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주성-호국영령 위령제
진주성-호국영령 위령제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23.10.19 15:59
  •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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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동섭/진주노인대학장
심동섭/진주노인대학장-호국영령 위령제

1592년 임진년은, 조선을 침공한 왜구를 진주성에서 크게 쳐부순 임진 3대첩의 하나인 진주대첩을 이룬 곳이다. 이에 왜구는 이를 설욕코자 다음해 계사년에 대규모 군사와 신무기로 다시 진주성을 침공해오니 오호 통재라! 진주성은 함락되고 7만의 호국영령들은 장렬히 전사하였다.

세계 어느 전사(戰史)에도 그 유례가 없는, 한 곳에서 7만이 고스란히 산화한 기록은 전무후무한 일일 것이다. 성문을 열어주고 항복을 했더라면 모든 백성이 다 죽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조선의 백성, 진주의 목민들은 살기를 포기하고 구차하게 살기를 바라느니 차라리 죽음을 선택하고 최후의 1인까지 귀중한 목숨을 기꺼이 조국에 바쳤다.

이것이 조선 백성 진주인의 기개요 진주정신이다. 이후 나라 위해 몸 바친 논개와 7만의 호국영령을 천도하고 위령제를 지내온 이가 있으니 묘광 장순자 여사다. 실로 대견하고 장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아무도 돌보아 주는 이 없고, 아무도 알아주는 이도 없는데, 혼자의 힘으로 의암에서, 때로는 남강백사장에서 매년 위령제를 모시고, 장렬히 전사한 선열들을 위로해 온 지가 어언 52년, 가녀린 한 여인이 평생을 바친 이 일은 아무나 할 수 없는 숭고한 일이다. 누구에게 칭찬을 받고자 함도 아니고 또한 보상을 받고자 함도 아닌 오직 7만의 충혼을 위무코자 한 일이다.

진주시에서는 ‘진주성 임진대첩 계사 순의단’을 만들어 호국영령들을 모시고 있는데, 지난 17일 이곳에서 위령제를 거행하였다. 장순자 이사장과 최정호 제전위원장의 정성을 바친 노력으로, 진주문화원 관계자들과 노인회 진주지회 임원들, 노인대학 학생들을 비롯한 많은 시민들이 참석하여 성대하게 정성을 다하였다. 분향을 하고 잔을 올리고 독경염불도 하고 살풀이춤도 추었다. 그리고 많은 시민들이 앞다투어 분향하고 영령들의 영전에 절을 올렸다.

장순자 이사장은 “제아무리 세상이 천만년 지난 후에라도, 효심 없는 자식에게 무엇을 바라고, 역사를 모르는 후손에게 기대할 게 무언가. 이제 다시 햇불을 들어야 할 때다”라고 강조하였다. 그렇다. 나라 위해 장렬히 순국한 호국영령을 기리는 일은, 진주시와 특정인들만이 해야 하는 일이 아니고, 이 시대를 사는 우리 모두의 책무이고 사명이다. 그들의 희생이 있었기에 오늘날 우리는 풍요로운 태평성대를 누리고 있는 것이다. 논개제도 있고 의암별제도 있지만 어찌 한 두 번의 제사로 우리의 임무를 다했다고 할 수 있을까. 충절의 도시, 문화예술의 도시 진주 시민으로서 우리 모두는 과거를 되새기고 더욱 정성을 다했으면 하는 마음 간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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