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유언이나 묘비명이 남긴 교훈(41)
칼럼-유언이나 묘비명이 남긴 교훈(41)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23.12.19 09:51
  •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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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경익/전 경상국립대학교 토목공학과 겸임교수

전경익/전 경상국립대학교 토목공학과 겸임교수-유언이나 묘비명이 남긴 교훈(41)


▶대(對)노르웨이 전선의 호(壕)를 시찰하던 중 총탄을 맞고 쓰러진 스웨덴 국왕 찰스 12세(1682~1718·36세, 재위:1697~1718·21년):검술에 능하였으며 15세 때인 1697년에 즉위, 18세 때인 1700년 러시아와 대 북방 전쟁을 일으켜 나르바 전투에서 크게 이겼다. 후에 폴란드와 작센을 꺾는 데 7년의 세월을 보냈고 1708년에는 다시 러시아로 돌렸으나, 폴타바 전투(지금의 우크라이나)에서 러시아군에 패한 후 오스만 제국으로 망명하였다.

거기서 스웨덴군을 이끌려 하였으나, 전쟁이 계속되면서 스웨덴은 발트해의 지배권을 잃고 말았다. 33세 때인 1715년에 스웨덴으로 돌아왔으나, 1718년 11월 30일 현 노르웨이의 할렌에서 포위 공격을 감시하던 중, 유탄에 맞아 전사하면서 “아무렇지도 않다!”는 유언을 남겼다. 그의 사후에 스웨덴은 적국들과 화평을 맺었고, 찬란하게 빛나던 스웨덴 제국 시대가 끝나고 말았다. 36세의 젊은 나이이지만 과히 왕 다운 유언이로다.

▶러시아를 탈바꿈시킨 표트르 대제(大帝:1672~1725·53세, 재위:1682~1725·43년):10세 때 이복동생과 이복누나와 함께 정무를 보다가 17세 때 실권을 쥐었다. 25세 때인 1697년에는 서유럽 사절단을 파견하면서 자기 자신도 사절단의 일원으로 서유럽 각국을 여행하며 견문을 넓혔고, 귀국하여 러시아의 모든 관습·풍습에 일대 개혁을 단행하였다. 1700년 스웨덴과 북방 전쟁이 벌어져 21년이나 싸움이 계속되었으나 잉그리아·에스토니아·리보니아 등을 정복했다. 그는 강했으며 거칠었다. 유서 깊은 귀족들과 권력을 놓고 줄다리기를 했으며, 처형이나 유배를 내린 이들의 반란에 대비할 수 있도록 크렘린의 병사들을 훈련 시켰다.

부패한 관리들을 모두 쫓아냈으며, 게으른 수도사들을 징계했다. 새로운 역법(曆法)을 시행했으며 국민들을 계몽시키기 위해 덥수룩한 머리와 수염을 금지 시켰다. 그는 발트해에서 흑해 지역까지 지배하게 되었으며 전쟁터에서 그는 항상 선봉에서 싸웠다. 1724년 11월 말, 병사들을 태운 배가 뒤집어지려 하자 가슴까지 차오르는 얼음장 같은 물에 누구보다 먼저 뛰어들었다. 52세의 그에게는 무리였다. 후유증으로 이듬해 생을 마감하면서 “하나님께서 내 죄를 용서해주시길 바랍니다. 나의 국민들을 위해 좋은 일을 하려고 노력했던 것은 바로 선함 때문이다”라는 유언을 남겼다. 용감한 애국자다운 군주였다.

▶먹다가 죽은 폴란드의 왕 아우구스트 2세(1670~1733·63세, 재위:1709~1733·24년):173cm의 키와 113kg의 몸무게로 352명의 자식을 낳았다고 전해지는 왕은 건달이자 바람둥이이며 어렸을 때부터 자신 안에 존재하던 ‘전쟁에 대한 갈망’을 늘 느꼈다고 한다. 그는 ‘나의 유일한 소원은 전쟁에서 얻는 명성이다’라면서 무모할 정도로 프랑스와 네덜란드·스웨덴·러시아 그리고 터키와 전쟁을 치렀다. 그는 거대한 식탐 때문에 당뇨병 환자로 6시간 동안 과식을 하다가 쓰러져 숨을 거두면서 “머릿속이 매우 혼란스럽구나”라는 유언을 남겼다.

▶죽음에게 명령한 왕 프리드리히 빌헬름 1세(1688~1740·52세, 재위:1714~1740·26년):독일의 부국강병책을 강행했으며 상비군 양성에 전념하여 ‘군인의 왕’으로 불렸다. 독일 제왕 중에서 그보다 더 권위주의적인 군주는 없었다. 부패를 바로 잡고 나태한 교육자들을 숙청했다. 화려한 궁정 생활은 절제했으나 끝없이 먹고 마셔대는 대식가였다. 그로 인해 통풍과 수종과 천식으로 발전했다. 애연가였다. 그 당시 담배는 엄청나게 높은 세금이 부과되었으나 담배는 건강에 아주 좋은 것으로 인식되었기 때문이다. 그러던 어느 날 포츠담의 한 성(城)에서 침상에 누워 임종을 기다리다가 의사에게 물었다. “내가 얼마나 더 살 수 있겠는가?” 의사가 대답했다. “30분 정도로 사료됩니다. 이미 맥박은 멈췄습니다.” 왕은 팔을 높이 뻗으며 “왜들 우느냐? 짐을 영원히 살아야 할 사람으로 생각하고 있었나? 짐은 이제 죽는다. 맥박이 멈춰선 안 돼! 죽음이여! 난 네가 두렵지 않아!”라는 유언을 남기고 숨을 거뒀다. 과연 제왕다운 유언이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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