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주성-동지(冬至)에 팥죽을 먹는 이유
진주성-동지(冬至)에 팥죽을 먹는 이유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23.12.17 17:04
  •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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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봉 대종사/진주 여래사 주지·전 진주사암연합회 회장
오는 22일은 동지(冬至)다. 24절기 중 밤의 길이가 가장 길다는 동지는 예로부터 선조들이 작은 설로 여길 정도로 중요한 절기였다. 그 속에는 우리 민족의 고유한 정신문화가 녹아 있기 때문이었다. 동지에는 음기가 가장 강하고 귀신이 몰려든다는 속설에 고사를 지내고 팥죽을 나눠먹는 관습이 이어졌다. 이는 새해를 앞두고 묵은 기운을 떨치고 새 희망을 만들자는 의미와 함께 어려운 이웃을 보살피는 나눔 문화를 알리는 의미를 담고 있다.

동지가 되면 팥죽을 쑤어 먹는다. 이는 동지두죽(冬至豆粥)·동지시식(冬至時食)이라는 오랜 관습에서 유래했다. 팥죽은 팥을 고아 죽을 만들고 여기에 찹쌀로 단자(團子)를 만들어 넣어 끓인다. 단자는 새알만 한 크기로 만들기 때문에 ‘새알심’이라고 부른다. 새알을 먹으면 나이를 한 살 더 먹는다고 하는데 마음의 나이를 먹어 시근(始根) 즉 근본이 들어가는 사리를 가길 줄 아는 철이 들어가고 나를 알아가는 지금 여기 이 자리에서 깨어 있는 자각하는 삶을 사는 것이다.

팥죽은 이제 먹고 싶을 때 언제든지 먹을 수 있는 음식이 됐지만 과거에는 동짓날에만 먹던 별식이었다. 동지를 지나야 한 살 더 먹는다고 전해오는 풍속이 있었다. 조상들은 동짓날 팥죽을 쑤고 뱀 사(蛇)자를 써 벽이나 기둥에 거꾸로 붙여 더이상 악귀가 못 들도록 기원했다. 조상들은 양(陽)을 상징하는 붉은색의 팥을 통해 음(陰)의 기운인 잡귀를 물리칠 수 있다고 믿었다. 건강을 지키고 액운을 쫓기 위해 붉은색으로 동지팥죽을 먹었고 팥죽을 먹지 않으면 병에 걸린다고 생각했다.

사찰에서는 동지를 전후해 팥죽 불공을 올려서 조상에 대한 잡귀가 침범치 못하도록 했다. 절마다 동지법회를 통해 밤이 짧아지고 낮이 길어지기 시작하는 동지의 의미를 다시 새기며 불제자로서의 몸가짐 마음가짐을 새삼 가다듬었다. 우리가 동지법회에 동참하여 기도를 드리는 목적은 세간의 유한한 행복과 더불어 출세간의 무한한 행복인 안락을 위해서이다. 복된 생활이란 어두운 마음을 몰아내고 광명을 찾아 밝은 삶을 살고자 하는데 있다고 할 수 있다.

소승의 여래사에서도 동지를 맞아 신도들이 새알을 빚고 팥죽을 쑤어서 신도들은 물론이고 이웃과 함께 공양을 하면서 액운을 물리치고 소원을 빌 예정이다. 동지팥죽을 나누면서 액운을 멀리 내쫓고 행운이 가득해지기를 기원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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