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흥남철수작전 희망의 크리스마스 항해(2)
기고-흥남철수작전 희망의 크리스마스 항해(2)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23.12.21 17:29
  • 15면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조우주/전 국방정신전력원 전문연구원
조우주/전 국방정신전력원 전문연구원-흥남철수작전 희망의 크리스마스 항해(2)


12월 8일, 맥아더 장군은 흥남 철수 명령을 하달했다. 국군과 미군이 철수한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자유를 찾아 나선 피난민 10만여 명이 순식간에 흥남 부두로 몰려들었다. 새카맣게 몰려드는 피난민에 항구는 발 디딜 틈이 없었다. 하지만 군 병력과 장비, 물자를 철수하기에 수송선은 넉넉하지 못한 상황이었다.

피난민을 외면할 수 없었던 국군 1군단장 김백일 장군을 포함한 지휘관들과 미 10군단 민사부 고문 현봉학 박사는 미 10군단장 에드워드 알몬드 장군에게 피난민들을 배에 태워줄 것을 간절히 호소했다. 그 결과, 군인과 민간인이 보여준 강한 의지에 미군은 피난민과 함께 철수하기로 결정했다.

12월 15일, 영하 20~30도를 오르내리는 추위와 눈보라 속에서 병력과 장비를 실은 상륙함이 출항하며 철수 작전이 시작됐다. 이후 축차적으로 미군 수송선 190여 척이 동원돼 피난민 수송이 이어졌다. 흥남부두에서 승선과 출항이 이어지는 동안 중공군은 맹렬한 공격으로 압박을 가해 왔지만, 국군과 유엔군은 함포사격을 포함한 모든 화력을 동원해 저지했다.

이번 철수작전에는 메러디스 빅토리(Meredith Victory)호도 투입됐다. 당시 빅토리호는 정원 60명 중 승조원을 제외하고 탑승할 수 있는 사람은 고작 13명에 불과했다. 하지만 레너드 라루 선장은 ‘배에 실려 있던 무기를 모두 버리고 눈에 보이는 사람은 한 명도 빠짐없이 태워라’라고 지시했다.

선장의 명령에 따라, 빅토리호에서 군수물자를 버리고 피난민을 태우는 데에만 약 10시간이 넘게 소요됐다. 마침내 12월 23일, 빅토리호는 승선 가능 인원 2000명을 초과한 무려 1만4000여 명의 피난민이 탑승해 출항했다.

출항한 지 이틀 후인 12월 25일, 빅토리호는 거제도 장승포항에 닻을 내렸다. 혹독한 추위와 굶주림을 견디며 목숨을 건 피난민들의 항해였다. 항해간 희생자는 단 한 명도 없었고, 오히려 5명의 새 생명이 탄생했다. ‘크리스마스의 기적’이었다. 이렇듯 흥남철수작전에서 한 척의 배로 가장 많은 생명을 구한 빅토리호는 기네스북에 등재돼 세계 역사에 길이 남았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