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사는 이야기-박수의 시간
세상사는 이야기-박수의 시간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23.10.29 14:41
  •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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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숙자/시인
백숙자/시인-박수의 시간

사람들이 물결같이 밀려와 진주교와 천수교 다리와 도로를 메운다. 자동차가 연신 클락션을 울린다. 사람들은 요지부동이다. 불꽃 아래에 밀리는 사람들도 꽃송이로 보인다. 활짝 웃는 그 소박한 얼굴 얼굴. 소망진 산 정자에서 강을 배경으로 불빛 자욱한 성지를 바라보는 풍경은 일품이다.

예술회관 야외무대에서 이어진 사람과 먹을거리와 음악 소리가 한덩이로 어우러져 사람 줄기를 이루었다. 흥이 많은 민족이라서 더 그런가! 각자의 멋으로 맛으로 야경에 묻혀 밤을 즐긴다. 진주 사람의 개천 잔치. 유등 터널에선 저마다의 소원을 적은 쪽지를 보며 자신의 이름을 찾는 모습 그 또한 아름답다. 파전에 막걸리 한잔 먹으면서 연인과 가족이 함께 즐긴다. 건너편 황금 줄기로 꿈틀거리는 성곽의 돌담과 날렵하고 요염한 촉석루 추녀 끝을 비추는 불빛은 경이롭다. 에나 진주의 진주다.

어둠 위에 떠 있는 형형색색의 유등은 또 어떤가. 평등이라는 시대의 정신과 번영의 기운을 담아 대를 잇는 우리 유산이다. 과거에서 현재를 또 미래로 한 걸음씩 나아가는 하모 하모가 아닐까? 유등은 사람의 마음을 경건하게 만든다. 그리고 모든 것이 좋은 곳으로 나아간다는 희망을 주는 부적 같다. 그러므로 사람들은 흥분한다. 저 반짝이는 불빛에서 바람은 이미 반은 이룬거라 믿기 때문이다. 잔치는 사람들의 마음을 홀라당 뺏어버린 요술쟁이다. 발걸음도 들떠 춤을 춘다. 몽롱하고 환상적인 저 눈빛들.

사람들은 황홀한 미로 속을 걸어가는 듯이 밀려와 소망진산 공원까지 채운다. 정자에는 먼저 자리를 잡은 사람들이 돗자리를 깔고 앉았다. 휘황찬란한 불과 물빛에 도취된 아이들이 함성을 질러댄다. 그저 감탄하는 사람들 어느 곳도 여유가 없다. 불타는 개천제 마지막 밤의 한호. 불꽃놀이를 보기 위하여 집을 나온 사람과 사람.

진주에 이렇게 많은 사람이 살고 있었다니 믿기지 않는다. 평소에는 모두 어디에 숨어 있었던 걸까. 시끌벅적하고 멋진 밤이다. 볼거리 먹거리 풍성한 잔치집! 불빛 마디마디에 걸려있는 행복이 붕어 비늘같이 반짝인다. 드디어 불꽃이 허공을 채운다. 연거푸 피어나는 꽃 꽃 찬란한 몸짓 짧은 아우성 난무하는 색. 강변이 들끓고 있다. 물결이 요동을 친다. 만약에 용궁에 임금이 있다면 지금 이 순간 수문을 활짝 열어 껴안아 줄 것 같다. 갈등과 분노도 모두 씻어 줄 것 같다. 곁에 있는 사람을 더 소중히 아끼고 사랑하면서 설사 실수를 조금 하더라도 이해하고 용서할 것 같다.

사람들의 표정이 숙연해진다. 모두 하나가 되는 그런 순간이다. 그 감탄 사이로 꽃이 진다. 아무런 실체도 없는 허망한 허공을 보며 누군가는 벌린 입이 다물어지지 않는다. 허공이 조용하다. 이 땅의 평화와 자유를 지키려다 산화한 수많은 선조의 눈빛이 왔다 간 것이다. 뜨겁고 찬란한 빛으로.

화려한 곳도 망경동 그 화려함 속에 묻혀있는 골목과 집들을 돌아보면 어떨까? 보이는 외면 가는 거리가 먼 70년대의 집들이 주차 공간도 없이 주차 때문에 매일같이 이웃들과 다툼을 하면서 살아가는 곳 그 내면의 음지도 좀 챙겨서 함께 더불어 잘 사는 아름답고 깨끗한 도시 사람이 살고 싶은 도시로 성장했으면 좋겠다. 보이지 않는 곳도 소외되지 않도록 두루두루 살펴보는 관심. 다시 내년을 기약하며 들뜨고 행복한 마음으로 집으로 향한다. 걸음이 가볍다. 아쉬운 박수 소리를 뒤로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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