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재연의 지식재산 나들이-12월에 되돌아보는 지식재산제도
주재연의 지식재산 나들이-12월에 되돌아보는 지식재산제도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23.12.27 17:27
  •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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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재연/경상국립대학교 지식재산융합학과 교수
주재연/경상국립대학교 지식재산융합학과 교수-12월에 되돌아보는 지식재산제도

한 해의 마지막 달이 되면, 지나간 날에 대한 회고와 다가올 앞날에 대한 전망 및 계획의 시간을 가지기 마련이다. 개인적 성장을 위한 저마다의 성찰의 시간이 필요하듯, 보다 나은 제도와 정책을 위해서도 제도적· 정책적 과제를 짚어보는 과정과 이에 따른 실천적 전략이 필요할 것이다. 지식재산제도와 관련한 국제기구로는 세계지식재산기구인 WIPO(World Intellectual Property Organization)가 있는데, WIPO 역시 인류가 당면한 글로벌 난제를 지식재산의 관점에서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기본적으로 지식재산제도는 진정한 창작자를 보호함으로써 산업의 발전을 도모하며, 궁극적으로 인류의 풍요로운 삶을 위한 제도라 할 수 있다. 공개되지 않고 비밀 유지를 통하여 보호되는 노하우·영업비밀과 달리, 특허제도는 특허 출원한 발명이 반드시 공중에 공개되도록 하여 누구든지 기술 연구 및 개발에 출원된 발명 내용을 활용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공개의 대가로서 특허권자에게 독점권이라는 시장에서의 강력한 권리를 부여하는 것이다. 이렇듯 특허제도는 인류 전체를 위해 이로운 측면을 갖고 있지만, 한편으로는 가진 자와 선진국을 위한 제도라는 비판도 받는다. 선진국들은 자국의 기술 및 산업을 보호하는 보호무역의 수단으로서 지식재산제도를 활용하여 왔다는 것이다. 이제, 이러한 비판을 넘어 글로벌 난제를 해결할 혁신을 견인하는 제도로서 거듭나기 위한 성찰과 그에 따른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인류 전체가 상호 연결된 글로벌 문제, 예를 들어 전 세계로 전염·확산되는 팬데믹과 같은 인류 건강의 문제, 기후 변화 및 식량 안보 등과 관련된 전 지구적 문제에 대하여 지식재산제도는 어떻게 기여할 수 있을까? WIPO GREEN은 국제환경기술이전 온라인 플랫폼이다. 이는 선진국의 우수한 환경 기술이 개도국에 효율적으로 이전될 수 있도록 돕는다.

기후 변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우리 모두가 일하고, 생산하고, 소비하는 방식을 바꿔야만 하며, 특히 발명자와 기업은 지속가능한 혁신과 그린 이노베이션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WIPO GREEN은 환경을 보전하는 기술 적용의 가속화에 공헌하기 위하여 기술 제공자와 기술 희망자를 연결하기 위하여 환경 관련 기술 이전 온라인 플랫폼을 제공한다는 구체적인 사명 하에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였으며, 특히 일본은 WIPO GREEN 프로젝트에 적극 동참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일본 이외에도 170여개국이 WIPO GREEN에 동참하고 있으며, 환경에 대한 지속적 해결방안을 기술을 통하여 모색하고 있다.

인류의 건강에 대한 문제는 어떠할까? 말라리아(Malaria)와 결핵(Tuberculosis)은 무시되는 열대병으로 거론된다. 말라리아 백신이 실제 생산되기까지는 30년 이상의 시간이 걸렸다고 하나, 코로나19의 백신은 개발되고 1년도 채 되지 않아 사용이 승인되고 생산되었다. 말라리아에 대한 효과적 백신 개발은 말라리아 기생충의 복잡한 생물학적 특성에 기인한다고도 하지만, 자금 조달에 대한 어려움과 개발에 대한 긴박감의 부족 문제도 거론된다. WIPO는 세계보건기구인 WHO, 그리고 세계무역기구인 WTO와 삼자 협력 구축을 통하여 지식재산이 인류 건강에 기여할 수 있는 방안을 지속적으로 논의한다.

케임브리지대 장하준 교수는 지식재산제도가 사다리 걷어차기 측면이 있음을 비판 한 바 있다. 사다리를 걷어차 다른 사람이 올라오지 못하도록 방해하는 제도라는 것이다. 이러한 시각도 분명 일리가 있지만, 기술 혁신을 통한 인류의 행복 증진에 지식재산제도가 기여했다는 점도 사실이라고 본다.

한 해를 돌아보듯, 늘 고민하는 지식재산제도에 대해서도 되돌아보게 된다. 산업을 발전시키고 진정한 창작자가 보호되어 시장에서의 경쟁적 우위를 가질 수 있게 하는 지식재산제도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글로벌 난제를 해결하기 위한 지식재산제도의 모습도 함께 그려지게 되는 올 해의 마지막 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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