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재연의 지식재산 나들이-지역 특산물의 지식재산으로서의 가치와 보호
주재연의 지식재산 나들이-지역 특산물의 지식재산으로서의 가치와 보호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23.11.29 17:10
  • 14면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주재연/경상국립대학교 지식재산융합학과 교수
주재연/경상국립대학교 지식재산융합학과 교수-지역 특산물의 지식재산으로서의 가치와 보호

발명에 대한 특허, 외관에 대한 디자인, 예술과 관련된 저작권 등 외에도 전통적인 지식이나 문화도 지식재산 보호의 영역이 될 수 있을까? 기존의 특허나 저작권 등의 지식재산권 보호 대상 외에 신지식재산보호 대상으로 거론될 수 있는 것이 지리적 표시이다. 경남과 관련해서는, 산청곶감, 창녕양파, 남해마늘, 함안수박, 남해창선고사리, 밀양얼음골사과, 하동녹차 등이 지리적 표시로 등록되어 있다. 경남의 축제, 음식, 문화 속에서도 우리는 소중한 지식재산을 발굴할 수 있고, 또 보호될 수 있도록 지식재산제도를 활용할 수 있다.

terroir라 불리는 프랑스적 개념은 음식과 와인은 토양, 기후, 문화 그리고 전통에 의해서 그 맛과 질이 결정된다는 것이다. 제품이 생산되는 마을·도시·지역 나아가 국가를 표시하는 지리적 표시는 제품의 시장성에 영향을 미치며 매우 가치 있는 상업적 자산이 될 수 있다. 소비자들은 특정 지역에 기반한 제품에 대하여 가격을 더 지불하더라도 해당 제품을 선택하는 경향이 있으며, 이는 지리적 표시가 도용되거나 위조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의미할 수 있다.

오랜 기간 지리적 표시 보호 문제는 국제적으로 프랑스·이탈리아 중심의 구대륙과 미국·호주 중심의 신대륙 국가 사이의 뚜렷한 입장 차이로 합의점을 찾기 어려웠다. 국제 무역 거래가 활발해지면서 지리적 표시 보호는 국제 조약을 통하여 논의되었으며 파리협약·마드리드 협정 및 리스본 협정에서의 논의를 거쳐 1994년 TRIPs 협정을 통하여 지리적 표시(Geographical Indication)라는 용어가 처음 사용되었다.

TRIPs 협정으로 프랑스·이탈리아를 중심으로 한 구대륙과 미국·호주 중심의 신대륙 진영의 합의가 이루어졌지만, 유럽 국가들은 지리적 표시에 대한 강한 보호를 요구하고 있다. 유럽 국가들은 전통과 문화를 보호하는 방식으로서 지리적 표시제도를 강화하려는 입장이고 미국의 경우에는 시장에서의 자유경쟁 등을 보다 중요시 여기는 입장이라고 볼 수 있다. 국내에서는 위에서 살펴본 유럽의 지리적 표시 보호에 대한 별도의 제도와 미국과 같은 방식의 상표법 체계 내에서의 보호 제도 모두를 도입하였다고 볼 수 있다.

한편,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전통음식인 ‘한국김치’ 보호를 위하여 ‘김치산업 진흥법’이 마련되어 있다. 중국 등 해외 기업이 자국에서 만든 김치에 ‘한국’, ‘KOREA’를 사용하지 못하도록 하고자 마련된 것이다. 그런데 김치는 유럽의 포도주나 치즈 등과 달리 하나의 원재료가 아니라 여러 가지 원료가 사용되고 주재료인 배추, 고춧가루 등이 국산으로 공급되는 것이 현실적으로 어려워 주원료가 국내산을 충족하지 못해 오히려 한국에서 만들어진 김치가 수출시 ‘한국’, ‘KOREA’ 표시를 하지 못하게 되는 문제가 발생된 바 있다. 이러한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농산물 가공품의 원재료 및 생산 특성을 반영하여 국내 농산물의 보호를 현실화 할 수 있는 지리적 표시 등록제도의 운용이 필요하다.

한편, 지리적 표시는 한 명의 개인이나 한 기업이 소유권을 가지고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해당 요건을 충족시키는 단체원들이 함께 사용할 수 있는 것으로 지리적 표시 등록 후 관리 및 사용과 관련하여 해당 품질이 유지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최근 충남 홍성의 지역명이면서 특산품인 ‘광천김’ 지리적 단체표장은 그 등록이 취소되었다. 지리적 표시 혹은 지리적 단체표장은 단일한 주체가 아닌 조건에 부합하는 단체 가입자들이 공동으로 사용하게 됨에 따라 그 품질이 균일하게 유지될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관리되어야 하는 측면이 일반적인 상표보다도 훨씬 더 요구되는 것이다.

지역의 혁신 산업과 더불어 지역의 고유한 특산물과 전통 역시 지식재산으로 보호될 수 있다. 우리가 ‘한국김치’를 보호하지 않으면, 어느 순간 너도나도 “캘리포니아 스타일 한국김치’, ‘중국식 김치’ 등의 표현을 쓰면서 소비자들 사이에 ‘한국김치’ 만의 고유한 특성이 인식되지 않게 되고, 결국 한국김치의 전통적 방식과 문화적 가치는 후세대에게 이어질 수 없게 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