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무상한 세상 슬기롭게 살자
칼럼-무상한 세상 슬기롭게 살자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23.11.21 15:47
  •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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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산스님/진주시 문산읍 여래암 주지
범산스님/진주시 문산읍 여래암 주지-무상한 세상 슬기롭게 살자

이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일은 ‘삶’이다. 삶보다 더 중요한 일은 없다. 삶의 목적은 ‘행복’이다. 불행한 삶은 지옥이다. 행복은 ‘좋은 느낌’ 좋은 기분, 좋은 감정과 좋은 정서이다.

행복이란 모든 사람이 다 행복할 때 나도 행복해질 수 있다. 우리는 세상에 태어난 이상, 언제 어디서나 삶의 주인공으로 값지게 살아가야 한다. 쇼팬 하우어가 “인생은 욕망과 불만 사이를 왔다 갔다 하는 시계추와 같다”하였다. 인간이 갖는 욕망의 바다는 메울 수가 없다.

그래서 부처님께서는 욕망의 바다를 메우려 하지 말고, 가진 것을 나누고 베풀며 살아갈 것을 당부하셨다. 복과 재앙은 모두 마음먹기 달려있다. “마음이 있으면 몸도 따라간다.” 이욕(利欲)의 마음에 불이 붙으면 불구덩이며, 탐애(貪愛)에 빠지면 이것이 곧 고해(苦海)가 된다.

생각이 맑으면 사나운 불꽃도 연못을 이루며, 마음이 깨달음을 얻으면 만사가 평화로워진다.

마태복음에서는 “오른손이 하는 일을 왼손이 모르게 하라”하였다. 분명한 것은 인간의 삶은 영원하지 않기 때문에 선업을 쌓으며 살아야 한다. 매일 웃으며 살아도, 불안과 초조함으로 고통 속에 살아도, 결국 삶에는 끝이 있다. 아름다운 끝맺음을 위해서는 사는 동안 서로가 가진 것을 나누며 살아가야 한다. 삶은 여행이다. 가끔은 갈 길 몰라 헤매고 답답하며, 때로는 외롭고 힘들고 때도 있다. 그럴 때마다 서로의 응원과 격려, 따뜻한 위로의 말을 건네며 살자.

너무 바쁘거나 몸이 아프고 마음이 괴롭거나, 너무 덥고 추울 때도, 언행에 여유가 없어지고 거칠어진다. 그럴 때도 감정적이지 말고, 자비심을 유지해보자. 세상도, 우주도, 사람도, 인과와 연기를 벗어날 수 없다. 처음 본 사람도 어디선가 본 것 같은 생각이 들면 서로 친구도 되고 연인이나 부부가 되기도 한다. 다 전생의 인연 때문이다. 무상이란 슬플 것도 기쁠 것도 없는 그저 ‘변한다’는 말이다. 한순간에서 다음 순간으로 옮아가면서 “존재한 것은 모두 변하고 변하지 않는 것은 존재하지 않는”것을 무상이라 한다. 무상한 세상, 슬기롭게 살자.

악업 많이 지으면 내생에는 지옥행이다. 가족을 외면하고, 자기 혼자 호의호식한 사람은 다음 생에 굶주림 세계인 아귀도에 떨어진다. 자기만 위해 행동하며 육체적 쾌락에만 몰입하면 내생에 저급한 축생계로 떨어진다. 부부간 매일 다투고, 남들과도 자주 다툰 사람은 내생에 아수라 세계로 떨어진다. 죄업 많이 지어 칼산에 가면 칼 숲을 헤쳐가야 하기에 온몸이 갈기갈기 찢겨 성한 곳이 없다. 화탕지옥 가면 달군 쇳물을 먹인다. 삼키면 뱃속이 활활 타고, 끓는 쇳물을 마시면, 뼈와 살이 다 녹는다. 서로 화합할 때 자비심도 나오고, 선행공덕이 쌓인다.

어떤 사건 사고로 인하여 가족과 재산을 잃으신 분들을 위로해주고 돌보아주어서 하루속히 그 참담함을 딛고 일어나도록 다독거려주자. 사랑하는 가족을 가슴에 묻으신 분들의 슬픔에, 마음 깊이 위로의 말을 전하며 도움 주자. 우리가 조금만 더 관심을 갖고, 주의를 기울였더라면 지킬 수 있었던 생명들도 많다. 그럴 때는 나의 신체 일부가 떨어져 나간 것 같은 아픔을 함께 나누자. 상대의 아픔을 나의 아픔으로 받아들일 줄도 알자. 고통을 겪고 있는 분들을 결코 외면하지 말자. 연인끼리 해변을 걸으며 듣는 파도 소리는 알파파가 되어 밀어의 속삭임이 되지만, 고통을 겪고 있는 분들의 귀에는 오장육부를 찢는 통곡의 소리가 된다.

우리에게는 사랑하는 가족과 전 재산을 잃은 분들의 슬픔과 고통을 남의 일처럼 바라본 허물도 적지 않다. 마음 닦는 공부를 일상생활에 비유한다면, 거울을 닦는 것과 같다. 거울 하나 닦는 것도 팔 아프고 힘이 든다. 거울을 닦고 닦아서 더러운 게 없어지면 깨끗함이 드러난다.

마음을 잘 닦아 서로 나누며 살면 누워도 편안하고 깨어도 편안하며, 날마다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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