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주성-범종각(梵鐘閣)을 낙성하고
진주성-범종각(梵鐘閣)을 낙성하고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24.01.14 16:19
  • 14면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동봉 대종사
동봉 대종사/진주 여래사 주지·전 진주사암연합회 회장-범종각(梵鐘閣)을 낙성하고

소승의 여래사에서는 지난해 동짓날 범종각(梵鐘閣)을 낙성했다. 범종각은 불교 사찰에서 범종을 두는 당우를 일컬음이다. 여래사 범종각에는 신도들의 원력으로 만들어진 범종이 자리하고 있다. 범종각 글씨는 추사체 서법을 고수하는 하동의 여류 서예가 도원(陶苑) 박성아 선생이 쓰신 것이다.

보통 사찰에서는 새해를 범종 소리와 함께 시작한다. 새해에는 33번의 종을 친다. 33번의 타종에는 불교적 의미가 담겨있다. 33천은 우주의 중심인 수미산 정상의 도리천을 상징한다. 그곳에는 제석천(帝釋天)을 비롯한 33천이 주석하고 있다. 이들은 수명이 무한하고 병이 없으며 항상 행복하다. 그래서 새해에 울리는 33번의 타종은 33천에 살고있는 그들처럼 모두 행복해지기를 바라는 여망이 담겨있다.

사찰에서는 새해뿐 만 아니라 아침저녁으로 범종을 친다. 범종을 치는 것은 같지만 의미는 다르다. 범종의 소리는 더 깊고 심원하며 축복이 아니라 그 자체로 수행이다. 불교에서 범종은 지옥 중생을 구제하기 위한 자비의 성물이다. 스님들은 범종을 아침 28번, 저녁 33번을 친다. 28번은 욕계, 색계, 무색계 등 3계를, 그리고 33번은 우주의 꼭대기인 도리천을 상징한다. 범종의 울림은 곧 부처님의 법음이다. 그 소리가 삼계와 33천까지 두루 퍼져 모두가 성불하기를 기원한다.

스님들은 범종을 칠 때 게송을 읊는다. 지옥 중생을 위한 축원이 담겨있다. “원컨대 이 종소리 법계에 두루 퍼져서 철위산 아래 어두운 지옥 다 밝게 하고, 지옥·아귀·축생 삼도의 고통을 벗어나며 칼산의 지옥고통 없애주어 모든 중생이 깨달음을 이루게 하소서.”

범종은 법고(法鼓), 목어(木魚) 운판(雲版)과 더불어 불교의 사물(四物) 가운데 하나다. 범종은 불교의 사물 중에 소리가 가장 멀고 길다. 깊은 울림이 지옥 끝까지 닿아 고통 속에 몸부림치는 지옥 중생의 고통을 해소하고 깨달음에 이르기를 간곡히 기원한다. 그러므로 범종은 나의 행복과 안녕을 구하는 것이 아니라 지옥 중생의 고통을 생각하며 반드시 구원하겠다는 서원을 하는 도구이다.

범종의 신앙적인 의미는 종소리를 듣는 순간만이라도 번뇌로부터 벗어날 수 있다고 믿는 데 있다. 따라서 종소리를 듣고 법문(法門)을 듣는 자는 오래도록 생사의 고해(苦海)를 넘어 성불에 이를 수 있다는 사실을 처사와 보살들은 물론이고 일반인들도 유념했으면 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