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사는 이야기-이 시대의 자만심과 열등감(1)
세상사는 이야기-이 시대의 자만심과 열등감(1)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23.12.10 17:34
  •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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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창동/수필가
김창동/수필가-이 시대의 자만심과 열등감(1)

대명의 21세기에 천하에 우스운 꼴이 두 가지 있다. 하나는 자만심에 빠져 거들먹거리는 꼴이요, 다른 하나는 열등감에 사로잡혀 고개를 푹 숙이는 꼴이다. 천하에 한심한 꼴이 두 가지가 있다. 역시 하나는 자만심으로 똘똘 뭉쳐 헛기침하는 꼴이요, 다른 하나는 열등감에 절어 한숨을 쉬는 꼴이다. 자만심과 열등감이 우습고 한심스러운 것은 그것들이 모두 자기의 본 모습과는 거리가 있는 허상을 끌어안고 있기 때문이다. 허상의 얼굴을 세상에 내밀고 거드름을 피우거나 의기소침해 하니 코미디도 그런 코미디도 없다. 세상 사람들은 그 허상을 알고 있는데 그 앞에서 허상인 줄도 모르고 얼굴을 내미니 어찌 우습고 한심하지 않을 것인가.

그런 모습은 개개의 사람에게서만 찾아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국가와 민족을 단위로 해서 봐도 그런 우습고 한심한 꼴을 볼 수 있다. 우리 민족은 과연 어떤 모습을 하고 있을까. 어떤 허상을 끌어안고 있을까.

먼저 자만심을 보자. 우리 민족은 부끄러운 줄도 모르고 자만심의 허상을 내밀며 살아왔을까. 아니다. 대대로 자만심의 흔적은 별로 찾아볼 수 없다. 어느 민족처럼 자기들이 유일하게 하느님의 선택을 받은 민족이라며 선민의식에 사로잡힌 적도 없고, 자만심을 주체하지 못해 남의 나라를 침략한 적도 없다. 오랑캐라 하여 이웃 민족들을 경시하기는 했다. 그러나 선민의식에 사로잡혀 모든 이웃을 이유 없이 경시한 것은 아니다.

자기들 이득을 위해 이 땅에 대한 침략을 일삼고, 평가의 잣대가 되는 문화적 수준이 낮았기에 그렇게 불렀을 뿐이다. 남을 괴롭히기 좋아하는 못되고 질이 낮은 이웃을 나무라고 경시하는 것은 자만심의 발로가 아니라 정당한 평가요, 필요한 자기주장이다.

우리 민족은 타민족을 침략해 괴롭힌 적이 거의 없다. 늘상 침략을 받아왔고, 그것을 물리쳤을 뿐이다. 자만심의 허상에 사로잡힌 민족들은 거개가 침략을 일삼는다. 침략을 통해서 자만심의 허상을 만족시키고 이득을 취하려 하기 때문이다. 세계사는 자만심에 사로잡힌 민족들의 침략사라 할 수 있을 만큼 그들이 유발시킨 피로 얼룩져 있다. 그러나 우리에게는 타민족을 침략한 그런 역사가 거의 없다.

문화에 대한 자부심은 컸지만, 그것이 질 낮은 자만심으로 떨어지지 않았고, 동방예의지국이라 불릴 만큼 예의를 숭상했지만 그것이 우리만 예의를 아는 민족이라는 자만심으로 전락하지도 않았다. 자만심에 빠져 자기 과시욕에 사로잡히거나 남을 경시하고 괴롭히기는 커녕, 널리 인간을 이롭게 하겠다는 홍익인간 사상으로 스스로를 담금질해 왔을 뿐이다. 자만심의 늪에 빠지지 않는 이런 민족은 그리 흔한 게 아니다. 우리가 자부심을 갖고 자랑할 수 있는 민족의 장점이다.

그러면 열등감은 어떨까. 지난 역사를 돌아보면 우리는 결코 열등감으로 위축되는 그런 민족은 아니었다. 사대라는 것은 있었다. 주로 중국을 대상으로 한 것이었는데, 강한 세력을 가진 나라를 섬기면서 나라의 안녕을 구하는 태도였다. 그러나 힘이 지배하던 시대에 그것을 꼭 열등감의 표현으로 볼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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