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원생활의 단상-“그저 감사할 뿐입니다”
전원생활의 단상-“그저 감사할 뿐입니다”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23.11.23 15:44
  •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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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성원/지자체 농촌 관광 관련 강사·은퇴자 연구소 운영
공성원/지자체 농촌 관광 관련 강사·은퇴자 연구소 운영-“그저 감사할 뿐입니다”

행복의 조건은 무엇일까? 무엇으로 행복할 수 있을까? 나는 행복한가? 이런 생각들이 최근 머리를 맴돈다. 아주 평범한 질문인 것 같지만 인생의 목적이기도 하지 않을까? 행복한 삶만큼 중요한 숙제도 없을 것이다.

보편적인 행복의 조건들은, 개인의 성향에 따라 다를 수도 있겠지만 원론적인 해답은 우선 뭐니해도 건강일 것이다. 건강하지 않으면 마치 달리는 자동차의 타이어가 펑크 난 것과 같다. 삶의 질의 저하는 물론이고 고통과 병마는 자신을 사지로 몰아넣을 것들이기 때문이다. 어쩌면 삶 자체가 모두 정지될 수도 있다. 사랑도 중요한 요소이다. 사랑은 우리 인간관계와 연결을 강화하며, 서로에 대한 지지와 배려를 나타내는 중요한 가치이다. 음식으로 육체를 지탱한다면 사랑은 정신과 영혼을 지탱해 주는 필수 영양분이다. 독거노인이 사회와의 연결과 소통이 단절되고 가족과의 연락도 안 되는 사랑의 부재 상황에 놓일 경우, 결국 정신적으로 감내하기 힘든 절망감으로 무너질 수밖에 없는 것도 그 한 예라 할 것이다.

희망과 꿈을 포기한 사람에게 행복은 멀리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삶에 열정과 관심을 가지고 자아실현이라는 성취의 대상이 있어야 살아있는 삶이 아닐까. 나이 드신 어르신도 예외일 수 없다. 최근에 젊은 사람들 중심으로 유행하는 “일과 삶의 균형(work-life balance)”을 중시하는 문화가 생기는 것도 우연이 아니다. 일도 즐기고 삶에서의 여유와 휴식을 취할 수 있다면 그것이야말로 진정한 행복이라 할 수 있는 것이다.

여유 공간을 활용하여 에어비앤비(Airbnb)를 운영하면서 맞는 고객이 40대 이하가 대부분인데, 그들 중에서 “그냥 푹 쉬고 싶어서 왔다”라는 젊은이들을 많이 본다. 은퇴한 사람들이 노후에 여유롭게 여행을 많이 다닐 것이라는 개인적인 생각이었으나 그렇지 못한 것이 안타깝다. 도시 생활에서, 직장에서, 일터에서 스트레스에 노출된 심신을 내려놓고 싶은 그들의 심중을 깊이 이해하며 호스트(host)로서 그들을 품어 주고 따뜻이 맞아주고 필요한 것을 선제적으로 제공하고 있다.

가까이 지내는 초등학교 소꿉친구가 있다. 그는 평생 공직생활을 하였고 독실한 가톨릭 신자로서 사제가 되겠다는 꿈이 젊은 날에는 있었다. 건장하며 항상 긍정적이고 아주 활달하다. 남다른 특별한 봉사를 하러 다녔다. 그것은 사람이 죽으면 입관을 하기 전에 마지막 손길로 시신의 몸을 닦고 입과 코, 귀를 솜으로 막고 손발톱까지 정결히 하며 수의를 입히고 고인이 영생 복락 할 수 있도록 기원해 주는 염(습)을 하는 것이었다. 염을 하다 보면 죽은 자의 이생에서의 삶의 흔적, 아픔과 기쁨이 온몸으로 느껴진다고 한다.

그런 그가 중요한 약속이 있어 외출 나가려다 두고 온 휴대폰를 가지러 급히 집으로 올라가는 계단에서 넘어져 정강이와 골반이 완전히 골절된 사고를 겪게 되었다. 6개월 동안 본인의 고통은 물론이고 가족에게 갖은 수발을 받아야 하는 어려운 시간을 보내었다. 병문안하고 싶어도 환자된 모습을 친구에게 보여주기 싫어했고 코로나로 병원 출입이 제한된 상태라 차일피일하다가 목발로 외출이 가능한 즈음에야 만났다.

처음 3개월은 온갖 불평과 불만, 심지어 하나님에게 분노를 폭발시켰다고 한다. 내게 왜 이런 고통과 시련을 주시는 거냐 “당신에게 충성, 봉사하였고 충직한 종으로 살아왔는데”라며 어린아이와 같은 생떼를 부린 것이다. 그러다 3개월이 지나면서부터 걸을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큰 축복인가를 인지하기 시작했고 걸어 다니는 사람이 그렇게 부러울 수가 없었으며, 스스로 재활할 수 있겠다는 믿음과 자신이 생기면서 이런 연단을 주시는 하나님께 감사하기 시작하였다는 것이다. 지금까지 신앙생활과 봉사를 하면서 껍데기 옷을 입고, 자신의 교만으로 남을 의식한 행위에 만족하면서 진정한 감사의 조건을 몰랐으나, 병원 생활 1년은 일생 중에 영적인 눈을 뜨게 된 최고의 시간이 되었다는 고백을 듣게 되었다.

우리는 얼마나 많은 것들을 갖고 있는가? 건강하게 생존하고 있고, 살아있는 것에 대해 감사함은 최우선으로 생각한다. 사고로 질병으로 병원에 있다고 가정하면 그들에게 가장 절실하고 간절한 것은 무엇일까? 가족과 친구들과의 연결은 우리 삶에 큰 의미를 부여하며 그들과 함께 보낼 수 있는 소중한 시간도 우리의 삶을 윤택하게 할 것인데, 그것들이 우리 곁을 떠나면 어떻게 될까? 자유롭고 민주적인 사회에서 태어나서 살 수 있는 것 또한 그렇지 못한 나라의 실상을 접할 때마다 우리는 무엇을 느끼는 것일까?

감사는 삶의 소중한 보물 중 하나이다. 누구나 살아가면서 감사할 수 있는 순간들이 존재한다. 작은 것일 수도 있지만, 큰 것일 수도 있는데 그렇게 쌓여가는 감사들이 삶에 향기를 불어넣어 준다. 물론 삶은 언제나 쉽지는 않다. 어려움과 시련, 슬픔과 아픔도 마주치게 될 때도 있다. 하지만 그런 어려운 시기일수록 감사를 더욱 느낄 수 있어야 진짜가 되는 것이다.

감사라는 감정은 마음에서 비롯되기 때문에 다른 사람에게 간단하게 표현해도 그 가치가 크다. 또한 감사의 마음은 긍정적인 영향을 주고, 자신의 행복감과 주변의 행복감을 증진시킬 수 있다. 더구나 감사의 향기가 느껴지는 소중한 매 순간을 생생하게 기록으로 남길 수 있다면 그만큼 더 성숙한 인품으로 승화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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