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천벌을 받을 자식
기고-천벌을 받을 자식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24.01.16 14:42
  •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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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개모/합천군 문해강사
정개모/합천군 문해강사-천벌을 받을 자식

한 해가 지나가는 시점에서 올해 나의 효행은 얼마만큼인지를 뒤돌아보며 이에 한 토막을 이야기해 본다. 옛날 어느 고을에 황부자 부부가 살고 있었다. 이들은 아들 형제를 두었는데 어찌나 욕심이 많든지 하루도 평온한 날이 없었다. 어느덧 황노인 부부가 노쇠하여 아들 형제를 불러놓고 아주 공평하게 재산을 나누어 주고 황노인 부부는 세습적으로 큰아들과 함께 살게 되었다. 그런데 큰아들은 자기 몫이 적다고 늘 불만이다.

황노인 부부는 날로 더해가는 큰아들의 학대에 못 이겨 작은아들 집으로 갔다. 그러나 역시 마찬가지, 작은아들도 자기 몫이 적다며 늘 불평하고 모질게 부모님을 학대하여 도저히 참지 못한 황노인 부부는 가출하여 거지꼴로 문전 박대 부지기 구걸로 연명하게 되었다. 어느 겨울 엄동설한에 사흘이나 굶은 황노인 부부가 인근 부잣집 대문 앞에 엎드려 배 채울 거라면 아무거라도 좀 달라고 애원을 하는데 그 집 안방마님 曰 우리도 연명 중이라 먹을 것이 없으니 썩 나가라고 짜증스레 소리치는 것이다.

마침 이웃에 사는 박씨 부부가 이 광경을 보고 황노인 부부를 집으로 모셔와 이렇게 말한다. “우리 부부는 자식도 없고 부모도 없으니 어르신 내외분을 오늘부터 양 부모님으로 모시겠습니다. 허락하여 주십시오.”하고 말하는 것이다. 이에 황노인 부부는 너무도 감사하여 승낙하고 걸인이 된 경위를 박씨에게 말해 주었다. 어느 날 박씨 부부는 들녘에 나가고 황노인 부부가 집에 있을 때 건장한 청년이 찾아와 목이 마르다며 물 한 모금 달라고 하였다.

이에 황씨 부부는 그 청년에게 등에 맨 봇짐을 잠시 내려놓고 좀 쉬었다 가라고 하였으나 그 봇짐은 최참판이 임금님께 바치는 중요한 보물이라 지체할 수 없다며 거절하고 봇짐에 손도 대지 못하게 말하였다. 이때 황노인은 우리는 그 봇짐의 보물보다 더 큰 보물이 있다면서 행복한 내면을 표시하면서도 무슨 보물인지 알려 주지는 않았다. 이에 청년은 한양가는 길목 주막집마다 들러 무슨 보물인지 궁금하고 자신의 봇짐보다 더 큰 보물이 무엇일까 하는 의문이 생겨 너스레를 털어놓았다.

이 소문이 결국 욕심 많은 아들 형제에까지 알려지게 되자 형제는 박씨 집에 찾아가 주인을 부른다. 이에 황씨 부부가 나가 아들 형제를 맞게 되었는데 깜짝 놀라며 부모님 안부를 묻기는커녕 “아버지 이 집에 소중한 보물이 있다는데 무엇인지 보여 주세요.”하고 말하였다. 이때 황노인은 부모의 초라함은 뒷전이고 오직 재물 욕심만 가득한 아들 형제가 원망스러워 관가에 신고하였다.

고을 사또는 아들 형제를 불효죄로 다스리며 그들의 재산을 몽땅 몰수하여 남의 부모를 측은지심으로 효행한 박씨 부부에게 전수하고 황노인 아들은 거지가 되어 움막 생활을 하는데 부모된 황노인 부부는 그래도 자식인지라 연명할 정도만큼만 재산을 넘겨주고 박씨 부부는 양부모 황노인 부부에게 정성을 다하여 아름다운 효행의 본보기가 되었다.

여기서 우리는 재산은 죽을 때까지 두 손 꽉 잡고 있어야 하며 내 부모에게만 효도하는 것이 아니라 남의 부모께도 효도하면 하늘이 내려 주는 만복을 받고 불효하면 천벌을 받는 교훈을 알 수 있다. (孝行天福不孝天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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