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익열/경상국립대학교 휴먼헬스케어학과 교수
박익열/경상국립대학교 휴먼헬스케어학과 교수-골프 삼락(三樂)세월은 엿새간의 추석 연휴도 끝나고 10월도 벌써 중반을 달리고 있다. 이젠 정말 가을의 정취가 느껴진다. 일교차만 봐도 아침 최저 6도였다가 15시 최고 23도라고 하니 장롱 속의 외투를 꺼내야 하는 상황이다. 교정의 나무들도 서서히 단풍색으로 변하고 있다. 그중에서 벌써 떨어진 은행알들은 특유의 고린내를 풍겨 가을이 성큼 다가왔음을 알린다. 인근 골프장에서도 곳곳에 피어난 코스모스와 흐드러지게 핀 금계국(金鷄菊)은 더없이 멋진 골프장 풍경을 자랑하고 있다.
본지의 졸필(拙筆)을 통해서 몇 번 언급했듯이 ‘가을 골프는 빚내서도 쳐라’는 골프 격언이 있다. 그만큼 가을 골프는 어느 때 보다 비교 불가능할 정도로 그 가치가 높게 매겨진다. 물론 골퍼들 사이에서만 통용되는 얘기이니 일반인에게는 금시초문(今時初聞)일수도 있음을 미리 밝혀둔다. 요즘 우리 동네 진주(晉州)뿐만 아니라 전국적으로 최대 유행 종목인 파크골프(park golf)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그러면 ‘가을 파크골프도 빚내서 쳐라’인데 파크골프의 경우 적은 비용(1회 3,000~5,000원)으로도 즐길 수 있기에 빚을 낼 정도는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예시는 골프나 파크골프를 즐기기에 그만큼 날씨와 풍광이 안성맞춤이라는 것이다.
그 옛날 공자(孔子)와 맹자(孟子)는 각자 군자삼락(君子三樂: 군자의 3가지 즐거움)을 논했다. 공자의 경우 첫째, 배우고 때로 익히면 또한 기쁘지 아니한가? 둘째, 벗이 있어 먼 곳에서 찾아오면 어찌 즐겁지 아니한가? 셋째, 나를 알아주지 않아도 성내지 않으면 군자가 아니겠는가? 라고 삼락(三樂)을 논했다. 맹자 또한 첫째, 부모가 살아 계시고 형제가 무고(無故)한 것이며, 둘째, 하늘을 우러러 부끄럼이 없고 사람에게 부끄러워 할 것이 없는 것이며, 셋째, 천하의 영재(英材)를 얻어 가르치는 것이라고 논했다.
가을 골프 2락(二樂)은 역시 동반자(同伴者)와 어울리는 즐거움이다. 최소 4시간 동안 아니면 저녁 식사와 술자리까지 곁들이면 6~8시간 같이 시간을 보내는 귀한 사람이다. 살면서 옷깃만 스쳐도 억만겁(億萬劫)의 인연이 있다는데 무려 몇 시간을 같이 보내는 인연을 말해 무엇 하겠는가! 혹시 예전에 여러 가지 이유로 동반자에게 소홀히 했거나 배려 못한 부분이 있다면 이제부터라도 정말 귀인(貴人) 대접을 하면서 받들어 모셔보자. 나를 위해서 그 귀한 시간과 비용을 아끼지 않은 사람이다.
가을골프 3락(三樂)은 맛있는 음식의 즐거움이다. 골프장 오가면서 먹는 음식은 그 어느 때보다 인근 맛집에서 먹을 수 있는 확률이 높다. 특히, 내기(bet)라도 했다면 더더욱 그러하다. 일반적으로 내기에서 잃은 돈은 공돈으로 생각하기 쉽다. 네 돈이든 내 돈이든 일단 호주머니에서 나온 돈은 주인이 없다. 그래서 평소 가보지 못했던 맛집이나 꽤나 그럴듯한 음식점에서 식사를 하게 된다. 맛있는 음식을 받들어 모시는(?) 동반자와 함께 한다면 그것보다 더한 즐거움이 어디 있겠는가!
덥지도 춥지도 않은 청량한 가을이다. 10월부터 11월까지 계절이 선사하는 호사(豪奢)를 제대로 누려보자. 만약 그 즐거움을 더하고자 한다면 연습장에서 조금이라도 채를 휘둘러보자. 연습을 하자는 말이다. 간혹 주변 지인(知人)들 중에는 한 달 만에 혹은 두 달 만에 채를 잡았다고 호기롭게 말하는 사람들이 있다. 동반자를 위한 또 다른 배려는 어느 정도 공을 잘 쳐주는 것이다.
가을 골프의 삼락은 이 가을에 좋은 동반자와 멋지게 치고 맛있게 먹는 것이다.
저작권자 © 경남도민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http://blog.daum.net/macmaca/305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