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주성-시사(時祀)
진주성-시사(時祀)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23.11.16 15:55
  • 14면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심동섭/진주노인대학장
심동섭/진주노인대학장-시사(時祀)

시사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일반적으로 행해지며, 보통 음력 10월 중에 좋은 날을 택하여 5대조 이상의 조상을 해마다 한 번 그 묘소에서 받드는 제사로서, 관습상 이 제사를 시향·시제·묘사라고도 한다. 이는 고례(古禮)에는 없는 제사인데 송나라 주자가 시속에 따라 만든 것이다.

시사 날이면 흩어져 살던 온 문중의 어른들이 다 모여 선영을 돌보고 함께 제사를 모시며 종사를 논의하고 친목을 도모하던 중요한 날이었다.

요즈음은 세상살이가 풍요해져서 어린이들도 예사로 무관심하게 넘기지만 필자의 어린 시절만 해도 손꼽아 기다리던 날이 시사 날이었다. 시사 날이면 학교도 조퇴하고 윗대 산소로 달려가 제사는 뒷전이고 떡이랑 홍시 등을 얻어먹을 수 있는 행운의 날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세상이 많이 바뀌어 대부분의 가문들이 산소에서 모시던 시사를 재실(齋室)에서 모시며 합사하여 간소하게 모시는 경우가 많다. 그리고 별 바쁘지도 않으면서 무슨 무슨 핑계를 대며 불참하는 경우도 있고, 조상을 섬기는 정성이 차츰 소홀해지는 경향이 있어 안타까운 심정이다.

세상의 어떤 종교도 부모님께 효도하고 조상을 섬기는데 소홀히 해도 된다는 종교는 없다. 그러나 보통 사람들은 절이나 교회에 나가는 횟수보다 조상님의 제사는 1년에 한 번인데 그 하루를 낼 수 있는 시간이 없을까?

옛 선현의 말씀에 “일찍이 들은바, 나뭇가지가 무성함을 바라는 자는 반드시 그 뿌리를 북돋우고, 자손이 흥성하기를 바라는 자는 반드시 그 선조(先祖)를 섬긴다 하나니, 뿌리를 북돋우지 아니하고 가지가 무성하기를 바라며, 선조를 섬기지 아니하고 자손이 흥성하기를 바라는 것은 이치에 어긋나는 것이다” 라 하였다.

필자가 아는 어떤 스님은 항상 강조하시기를 “절에 와서 잘못을 참회하고 기도를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먼저 집에 계신 부처님 그 부모를 잘 섬겨라”고 늘 강조하시는 말씀을 들었다. 정녕 그 부모님께는 소홀히 하면서 자식에 대한 바람은 건강하고 출세하고 귀하게 되었으면 한다고 빌어본들 부처님이 들어주실까?

선영을 돌보고 시사를 모시고 조상을 위하는 일이 어찌 중하지 않겠는가. 나의 자식 나의 손자들이 대물림하여 그것을 본받고 배워 그대로 실천함으로써 인륜도덕이 되살아나고 질서가 유지되는 산교육이 될 것이다. 그러했기에 우리나라가 동방예의지국이라는 칭송을 들으며 오천 년의 세월을 이어올 수 있었던 것이다. 시사를 모시는 달을 맞아 모두가 함께 고민을 해 봤으면 하는 마음 간절하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