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세월보다 자연의 변화가 두렵다(1)
기고-세월보다 자연의 변화가 두렵다(1)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23.11.01 16:04
  •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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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호석/합천 수필가
이호석/합천 수필가-세월보다 자연의 변화가 두렵다(1)

내 나이 벌써 일흔을 훌쩍 넘었다. 언제 나이를 이렇게 먹었나 싶어 스스로 놀랄 때도 있다. 하루와 일 년의 시간은 똑같은데 청소년 시절과 직장을 다닐 때와 노년의 세월은 크게 다르게 느껴진다.

전자의 세월은 인생 진로에 대한 준비와 직장일, 자녀들의 뒷바라지 등으로 압박감을 가진 시간이었다면, 후자의 세월은 이 압박감을 모두 털어버리고 취미생활, 건강관리, 친구들과 함께하는 등 즐겁게 지내다 보니 더 빠른 것 같다.

우리는 흔히 빠른 세월을 유수(流水)와 같다고 한다. 나는 가끔 세월을 유수와 같다고 한 표현이 적절한 것인지 엉뚱한 생각을 할 때가 있다. 흐르는 강물은 가뭄이 심할 때는 마를 수도 있고, 저수지나 댐을 만나 쉬었다 내려가기도 하고, 굽이굽이 산야를 돌아 온갖 구경을 하며 서서히 흐르기도 한다.

이에 비하면 세월은 아무런 장애도 받지 않고 단 1초도 지체 없이 사방팔방 직진으로 흘러가니 강물의 흐름에 비할 바가 아니다. 애초 사람들이 강물의 흐름을 감히 삼라만상의 독보적인 세월에 비견한 것 자체가 조금은 궁색하고 무리했던 것 같기도 하다.

세월은 이 세상 모든 것에 공평하여 누구에게도 원망을 듣거나 비난을 받아야 할 대상은 아니다. 누구도 피할 수 없는 세월을 원망하고 아쉬워하기보다는 생을 조금이라도 더 즐겁고 보람되게 살다가 미련 없이 웃으며 떠나는 게 좋을 것 같다.

시인 천상병 시(詩) ‘귀천(歸天)’을 떠올려 본다. “아름다운 이 세상 소풍 끝내는 날 /나 하늘로 돌아가서 /아름다웠더라고 말하리라”

나는 요즘 세월의 빠름보다 자연의 변화에 더한 두려움을 가진다. 어릴 적부터 지금까지 기억을 더듬어 보면 그동안 자연이 너무나 많이 변했음을 새삼 깨닫기 때문이다. 먼저 겨울 날씨를 생각해 본다. 내가 어릴 적 겨울은 지금보다 더 추웠다. 마을을 가로질러 흐르는 도랑이나 무논, 마을 옆 저수지 등 물이 있는 곳이면 모두 꽁꽁 얼어붙어 곳곳이 아이들의 스케이트장이 되었다. 가끔 따뜻한 온돌방에서 긴 겨울밤 잠을 자고 이른 아침에 깨어나면 문종이로 바른 어둑한 방문이 갑자기 훤해져 깜짝 놀랄 때도 있다. 방문을 열어보면 밤사이 하얀 눈이 소복이 쌓여 온 천지를 눈부시게 해 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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