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주성-부끄러운 1위
진주성-부끄러운 1위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23.12.26 18:40
  •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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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위식/수필가·한국문인협회 수필분과 회원
윤위식/수필가·한국문인협회 수필분과 회원-부끄러운 1위

우리나라가 OECD 38개국 가운데 1위를 차지하는 부분이 자살률, 저출산, 노인 빈곤, 노인 취업률 등이다. 영광스럽지 못한 1위다. 먹고살 만한 세상이라는데 왜 이런 결과가 나오는 것일까? 넘쳐서 탈이고 남아서 처치 곤란인데 뭔 소린가 하는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도시마다 고층 건물들이 빼곡하게 자리 잡아 바늘 하나 꽂을 틈새도 없이 하늘을 찌를 듯이 치솟았고, 도로마다 차량은 넘쳐나고 국제공항은 평일에는 북새통이고 연휴면 아수라장이며, 관광지마다 휴양시설은 시즌 전에 예약은 이미 끝이 났고, 대형매장의 계산대 앞에는 카트기를 밀며 줄을 섰고, 이름난 음식집 앞에는 번호표를 쥐고 하염없이 순서를 기다려야 하고, 대중교통은 언제나 만석이며, 명품 구매는 몇 달 전에 주문해도 될까 말까고, 가전제품 등 생활용품은 새것인지 헌 것인지 분간도 안 되는데 골목 어귀에 나앉았고, 멀쩡한 옷가지들은 헌 옷 수거함에서 넘치고, 온갖 식자재며 먹다 남긴 음식물 쓰레기는 넘쳐서 처치 곤란이고, 씻기 싫고 삶기 싫어 일회용이 넘쳐나고, 초등학교 복도에는 우산이랑 신발이랑 유명브랜드 옷가지도 안 찾아가서 처치 곤란이며, 연예인의 행사장엔 예매공고가 뜨자마자 순식간에 동이 나고, 전국은 철도 없이 방방곡곡이 축제의 천국으로 운집하는 인파는 인산인해로 넘쳐나서 밀고 밀려서 사고 날까 위험천만인데 뭐가 부족하고 뭐가 모자라서일까?

어디 이뿐인가? 교육열과 교육 수준은 어떤가? 집집이 학사 석사 한 집 건너 박사여서 학력도 넘쳐나서 저마다 똑똑하여 의논도 필요 없고 물어볼 일도 없어 너 없어도 내 사는 데는 아무 문제가 없으니까 서로가 엮이지 말자며 나눔도 필요 없고 공유도 소용없어 친분은 옛말이다.

물자와 학식, 이쯤이면 행복 지수 1위가 돼야 하는데 왜일까? 어떤 그들을 빼놓고 우리가 사는 세상의 실상이다. 자살, 저출산, 노인 빈곤, 노인취업, 본인의 원해서가 아니고 어쩔 수 없는 상황이 문제다. 은둔형 청년이 늘고 노인들이 일자리를 찾아 헤맨다.

우리나라 가구 중위소득을 2998만 원이라고 했다. 이의 50%인 1499만 원을 넘지 않으면 빈곤이라고 본다는데 월 소득으로 따지면 124만여 원이다. 노인 아닌 젊은 세대도 이에 못 미치는 가구가 수두룩하다. 부끄러운 1위, 2024년 새해에는 벗어나기를 간절히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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