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민칼럼-성난 사회
도민칼럼-성난 사회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24.01.11 12:14
  • 14면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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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희지/지리산문화예술학교(지리산행복학교) 교무처장

신희지/지리산문화예술학교(지리산행복학교) 교무처장-성난 사회


미국시간으로 7일 제81회 골든글로브 시상식이 있었다. 1943년에 설립된 할리우드 외신기자협회에서 수여하는 상이다 보니 영향력이 높아서 아카데미상의 전초전이라고도 불리는 권위 있는 상이다. 2020년에는 봉준호 감독이 영화 ‘기생충’으로 외국 영화상을 받기도 하고 2021년에는 영화 ‘미나리’가 미국 자본으로 만들어졌으나 한국어가 많다는 이유로 외국 영화상을 받아 무엇이 미국영화인가? 논란이 일기도 했다. 그러나 여전히 올해도 시상식은 진행되었고 이번에는 미국으로 이민 간 한국계 이성진 감독이 극본을 쓰고 연출까지 한 ’성난 사람들(원제 BEEF)‘이 TV 미니시리즈 부문에서 작품상을, 한국계 배우인 스티븐 연이 남우주연상을 받는 등, 드라마 출연진들 대부분이 한국계 사람들이어서 국내에서도 기쁜 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제목에서 알 수 있듯 정말 화가 많이 난 사람들이 영화에 나온다. 주차장에서 사소한 다툼으로 시작되는 남녀의 싸움이 서로 복수에 복수를 진행하며 주변 사람들까지 엮여 사건 사고로 이어진다. 드라마는 코미디로 분류되는데 웃기기보다는 슬프게 보인다. 가볍게 보기보다 많은 생각이 들게 하는 드라마다. 출연자들이 아시아계 이민자들이 대부분이지만 이민에 대한 이야기가 아닌 인간 본연의 ‘화’에 대한 문제를 다루고 있다. 인간은 본래 희노애락(喜怒哀樂)의 감정을 지니고 사니 기쁘고 화가 나고 슬프고 즐거움을 갖는 것이 지극히 당연하다. 문제는 왜 우리는 어느 한 감정을 제어하지 못하는가, 이다.

요즘은 화를 참지 못하는 이들을 가리켜 분노조절장애라고 한다. 의학적으로는 ‘간헐적 폭발성 장애’라 부른다. 사소한 일에도 크게 화를 내거나 상황에 맞지 않게 고함을 치고 야단을 하며 공격적인 태도를 보이는 것이 특징이다. 문제 해결을 분노의 표현으로 처리한다. 더 주변을 힘들게 하는 것은 이 대책 없는 분노가 반복적이다. 더 광폭해지면 ‘묻지마 범죄’까지 다다른다.

그런 사회에서는 불안이 우울을 조장하고 그 우울이 분노를 발생하는 딜레마로 빠지게 한다. 미래를 간섭받는 아이들의 불안이 친구를 괴롭히는 왕따 분위기를 만드는 것이다. 분노를 받는 대상은 자기보다 약한 이에게 그 분노를 쏟게 되어있다. 결국 쏟아낼 수 없을 때 자신에게 향한다. 자살자가 많은 우리 사회는 이미 성난 사람들이 가득하다.

그런데 정말 무서운 것은 분노를 조장하는 사회다. 자신이 가진 분노를 교묘하게 타인에게 이입시킨다. 혹은 자신이 가지고 싶은 것을 위하여 대립을 조장한다. 유튜브나 SNS에서는 수많은 혐오의 말들이 넘쳐나고 있다. 가장 심각한 것이 다 아는 것처럼 정치권이다. 실제 양당의 공약을 보면 탈이념화 되어 가는데 사람들에게는 진영논리로 편을 가른다. 이에 그치지 않고 자신과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은 이 세상에서 없어져야 한다고 부추기기까지 한다.

그 정점이 결국 야당 대표를 피습하는 테러에까지 이르고 말았다. 이 무시무시한 상황이 제대로 파악되고 단죄되지 않으면 어느 쪽이든 또 당할 수 있다. 이런 정치적인 테러는 진영의 문제가 아니다. 죽지 않았으니 된 것 아니냐고, 혹시 자작극 아니냐고, 조롱과 비아냥거림이 난무하고 본질과 다르게 지방의료를 무시했다는 쪽으로 몰고 가는 행태는 위험하다. 어쩌다 우리는 이런 상황마저도 자신의 정치적 견해에 따라 사람의 생명은 안중에도 없는 인성이 되어버린 걸까!

하지만 이럴수록 눈 밝고, 마음 밝은 이들이 중심을 가져야 한다. 정치는 정치인에게 맡겨놓고 일상을 열심히 살아내다가 그 정치인을 뽑는 일에 밝은 잣대를 가지면 된다. 요즘 정신 건강을 지키려면 뉴스를 보지 말아야 한다고들 한다. 세상 살면서 화날 일 천지겠지만 정치적인 일로는 그만 화를 냈으면 싶다. 화가 나면 분노의 표현을 하는 것이 아니라 논리와 설득의 힘을 갖는 것이다. 진짜 성(화)은 그렇게 내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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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헌 2024-01-10 17:59:31
니나 잘하세용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