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주성-동창회
진주성-동창회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23.11.02 16:00
  •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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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동섭/진주노인대학장
심동섭/진주노인대학장-동창회

우리는 그 누구든 학창 시절의 추억이 얽힌 동창회가 있다. 청운의 꿈을 품고 동고동락했던 친구들, 그 우정은 죽을 때까지 이어질 것이다.

도회지의 큰 학교는 해마다 반(班)이 바뀔 수 있지만 시골 중학교 69명이 단일 반으로 3년을 함께했던 우리들의 우정은 참 유별하다. 우리들이 만난 지는 65년의 세월이 흘렀고, 졸업 63년이 지났건만 그 우정은 오히려 더욱 깊어만 가니 참 소중한 인연이라 아니할 수 없다.

아쉬운 것은 이미 먼저 떠난 친구들이 근 20여 명에 이르고 건강이 허락지 않는 친구들도 있지만, 내일 모레가 80이건만 대부분 건강하니 어찌 복이 아니겠는가.

지난 11월 1일, 창원에 사는 친구 삼총사가 동창들을 초대했다. 공부자께서는 “유붕이 자원방래면 불역락호아”라 했던가. 부산에서 대구에서 진주에서 한걸음에 달려와 함께 모였다. 살이 쪄서 피둥피둥한 친구도 있고, 백발이 성성한 노신사도 있다. 한때는 신문사 국장도 하고 교장, 교육청 과장, 큰 기업의 임원, 문인, 예술인, 고위공무원, 체육인 등 각계각층에서 중추적인 역할을 했던 다양한 친구들이지만 이제는 모두 2선으로 물러난 노인이 되었고 모두들 14살 동심으로 돌아갔다.

꿈 많던 학창 시절의 추억은 끝없이 이어지고, 잘나고 못나고 있고 없고는 이미 초월한 친구들, 그저 순박한 인정과 우정만이 있을 뿐이다. 남녀공학의 우리들은 누구는 누구를 좋아하고, 누구는 글씨를 잘 쓰고, 누구는 웅변을 잘하고, 어떤 선생님은 어땠고, 어떤 선생님은 수호지이야기를 잘했고, 어떤 선생님은 세익스피어의 작품을 생생하게 전할 때 참 감동적이었던 추억담 등 끝없는 이야기가 이어지고 참 행복했던 추억들을 되새겼다.

해방 후 참 어렵던 시절에 보충수업을 한다고 삼삼오오 짝을 지어 친구집 방을 빌려 자취를 하는데 학교를 마치고 오니 도둑이 들어 쌀을 몽탕 훔쳐가 버려 밥을 굶고 한밤중에 집으로 돌아갔던 이야기, 20리 자갈길을 등교 하교 시에 책 보따리를 메고 뛰고 또 뛰었던 이야기, 열악했던 우리들의 추억담은 끝이 없다.

오늘날의 젊은이들, 그리고 도회지에서 공부한 학생들은 상상이 되지 않을 추억담을 나누며 오뚜기처럼 살아왔던 우리 동창들은 그러기에 끈끈한 정과 오랜 우정을 지속할 수 있는 것이다. 노래방에서는 음정 박자 가릴 것 없이 그저 기분대로 청춘을 돌려다오, 추억의 소야곡, 비 내리는 고모령을 열창하고 폼을 잡는 친구들, 우리들의 순박한 우정은 목숨이 다해야 끝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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