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년에 맞이하는 어버이날
중년에 맞이하는 어버이날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3.05.02 19:12
  •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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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채/시인
부모되기는 쉬워도 부모 노릇하기는 어렵다는 말이 있다. 어버이날을 며칠 앞두고 생각이 많아지는 것은 이제 철이 들어간다는 것일까. “네 자식이 해주길 바라는 것과 똑같이 네 부모에게 행하라”는 소크라테스의 충고를 모르는 바는 아닐진대, 자신의 입장만 생각하고 부모의 마음을 헤아리지 못하니 부끄러울 따름이다.

우리는 옛부터 효의 사상을 으뜸으로 삼고 있다. 세상이 변해도 자식을 향한 부모의 사랑은 변함이 없건만 그 부모에게 효도하는 마음은 퇴색되어가는 느낌은 왜일까. 노자는 “불효보다 더 큰 죄은 없도다”고 했음에도 말이다.

자식의 입장보다 부모의 입장에서/ 사람과 사물을 생각하는 일이 점점 많아지고
자식의 불만보다 부모의 섭섭함이/ 더 절실해지는 나이, 이제서야 철이드나 봅니다
당신도 그러하셨지요/ 평생을 기다리는 희망이 바로 자식이 아니었던가요
당신의 작은 울타리 안에서/ 간간히 지나가는 발자욱소리에 귀 기울이며/ 무엇인가를 평생 기다리며 살지 않았던가요
아버지의 하늘이 그냥 높을 리 없고/ 어머니의 바다가 그냥 깊을 리 없으련만
그 높이에 닿을 수 없고/ 그 깊이를 볼 수 없으니/ 내가 부모 되어도 당신의 마음을 헤아리지 못합니다
당신의 소박한 웃음에는/ 날마다 자식을 향한 사랑이 흐르고/ 당신의 감춰진 눈물 속에서/ 나는 오늘도 신의 기도를 듣습니다
-‘중년에 맞이하는 어버이날’ 이채의 시-

내 안에서 늘 기도로 사시는/ 큰 사랑의 당신 앞에서는/ 나이를 먹어도 철부지 아이처럼/ 나는 언제나 키 작은 풀꽃입니다
당신의 손길이 실바람처럼 불어와/ 꽃송이 쓰다듬으며 머무시는 동안
당신께 다하지 못한 아쉬움의 눈물/ 여린 꽃잎 사이로 뜨겁게 흘러내립니다
나의 삶에 꽃씨를 뿌리고/ 당신은 흙이 되셨지요
나의 가슴에 별을 심고/ 당신은 어둠이 되셨지요
내가 파도로 뒤척일 때/ 고요한 바다가 되어 주시는 아버지
내가 바람으로 불 때/ 아늑한 숲이 되어 주시는 어머니
오늘은 어버이날/ 한 송이 카네이션의 의미를/ 그 붉은 꽃 빛의 의미를/ 정녕 가늠할 수 있을까요
다하지 못한 이 불효를 용서하세요/ 세월에 주름진 당신의 가슴으로/ 은혜의 꽃 한 송이/ 빨간 카네이션 편지를 띄웁니다
-‘어버이날에 띄우는 카네이션 편지’ 이채의 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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