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주성-나의 듣기 평가 점수
진주성-나의 듣기 평가 점수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23.11.28 17:20
  •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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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위식/수필가·한국문인협회 수필분과 회원
윤위식/수필가·한국문인협회 수필분과 회원-나의 듣기 평가 점수

자신에 대한 지적은 누구나 듣기 싫어한다. 좋든 궂든 상관없다. 언행이든 결과물이든 평가 그 자체를 싫어한다. 스트레스를 받을 수도 있고 충격파에 의한 트라우마에 빠질 수도 있어 안 들었으면 한다. 어떤 작품에 대한 학술적인 주제나 논제를 제시하는 평을 받으면 조심스러워도 솔깃하게 들어줄 수 있으나 일상적인 언행에 대한 평이나 지적은 듣기 거북하다.

‘들으면 병이고 안 들으면 약’이라고 생각한다. 그렇지만 ‘들으면 약이고 안 들으면 병이다’가 옳다. 어느 누가 상대방을 위해 지적하거나 평하고 싶은 사람이 있겠나. 입 다물고 있으면 무난할 것인데 긁어서 부스럼을 만들까 봐 조심스러워한다. 비난이 아닌 비평이든 비방이 아닌 비판이라도 조언으로 받아들이지 않으면 안 하는 것만 못해서다.

지인이나 친구라 해도 용기가 아니고서는 쉽게 할 수 없다. 흠이든 결이든 잘못이 있어 지적할 정도면 남남으로서는 예사로운 사이가 아니든지 또 다른 깊은 정이 있어서가 분명한데 어떻게 받아들일지 염려되어서다. 상대를 위한 도움말이라고 생각하면 좋은데 경계심을 앞세우고 반격의 태세부터 취한다. 마찰이 생긴다. 지적이든 비평이든 마찬가지다. 평은 하기도 잘해야 하지만 듣기를 더 잘해야 한다. 친구나 남다른 지인 사이라면 ‘그랬었어?’ ‘그런 거야?’ ‘그런 경우도 있었어?’ 라거나 아니면 ‘내가 잘못 안 거야?’로 시작하면 무난하게 대화가 이루어지지만, 같잖게 여기거나 고깝게 듣는다면 단절이고 파국이다.

순자 수신 편에는 ‘나의 잘못을 지적하는 사람은 나를 깨우쳐주는 스승이지만 나에게 아첨하고 아부하는 사람은 도적이니라.’ 했다. 견해의 차이를 인정하고 수긍이야 하든 말든 우선 받아들이는 자세가 중요하다. 사회관계망에는 온갖 댓글이 달린다. 익명의 댓글에는 신경 쓸 일이 아니다. 도적이 얼굴을 가리지 스승은 얼굴을 가리지 않는다. 걸러서 받아들이면 재고의 기회이고 성찰의 과정인데 말로는 쉬워도 감정 없이 받아들기도 쉬운 일은 아니다.

나이 육십이 되면 귀가 순해져야 한다고 이순이라고 했다. 시달림과 터득의 반복이 깨우침으로 숙성되기 위한 과정이 그만큼 길었다는 뜻이다. 뭇 사람과의 만남에서 오는 온갖 부딪침이, 의사소통의 수단인 말하고 듣기에서 일상적으로 일어난다. 소리를 듣는 귀가 둘인데 가슴으로 듣는 귀는 네댓 개 되었으면 좋겠다. 나의 듣기 평가 점수는 어느 정도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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