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권/산청 동의보감 한의원 원장-겨울철 유행하는 독감

최근 겨울 추위가 기승을 부리면서 독감에 걸리는 인원이 지난해보다 3배 이상 증가했다는 통계가 나왔다. 아직도 끝나지 않는 바이러스와의 싸움이다. 지금은 오히려 코로나보다 독감과 감기의 위협이 커지고 있다. 감기와 독감을 흔히 같은 질환이라고 생각할 수 있는데, 원인과 병의 경과가 전혀 다른 질병이다. 감기는 200여개의 서로 다른 바이러스가 원인이 되지만, 독감은 인플루엔자바이러스에 의해 발생한다. 독감은 노인, 영유아, 만성질환자에게는 폐렴으로 진행하기가 쉽고 중증 합병증으로 진행될 수 있는 확률이 높기 때문에 예방 및 치료에 유의해야 한다.

흔히 독감에 걸렸을 때 골든타임 내에 항바이러스제인 타미플루를 투여하면 치료 기간을 줄이고 합병증 위험을 낮출 수 있다고 알려져 있다. 서양의학에서는 항바이러스제와 함께 해열제, 진통제 등을 처방해서 증상 조절에 초점에 맞춰서 약을 처방한다. 그런데 항바이러스제인 타미플루의 주요성분인 "시킴산"의 원료는 사실 "팔각회향"이라는 한약재이다. 팔각회향은 대회향이라고도 불리는 열매로 중국에서 많이 쓰이는 대표적인 약재이다. 국내에서는 독성이 있어 신중하게 사용하고 있다. 하지만 항바이러스 효과가 뛰어나므로 통증을 줄여주는데 매우 효과적이다. 최근 유행 중인 마라탕의 "마라"의 성분이기도 하다.

이처럼 독감의 대표적인 치료제로 알려진 타미플루의 주성분이 한약재라는 사실은 한약이 감염병의 치료제로써 뛰어나다는 사실을 입증해주고 있다. 한의학은 수천 년 전부터 감염병에 대처하기 위한 치료의학으로 많이 쓰여 왔다. 일본과 중국에서는 지금도 독감 등의 감염병 치료 시 한약을 많이 사용하고 있다. 한약은 증상을 치료하면서 몸의 전반적인 밸런스를 맞춰주고 체내에서 바이러스와 싸워낼 수 있는 힘을 길러주는 면역계 반응력을 향상시켜주므로 병증이 치료되고 또한 회복되는 데에 효과적인 약이다. 실제로 한약을 복용했을 때 환자들의 발열 시간을 연구한 결과를 보면, 한약을 복용하지 않은 환자들의 발열 시간보다 한약을 복용했을 때 환자들의 발열시간이 더 짧았다. 한약은 병증 단계에 적합한 약리작용이 되도록 알맞게 처방한다면 해열작용도 뿐만 아니라 바이러스 증식을 억제하여 독감 증상을 빠르게 완화 시킬 수 있다. 또한 부작용이 거의 없기 때문에 어린이나 만성질환자 대상으로 한 치료제로도 탁월하다.

단, 약을 복용하는 것만큼이나 중요한 것이 있다. 바로 충분한 휴식과 수면이다. 그리고 건조한 공기로 호흡기가 민감해지지 않도록 충분히 가습을 해서 호흡을 편안하게 할 수 있도록 해주어야 한다. 외부의 찬 기운을 방어할 수 있도록 목을 따뜻하게 해주는 것도 좋다. 감기에 자주 걸리는 편이라면 호흡기 증상이 생기기 전에 기관지를 튼튼하게 해 줄 수 있는 건강한 음식이나 차 등을 미리 챙겨주는 것도 도움이 된다. 특히 한의학에서 호흡기 질환에 주로 쓰이는 "길경"이라 불리는 약재는 바로 도라지다. 도라지는 기침과 가래를 없애는 성분이 있어 항바이러스 및 항산화 작용이 뛰어나다. 한의학연구원에서는 국산 밤꿀이 항바이러스 효과를 가지고 있다고 발표했다. 예전부터 따뜻한 꿀차를 먹으면 목이 편해지고 기침에 좋다는 인식이 있어왔다. 실제로 벌꿀에는 다양한 영양성분이 있으며 바이러스를 없애는 항균 작용도 탁월하다.
또한 서양에서는 감기를 예방하는 차로 ‘뱅쇼’를 마시는데, 와인에 과일과 계피를 넣고 끓이는 차다. 계피는 한의학에서 감기 증상에 굉장히 많이 사용하고 있는 한약재로 항염 효과가 뛰어나다. 계피나 생강, 배, 꿀 등을 넣고 나만의 건강차를 즐겨 마시는 것도 목을 따뜻하게 해주면서 외부의 차가운 기운이 들어오지 않도록 각종 호흡기 감염병을 예방하는 역할을 해줄 수 있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