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주성-방하착(放下着)
진주성-방하착(放下着)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23.12.03 17:24
  •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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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봉 대종사/진주 여래사 주지·전 진주사암연합회 회장
동봉 대종사/진주 여래사 주지·전 진주사암연합회 회장-방하착(放下着)

불교 용어에 ‘방하착(放下着)’이라는 말이 있다. 방하착은 손을 내려 밑에 둔다는 뜻으로 흔히 ‘내려놓아라’, ‘놓아 버려라’라는 의미로 불교 선종에서 화두로 삼는 용어이다. 방하착이라는 것은 인간의 마음속 깊이 자리하고 있는 탐욕을 버림으로써 무소유를 통한 인간의 자기회복이라는 의미를 지닌다.

방하착은 마음속에 한 생각도 지니지 말고 텅 빈 허공처럼 유지하라는 뜻을 담고 있다. 텅 빈 마음, 즉 마음의 실재를 일컫는다. 중국 당나라 때 엄양 스님이 조주 스님에게 물었다. “한 물건도 가지고 오지 않았을 때, 그 경계가 어떠합니까?” 이에 조주 스님이 “내려놓거라(방하착)”라고 말했다. 그러자 엄양이 “한 물건도 가지지 않았는데 무엇을 방하착합니까?”라고 다시 묻자 “그러면 지고 가거라(착득거, 着得去)”라고 대답했다.

이 대화를 보면 엄양이 질문하려는 마음, 즉 마음속에 아무것도 없다는 인식 그 자체도 내려놓으라는 뜻이 담겨 있다. 더 이상 버릴 것이 없을 만큼 완전히 내려놓는 것을 말하는데, 이러한 경지에 이르면 인간의 고통에서 벗어나 자유로워질 수 있다는 것이다.

세상에 내려놓아야 할 것이 많지만 시기심과 욕심도 내려놓아야 할 것들이다. 시기심은 남이 잘되는 것을 샘내고 미워하는 원초적 마음이고 질투는 다른 사람과 비교하여 샘내고 미워하고 싫어하는 마음이다. 우리의 삶을 불행하게 하는 요소 중 하나는 원초적 감정인 시기심과 어느 대상에 대한 질투에서 비롯된다. 특히 시기심은 자기 자신 뿐 아니라 상대방까지 망가트리게 된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내면에 불안과 분노, 억압, 시기심과 질투 욕심이 가득 차 있다. 내면에 시기심과 질투, 가득한 욕심을 안고 살아감을 알아차린다면, 내려놓을 수도 있다. 내려놓는다는 것의 더 큰 의미는 다른 사람이 잘 되기를 바라는 것이다.

인생은 흘러가는 것이 아니라 채우고 또 비우는 과정의 연속이다. 무엇을 채우느냐에 따라 결과는 달라지며 무엇을 비우느냐에 따라 가치는 달라진다. 사람이 자꾸 욕심을 부려 채우기만 한다면 그 그릇은 넘치거나 깨지기 쉽다. 또 비우지 않으면 끊임없이 괴로움만 남는다. 인생은 누구나 ‘공수래 공수거(空手來空手去)’이다. 하지만 채우고 비우는 방하착과 착득거라는 선택은 우리에게 많은 의미를 시사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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