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우담의 ‘시가 흐르는 길’-안부를 묻고 싶다
박우담의 ‘시가 흐르는 길’-안부를 묻고 싶다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23.12.17 17:04
  •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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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우담/시인
박우담의 ‘시가 흐르는 길’-안부를 묻고 싶다

실안으로 노을이 몰려든다
여러 개의 안부가 궁금한 오후
노을 뒤끝엔 한 번도 틀린 적 없는
저녁이라는 대답이 있다
얼굴이 물들고 싶다면
기다리는 대답이 있다면
실안 노을에게 물어보라
흐린 날 저녁을 데려오는 법 없는 노을은
오늘도 맑은 날이었다고 붉게 탄다
수만 빛이 일제히 물속으로 가라앉고
수평선을 끌고 고깃배들은 항구로 돌아들 간다
분명 바다에도 길은 있는데
출항과 귀항이 오고 간 흔적이 없다
그건 다 노을의 노선을 타는
하루의 끝을 위한 것
다시는 바닥치는 일 없을 거라고
오늘은 맑은 날이었다고
희망하는 것들에게
또 한 번 즐겁게 속아보라고
실안 노을, 세상의 한쪽으로 몰려와
저녁의 입구를 환하게 밝히고 있다

(안채영의 ‘실안 노을’)

오늘 소개할 작품은 2023년 레지던스프로그램 지원사업 작품집 ‘삼천포愛 빠지다’에 소개된 안채영 시인의 ‘실안 노을’이다. 안 시인은 문학사상으로 시단에 나와 마루문학회 회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작품집 ‘삼천포愛 빠지다’는 입주작가의 작품과 초대작가의 작품 그리고 학생작품이 실려 있고, 시민들의 글솜씨와 초대작가의 강의록도 선보이고 있다.
사천시 실안동에 관광객이 모여든다. 윤슬이 빛나는 바닷가의 모습은 아름답고 신비로운 장관을 선사한다. 바닷가에서 아니면 횟집에서 창을 통해 바라보이는 바닷가 이 아름다움에 마주할 때, 경이롭고 놀랍다는 감정을 느낄 수 있다. 붉게 물드는 바닷가에 어디서 왔는지 모를 발자국이 분주하다. 올 때마다 분위기가 달라지는 바닷가. 특정 장소를 떠올리면 가족이나 친구들의 ‘안부’가 문득 궁금해진다.
윤슬이 빛나는 바닷가는 환상적인 분위기를 자아낸다. 그 아름다움과 선명한 색감은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하는 로맨틱한 순간을 상상케 한다. “여러 개의 안부가 궁금한 오후” 노을을 바라보며 해변을 산책하던 이들이 생각난다. 우리는 서로의 일상을 공유하고 소통함으로써 우정이 깊어질 수 있다. 그들이 안전하고 행복한지, 어떻게 지내고 있는지 안부를 묻고 싶다.
“노을 뒤끝엔 한 번도 틀린 적 없는/ 저녁이라는 대답이 있다.” ‘노을’을 보면 우리는 평온함과 안정감을 느끼곤 한다. 특히, 바닷가에서 노을을 보면 그 감정이 더욱 강해진다. 그 빛이 여러 가지 색상으로 변하는 모습은 매우 로맨틱하고 아름답다. 이러한 모습은 우리에게 꿈과 희망을 심어주며, 그 순간을 함께하는 이들과의 연인 또는 가족과의 소중한 추억을 만들어준다.
안채영은 “기다리는 대답이 있다면/ 실안 노을에게 물어보라”고 말한다. 실안 바다와 횟집과 노을이 생각난다. 해안에서는 물거품이 날아오르고, 갈매기들이 수면을 스치며 가로지른다. 바닷가의 풍경은 무한한 평화와 자유로움을 상징한다. 또한, 등대를 바라보면서 현재와 과거, 희망과 절망이 뒤섞이는 삶을 뒤돌아보게 한다. 바다는 보는 이로 하여금 일상에서 벗어나 여유로움을 느끼게 해준다.
시인들은 작품에서 자신만의 길의 이미지를 상상하고 은유한다. “바다에도 길은 있는데” 안채영은 어떤 ‘길’을 걷고 있을까 궁금하다. “출항과 귀항이 오고 간 흔적이 없다/ 그건 다 노을의 노선을 타는/ 하루의 끝을 위한 것 ”어부들은 큰 바다에서 돌아온다. 횟집의 수족관으로 노을이 모여들고 사연 다른 안부가 북적거린다. 우리는 또 어느 길로 허우적대며 가야 하는가.
안채영 시인의 ‘실안 노을’에서는 배고프면 횟집 생각이 나고, 달콤한 애인에게 달려갈 수 있고, 우산과 술잔을 구할 수 있을 것 같다. “희망하는 것들에게/ 또 한 번 즐겁게 속아보라고” 한다. 작품을 읽고 속아보기로 한다. 하지만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지만, 안부와 함께 ‘저녁’은 다가오고 있었다. 등대 불빛은 꺼졌다가 뭉그러졌다가 삼천포愛 빠졌다.
입주작가들과 함께 도자기 체험, 선진성과 다솔사 문학기행을 마친 안 시인의 얼굴이 생각난다. 길을 걸으면서 포착한 이미지가 시인의 시편에서 다가오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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