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주성-동안거(冬安居)
진주성-동안거(冬安居)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23.11.26 16:00
  •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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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봉 대종사/진주 여래사 주지·전 진주사암연합회 회장

동봉 대종사/진주 여래사 주지·전 진주사암연합회 회장-동안거(冬安居)


오늘(11월 27일)은 음력 10월 15일이다. 이날부터 불가(佛家)에서는 스님들이 동안거에 들어가게 된다. 불가에는 여름과 겨울에 하안거, 동안거라는 것이 있다. 선방 수행을 하는 스님들이 여름과 겨울에 100일 동안 산에서 내려오지 않고 선방에서 참선 수행을 하는 것을 말한다. 동안거는 음력 시월 보름부터 정월 보름까지 스님들이 바깥출입을 삼가고 수행에 힘쓰는 일을 말한다. 안거제도는 부처님이 살아 계실 때부터 시행되어 왔다.

본래 출가한 수행자들은 한곳에 머무르지 않고 돌아다니면서 생활하는 것이 원칙이었다. 그러나 인도에서는 무더운 여름이 지나고 우기가 되면 땅속에서 작은 벌레들이 기어나오기 때문에 이를 피하기 위해 우기의 3개월 동안 다니는 것을 중지했는데, 여기에서 안거가 유래했다고 한다. 우리나라에서는 기후 조건에 따라 여름의 3개월과 겨울의 3개월 동안을 안거 기간으로 삼게 되었는데, 안거를 시작하는 것을 결제(結制)라 하고 끝내는 것을 해제(解制)라 한다.

안거의 첫 일과는 자기가 하는 하루하루의 일상을 살피는 것이다. 참선과 염불, 독경을 통해서 자기를 성찰하는 것으로 하루 일과가 시작된다. 스님들이 안거를 하는 것은 자신의 모순 즉 고집과 잘난 척, 남을 가르치려는 버릇, 불평불만 등과 같이 자연의 원리에 어긋나는 행동이나 생활 습관 등을 찾아내서 이러한 행동이나 생활 습관을 바로잡으려 하는 고행으로 보면 된다. 안거 기간 동안 자신의 모순과 습관을 단박에 바로잡는 것은 매우 어렵지만 바로 잡으려고 노력하는 자체만으로 스님들의 생각과 행동이 바뀌게 되는 것이다.

안거 기간 동안 충실히 공부하면 분명히 다른 사고와 행동을 할 수 있게 된다. 자신의 내면을 찾고 잘못을 알아보는 동안거 공부를 통해서 보다 좀 더 나은 스님으로 성장하고 그래서 동안거 이후에는 나은 절 생활을 할 수 있는 것이다. 안거 결제 100일 동안 묵언 수행을 하는 스님도 있다. 스님들이 묵언 수행을 하는 이유는 묵언을 통해서 진정한 자신의 모습을 돌아보고 참 나 자신과 만나는 연습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참선하는 시간을 제외하면 차담과 포행을 하며 도반들과 담소를 나눌 수 있지만 묵언을 하게 되면 누구도 그 스님에게 말을 건넬 수 없으며 꼭 전해야 할 말이 있으면 메모를 통해 전달한다.

세속에 사는 거사와 보살은 물론 일반인들도 동안거에 들어가는 스님들처럼 이 기간에 자신을 뒤돌아보는 시간과 기회를 만들어 보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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