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민칼럼-어느 날 갑자기!
도민칼럼-어느 날 갑자기!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23.10.16 16:12
  •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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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희지/지리산문화예술학교(지리산행복학교) 교무처장
신희지/지리산문화예술학교(지리산행복학교) 교무처장-어느 날 갑자기!

전쟁은 어느 날 갑자기 시작된다. 전날 사전 예고하고 공격하는 전쟁은 없다. 병법(兵法)의 기본이 기습(奇襲)이다. 우크라이나에서 피를 흘리던 여성이 ‘전쟁이 난 거냐?’고 묻던 것처럼 한밤중에 오천 발의 미사일 공격을 받은 이스라엘처럼 어느 날, 느닷없이 전쟁은 시작된다. 물론 불씨가 있는 곳에서 난다.

대한민국은 어떤가? 분단국가가 자리한 한반도는 항상 불씨가 있는 곳이다. 우리 마음속에는 우리가 눈치채지 못하는 두려움이 있다. 불안은 사람을 안정시키지 못한다. 안정이 없으면 사소한 것에도 분노하고 사소한 것에도 편을 나눈다. 그 편에 의해서 겨우 가짜 안정을 누린다. 우리는 극단적인 민족이 아니었다. 갈등이 생겨도 어울렁더울렁 서로 삭히고 잊고 용서를 미덕으로 여겼다.

전쟁은 권력의 확장이라는 욕망에서 나오지만 복수(復讎)에서도 기인한다. 지금 벌어지고 있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전쟁이 그 대표적인 예다. 복수로 들어가면 누가 옳고 그르고는 중요하지 않다. 끝은 한쪽이 사라지는 것이다. 그런데 현실에서 그런 상황은 없다. 적을 완전히 제거했다고 해도 그런 사람이나 집단의 성향을 가진 이들은 또 다른 적을 만들게 되어 있다. 마음에 안 든다고 상대를 없애고 마음에 드는 이들만 곁에 두면 행복할 것 같은가? 삶은, 인생은 그렇게 단순하지가 않다.

전쟁은 누구를 위한 것인가? 전쟁을 해서라도 이루어야 하는 가치나 이념은 무엇인가? 무기를 많이 가지고 있으면 전쟁이 나지 않는가? 그래서 더 센 핵무기나 수소폭탄을 가진 나라들이 지금 전쟁을 하지 않는가? 앞으로 3차 대전이 벌어지면 지구는 멸망할 것이라고들 한다. 그런데 실상 속전속결은 없다. 서서히 잔인하게 죽어갈 것이다. 전쟁은 무엇을 상상하건 그 이상으로 인간을 비참하게 만든다. 세상에 아무리 중요한 가치라 해도 전쟁으로 이룰 생각을 하면 안 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전쟁을 하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사이좋게 지내는 것이다. 사이좋게까지는 아니어도 싸움을 걸지 않는 것이다. 그리고 싸우지 말자고 약속하는 것이다. 이 간단한 마음은 어린아이도 안다. 919 군사합의가 그 약속이다. 919 군사합의는, 2018년 남북한 정상회담을 통하여 만들어낸 실질적 군사행동이 담긴 군사합의서이다. 중요 내용은, 군사분계선 일대에서 상대방을 겨냥한 위협적인 군사훈련 중단과 우발 충돌 방지를 위한 육상, 해상, 공중에 완충구역을 설정하는 것이다.

육군은 군사분계선으로부터, 남쪽과 북쪽으로 5Km 안에서 포병사격훈련과 연대급 이상의 대규모 야외 기동훈련 금지, 해군은 서해의 경우, 남측의 덕적도 이상으로부터 북쪽의 초도의 이하로 약 135Km와 동해 남측의 속초 이상으로부터 북측 통천 이하로 약 80Km의 수역에서 포사격과 해상 기동훈련 금지, 공군은 전투기와 같은 항공기의 경우 동부전선은 군사분계선으로부터 남북으로 40Km, 서부전선은 20Km 내에서 비행과 미사일 사격 등 전술 비행 금지이다.

이 합의는 진보와 보수를 떠나서 한반도의 긴장을 완화하는 효과가 있어 대체로 긍정 평가를 얻었다. 우리나라는 분단 상황으로 인해 기업가치 평가가 반감되어 왔지만 이후 주식시장도 더 활성화되었다. 경제는 안정적인 기반과 매우 밀접하다. 이전에 겪었던 천안함사건, 연평해전 등이 없다는 것은 얼마나 다행한 일인가! 그런데 그 합의를 파기하겠다는 말들이 나온다. 북한을 감시하는 기능이 약화되어서 그렇다고 한다. 육해공 말고도 우리는 더 높은 위성에서 북한을 감시할 수 있고 국가정보원에서도 그 역할을 하고 있다고 알고 있다.

군의 세력을 확장하고 싶어 하는 이들과 정치적으로 이용하고픈 이들이 또 국민을 볼모로 국지전을 일으키려고 하는 것인지? 어떤 가치를 갖든, 어떤 이념을 갖든, 한반도에 전쟁을 바라는 국민들은 없을 것이다. 사소한 위반, 확인되지 않은 주장을 핑계로 합의를 깨서는 안 된다. 이제 북풍에 흔들리지 않는다. 국민이 용납하지 않는다. 제발 평화롭게 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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