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세월보다 자연의 변화가 두렵다(3)
기고-세월보다 자연의 변화가 두렵다(3)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23.11.06 15:43
  • 15면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이호석/합천 수필가
이호석/합천 수필가-세월보다 자연의 변화가 두렵다(3)

올가을에도 농촌 풍경에 중요한 역할을 하던 또 하나 매개체가 사라졌다. 매미 소리가 서서히 줄어들 때쯤부터 어디서 날아오는지, 들녘과 집 주위에 무리를 지어 날아다니며 가을 하늘을 수놓던 메밀(고추)잠자리가 사라져 버렸다. 마을 옆 저수지 물 언저리에서 암수가 꼬리를 깝죽거리며 연애질하던 말잠자리도 볼 수 없고, 지난봄 모내기 한 논에서 그렇게 울어대던 개구리조차 거의 보이지 않는다.

이것뿐이 아니다. 몇 년 전부터는 농가에서 기르던 벌들이 집단 폐사를 하고, 나비, 여치, 메뚜기들도 차츰 개체수가 현격히 줄어들어 보기가 힘들다. 이런 변화를 보면 평소 풀 속에서 우리 눈에 잘 띄지 않던 자잘한 수많은 곤충도 얼마나 없어졌는지 모른다.

심지어는 우리에게 혐오감을 주며 깜작깜작 놀라게 하던 지렁이, 두꺼비, 뱀, 구렁이 등도 거의 보이지 않고, 까치, 까마귀 등 줄어들지 않는 게 없다. 자연이 이렇게 무섭게 변하고 있는 것은 지구 온난화 현상과 무분별한 농약 살포를 원인으로 볼 수 있다. 무서운 자연의 변화를 우리 인간 스스로 초래하고 있는 것이다. 정말 안타까운 일이다.

보통 사람들은 바쁜 일상과 무관심으로 이런 현상을 예사로 보고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는 것 같다. 전설 같은 이야기로 나의 동심에 감동을 주었던 제비가 우리 곁을 영원히 떠난 것처럼, 오랜 세월 애환을 함께하며 친구처럼 우리를 즐겁게 해주고 정서에 도움을 주던 정겨운 곤충과 새, 작은 동물들이 영원히 없어질까 봐 걱정스럽다. 좋은 친구들이 하나둘 사라지는 것은 너무나 슬픈 일이다. 그렇지 않아도 고령화와 빈집들로 적막한 농촌 마을이 이런 친구들마저 떠나면서 더욱 삭막해지고 있는 것 같다.

자연이 이렇게 크게 변하면서 정겹고 아름답던 농촌 풍경이 서서히 사라지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깝다. 가끔 자연의 변화가 지금같이 계속된다면, 머지않아 우리에게 더 큰 재앙이 오지 않을까? 하는 두려운 마음도 함께 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