로 가까우니 예전부터 교류를 통해 중국의 제지 기술이 기원후 2~6세기 삼국 시기 때 만주 및 한반도로 유입되었다고 보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이다.

우리 지역에도 한지를 많이 만드는 곳이 있다. 바로 의령군 부림면 신반이다. 신반에서는 한지와 가야금 악성인 우륵선생의 탄생지를 묶어 가을에 의령신번문화축제를 열고 있기도 하다. 한지의 재료는 뽕나무과의 낙엽성 관목인 닥나무 가지를 삶아 껍질을 벗겨 말린 뒤 물에 불린 뒤 속껍질에 잿물을 넣고 물을 짜낸 뒤 닥풀뿌리 물에 풀었다 발에 떠 말리는 방식으로 제작된다.

이렇게 만들어진 한지는 질기고 단단해 오래도록 변하거나 삭지 않는다. “종이는 천년 비단은 오백(紙千年絹五百)”이란 말도 그래서 나온 것이다. 글씨 쓰고 그림 그리고 책 만드는 데는 물론 문종이, 장판지 등 안쓰이는 곳이 없던 한지지만 근래엔 일반의 인식 부족과 외면으로 화선지와 공예품용 외엔 거의 없는 실정이다.

최근 들어 한지는 첨단재료로 각광을 받고 있기도 하다. 가볍고 통기성이 좋은데다 태양 흑점으로 인한 전파장애를 막는 등 성능이 뛰어나 기존 용도와 다른 첨단제품용으로 개발된다고 한다. 오토바이 헬멧은 물론 차세대 반도체 및 자동차 에어백, 우주선 보호장비와 종이 로봇까지 개발된다는 것이다.

날이 갈수록 사라져 가는 한지와 한지 문화를 되살리기 위해 한지살리기재단이 만들어져 10월 10일을 ‘한지의 날’로 정하고 지난해에 이어 올해 두 번째 기념 행사를 가졌다는 소식이다. 한지는 아흔아홉 번의 제조과정을 거쳐 백번째 흰 종이로 탄생해 ‘백지(白紙)’로 불린다. 10월 10일은 ‘10X10=100’이라는 의미가 담겨 있다고 한다. 전통 한지를 유네스코 인류 무형유산으로 등재하기 위해 움직임이 있다고 하니 반드시 성사가 되어서 우리 한지의 우수성을 세계에 알렸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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