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사는 이야기-‘人性’ 파탄자들, 정치꾼의 ‘싸가지’ 막말
세상사는 이야기-‘人性’ 파탄자들, 정치꾼의 ‘싸가지’ 막말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23.11.22 16:14
  •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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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창동/수필가
김창동/수필가-‘人性’ 파탄자들, 정치꾼의 ‘싸가지’ 막말

이건 참, 곤란하다. 말의 타락 말이다. 말은 사회를 담는 거울이다. 사람들의 성정이 거칠어지면 말도 까칠해진다. 사회가 혼탁해지면 말도 흐려진다. 물이 흐리면 고기가 깨끗할 수 없는 일. 맑고 밝고 고운 말은 평온한 사회의 토대다. 한 사람, 한 사람의 말은 그대로 직장, 가정, 사회에 파장을 미친다. 말은 생각을 담는 그릇이다. 당연히 좋지 않은 말은 아름답지 못한 생각에서 비롯된다. 거친 말, 헐뜯는 말은 죽은 이를 무덤에서 불러내고, 산 사람을 묻을 수도 있고, 영혼을 파괴할 수도 있다. 지금 우리나라는 공당 대표까지 지낸 지도층 인사들의 발언은 만취한 시정잡배 수준이다.

국민의힘 혁신위원장 인요한. 그의 가족은 4대에 걸쳐 한국에 뼈와 살, 영혼까지 바쳤다. 아버지 휴 린턴은 6.25전쟁 때 인천상륙작전에 참가했다. 그는 검정 고무신을 신고 고구마를 먹으며, 600곳이 넘는 교회를 세웠다. 한국의 어떤 가문이 4대에 걸쳐 대한민국에 영혼까지 바쳤는가. 인요한 일가의 삶에는 한국 역사의 애환이 가득 담겼다. 한국을 괴롭혔던 가난과 무지, 질병, 식민통치, 독재, 그리고 공산주의. 한국인보다 더 치열하게 그 숙명적 멍에와 싸웠다. 인요한도 그랬다. 인요한은 단순한 이상주의자가 아니다. 최초의 한국형 앰블런스가 인요한의 작품이다. 그는 유진 벨 재단과 함께 북한 결핵 환자 20만명을 치료하고, 15만명을 완치시켰다. 일을 하고, 성과를 내는 사내다.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가 자신을 만나러 부산 토크 콘서트 행사장으로 찾아온 인요한 국민의힘 혁신위원장을 “미스터 린튼”이라고 부르며 영어로 “우리의 일원이 됐지만, 우리와 같아 보이지 않는다”고 한 데 대해 대척점에 있던 친윤석열계는 물론이고 우호적이었던 쪽에서도 ‘인종차별’, ‘헤어트스피치(혐오 발언)’, ‘인성 파탄’ 등의 비판이 제기되며 국민의 공분을 자아냈다. 미국 하버드대에서 공부했고, 장래가 촉망되던 영향력 큰 정치인이 성 상납 증거인멸교사 의혹과 윤석열 대통령 원색적 비난으로 당원권 정지를 당하고도 자숙은 커녕 사사건건 설화 사고를 치고도 문제의식을 느끼지 못한다면 그게 더 심각하다.

송영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한동훈 법무부 장관의 탄핵을 주장하며 “이런 건방진 놈이 어디있나. 어린놈이 국회에 와 가지고 (국회의원)300명, 자기보다 인생 선배인 사람들을 조롱하고 능멸하고, 이런놈을 그냥 놔둬야 되겠냐”고 했다. 이어 “물병이 있으면 머리에 던져버리고 싶다”고도 했다. 사석에서 한 말도 아니고 자신의 책 출판기념회에 찾아온 수많은 내빈 앞에서 한 발언이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한 장관은 1973년생으로 올해 50세다. 송 전 대표는 대표적인 86운동권 정치인으로 학생운동 경력을 토대로 30대부터 국회의원과 지자체장을 지낸 사회 지도층 인사의 품격이라곤 전혀 느낄 수 없는 천박한 언사였다.

송 전 대표는 2021년 당대표 출마 선언문에서 “꼰대 정치를 극복해야 한다”고 했는데 송 전 대표 자신이 꼰대였다. 송 전 대표의 거친 언사는 ‘전당대회 돈 봉투 살포’ 의혹으로 자신을 수사하는 검찰에 강한 불만을 표시하는 과정에서 나왔다. 현역 의원을 포함해 주변 인물 10명 가까이 구속됐다. “몽둥이 들고 서울중앙지검에 쫓아가는 꿈을 많이 꾼다”고 분노했는데, 그리 결백하면 증거와 법리로 맞설 일이지 현직 장관에게 저급한 욕설을 퍼부을 일이 아니다. 1980년대 운동권 출신인 ‘86세대 정치인’들은 내로남불 행태로 여러 차례 비난을 샀다.

이젠 50세 장관더러 “어린놈”이라고 무시한 송 전 대표의 누추한 모욕적 태도는 “86운동권 세력의 유아독존적 오만함과 궤를 같이한다”는 지적은 설득력이 없지 않다. 근 20년 전 그들은 “60대, 70대는 투표 안 하고 집에 쉬셔도 된다”, “50대가 되면 멍청해진다. 60세 넘으면 책임 있는 자리에 있지 말자” 등의 말로 많은 사람의 사회적 권리를 박탈하려는 듯 그들 위에 군림하는 오만한 자세를 보였다. 운동권 경력을 수십 년 우려먹는 인사가 수두룩하다. 문제가 불거져도 끼리끼리 덮어주기 일쑤다.

김종필 전 국무총리는 정치 언어의 달인이었다. 말에 품격이 있고 문제의 핵심을 집어내 은유적으로 표현하는 촌철살인의 무게가 남달랐다. 직설적 막말과 욕설, 악다구니를 용기와 소통의 상징으로 착각하는 요즘의 정치꾼들이 가장 먼저 배워야 할 부분이다. 사회 전체가 반(反)인성이 돼 가고 있다. 기본 인성부터 회복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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