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위식/수필가·한국문인협회 수필분과 회원
윤위식/수필가·한국문인협회 수필분과 회원-겨울비이번 주 내내 전국으로 비가 올 거라는 예보가 있더니 이틀째 비가 내린다. 겨울 가뭄에 때맞춰 온 단비란다. 비가 그치면 기온이 뚝 떨어져 매섭게 얼어붙지는 않을지 걱정스럽다. 농작물을 다 걷어 들였는데 겨울비가 뭔 단비일까 싶은데 그게 아니란다. 나무도 잎이 다 떨어졌고 풀도 말라버려서 겨우내 그대로 견딜 건데 왜 비가 필요한지 모르겠다고 했더니 초목의 뿌리에 충분한 수분이 있어야 서릿발이 서도 얼어 죽지 않고 겨울나기를 잘할 수 있단다.
끝났든지 멈췄든지 한 것 같은데 초목의 겨우살이가 성장이 멈췄지 활동이 멈춘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뭐 숨죽이고 그대로 있다가 봄이 오면 움이 트면 되는 거지 뭘 엄동설한에 오돌오돌 떨면서 활동하지? 했더니 그게 봄으로 이어지는 과정이란다.
사랑의 열매가 앞가슴에 붙고 김장 나누기 소식이 들리고 온정의 손길이 어떻다느니 하는데 왜 스쳐 가는 바람 소리로 들리는 걸까? 저출산이 어떻다느니 하는 소리는 귀에 딱지가 앉았다. 그런데 교육부가 초등학교 통폐합에 칼을 빼 들었다는 뉴스에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대한민국의 수도 서울이 초등학교 학생수가 1년 사이에 수만 명 가까이 줄었단다. 올해 초등학교 입학생은 40만1752명이었는데 내년 초등학교 입학생은 30만명대로 떨어질 것이란다.
젊은 세대의 밀집 지역인 서울이 이렇다면 지방은 어떻게 되나. 지역소멸이라는 신조어에 익숙해졌다. 결혼적령기의 젊은이들 1/4 이상이 결혼하지 않겠단다. 준비가 안 됐다는 이유가 과반이고 그 과반은 준비조차 포기했다는데 이대로 둬서는 안 될 일이다. 준비만 되면 하겠다는 뜻으로 안 하는 것이 아니라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결혼을 할 수 없다는데 저출산의 대책이 뭔들 소용이 있나. 은둔형 외톨이들은 또 어쩔건가? 지구상에서 제일 먼저 소멸될 나라가 우리 대한민국이란다. 내로라하는 세계인류학 학자의 견해다. 귀 밖으로 들을 소리인가? 겨울비가 나목의 봄을 꿈꾸게 한다. 젊은이들이 목말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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