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 13주년)벼랑 위기 몰린 지방대 해법은
(창간 13주년)벼랑 위기 몰린 지방대 해법은
  • 장금성기자
  • 승인 2023.10.31 15:49
  • 13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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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총괄-한국국제대 폐교 사태에서 보는 지방대 현실
학령인구 감소…대학들의 ‘기울어진 운동장’
수도권 정원 규제 완화, 지방대 고사 앞당겨
▲ 폐교된 한국국제대학교 /이용규기자

진주 소재 한국국제대가 지난 8월 31일 문을 닫았다. 법원으로부터 파산 선고를 받았기 때문이다. 한국국제대의 폐교는 법인의 안일하고 방만한 학교 운영과 함께 정상화하고자 하는 의지 부족, 저출산에 따른 학령인구 감소와 사학의 구조적인 문제점 등이 겹친 결과라 할 수 있다. 한국국제대의 폐교는 단순히 하나의 대학이 없어진 것이 아니라 우리나라 지방대 대다수가 직면하고 있는 현안이다. 한국국제대 처럼 재정난·학생부족 등으로 폐교의 길을 걷고 있는 지방대들이 즐비하다. 한국국제대를 포함해 지난 10년간 우리나라에서 문 닫은 대학은 총 14곳에 달한다. 경남에서도 머잖아 폐교되는 대학이 또 나올 것이라는 게 지배적이다. 대학들은 구조 조정, 학과 및 대학 통폐합 등 폐교 위기에서 탈출하기 위해 뼈를 깎는 노력을 하고 있지만 대학 자체 역량만으로는 폐교 위기를 벗어나기에는 역부족이다. 이에 본지에서는 벼랑위기에 몰린 지방대의 현실을 진단하고 해결책을 모색하기 위한 시리즈를 싣는다.<편집자주>


◆지방대의 난립과 쇠퇴
1993년 문민정부 시절 크게 완화된 대학설립 준칙주의 ‘대학설립 자유화’ 정책으로 전국에 사립학교가 우후죽순 세워졌으며 2003년 노무현 정부 때까지도 설립 남발이 이어졌다. 이런 사립대 과다 양산에는 기술직을 천시하는 사회 풍조도 한몫 했는데, 취직시장에서 대졸자에 대한 선호가 높았고 수도권에서 지역 중소기업으로 취직하고 싶더라도 대학 간판이 필수처럼 되어버렸다.

취업경쟁은 입시경쟁으로 역류했다. 부모들은 무리를 해서라도 자기 자식만큼은 보다 좋은 대학에 보내기 위해 사교육에 과다한 지출을 했고 좋은 학교에 배정받기 위해 위장전입도 서슴치 않았다. 그러한 열성 뒤에 숨어 커진 사학은 덩치만큼 비리가 만연해 사회문제가 됐다.

교육 열풍을 막은 것은 출산율 저하로 대학 진학 학생수가 급격히 감소하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2021년 47만6200여명이던 만 18세 학령인구는 매년 줄어 2023년 43만9000명, 2024년에는 43만명, 2040년에는 현재의 절반인 28만4000여명으로 감소한다. 대학 경쟁력이 아무리 좋아도 애초에 가르칠 학생이 태어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여기에 대학 수가 너무 많은 것도 원인이다. 당장 내년도 입시에서 대입 정원이 고교 졸업자수를 초과하게 되는데 이런 추세는 갈수록 심화될 전망이다. 그렇다고 학생 정원을 감축하면 그만큼 등록금 수입이 감소해 재정 운용에 어려움을 겪게 된다.

◆한국국제대 폐교…지방대 위기 표출
진주시 소재 한국국제대학교는 45년간의 역사를 뒤로하고 지난 8월31일 문을 닫았다. 법인의사장 교비 횡령 의혹과 불법 교수 채용, 금품수수 논란, 정부재정지원제한대학 선정에 이은 임금 체불 100억원, 미정산 공과금 10억원 등으로 총체적 난국을 맞았던 한국국제대가 법원의 파산 선고에 이어 폐교에 이른 것이다.

한국국제대는 1977년 7월 학교법인 일선학원이 설립 인가를 받은 뒤 1978년 5월 전문대학인 진주여자실업전문학교로 개교된 후 2003년 4년제 종합대학으로 승격했으나 학령인구 감소에 따른 학교 경쟁력 하락과 재정 지원 제한 대학 선정 등으로 인해 줄곧 재정적 어려움에 시달렸다. 2018년 738명이던 정원도 올해는 실제 입학한 신입생이 27명에 그쳐 충원율은 6.9%에 불과했다. 여기에 밀린 공과금만 11억원에 교직원 체불 임금도 100억원에 달하는 등 정상적 학사 일정이 불가능할 정도로 재정 상황이 악화하자 법원으로부터 파산 선고를 받고 문을 닫게 된 것이다.

한국국제대학의 폐교는 지방 사학의 문제를 잘 보여주는 사례로 지적된다. 대학법인의 안일하고 방만한 학교 운영과 신입생 감소 등을 극복하지 못해 발생한 사태로 풀이된다. 문을 닫는 사태가 예견되는데도 학교법인측이 자구책을 제시하지 못한 점이 일차적으로 책임이 크다. 그동안의 학교 운영 상황을 고려하면 폐교는 시간문제였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대학들의 ‘기울어진 운동장’
지방대 위기의 근본 원인은 수도권과 지방 간 불균형이다. 학령인구 감소와 청년층의 수도권 쏠림현상이 심화됨에 따라 경남지역 대학들은 신입생 충원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교육부는 지난 2월 28일 ‘제2차 지방대학 및 지역균형인재 육성지원 기본계획’을 발표하며 지역 간 경제적, 사회적 격차가 수도권과 지방 간 ‘기울어진 운동장’을 초래하고 이로 인해 지방대 위기를 초래하고 있다고 밝혔다.

학령인구의 감소로 정부가 대학의 입학정원을 감축하도록 유도해온 가운데, 10년 전과 비교해 서울지역 4년제 일반대학들의 모집인원은 증가하고 지방대는 줄고 있기 때문이다. 윤석열 정부가 반도체 인력양성을 앞세우며 수도권 정원 규제를 완화하는 것이 결과적으로 지방대의 고사를 앞당길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2012년 전국 4년제 일반대와 전문대 404개교에서 정원내와 정원외로 모집한 인원은 모두 68만1217명이었다. 그러나, 학령인구의 감소로 모집인원 감축을 지속해 2022년 모집인원은 10만1903명이 줄어든 57만9314명이었다. 모집인원 감축은 4년제보다 전문대에서 더 많이 이뤄졌다.

경남의 경우 2012년 4년제 대학 신입생 충원율은 96.9%였으나 2022년에는 85.4%로 10년 사이 11.6%나 낮아졌다. 전문대의 경우 2012년 신입생 충원율은 86.5%였으나 2022년에는 78.0%로 8.4%가 줄었다. 4년제보다는 전문대의 학령인구 감소 충격이 더 큰 것으로 나타났다. 4년제의 경우 2012년에 비해 신입생 충원율이 3.3% 낮아졌지만, 전문대는 7.8%가 낮아졌다. 장금성기자

※이 기사는 경상남도 지역신문발전지원사업 보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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