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칼럼-죽곡국가산단 농성집회, 해법은 없나?
현장칼럼-죽곡국가산단 농성집회, 해법은 없나?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24.01.17 12:31
  •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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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원태/창원본부장(국장)
최원태/창원본부장(국장)-죽곡국가산단 농성집회, 해법은 없나?

지난해 9월부터 한겨울 내내 창원시 진해구 죽곡 국가산단 일원에서는 지역주민들의 시위 농성이 끊이지 않고 있다. 산단 내 K조선과 ㈜오리엔탈마린텍 정문 앞 야외텐트와 급기야 산단을 끼고 도는 해안을 따라 해상시위를 불사한 주민들의 반란은 간절하고 참담할 지경이다.

주민들은 지난 1999년 STX조선해양(현 케이조선)과 오리엔탈정공(현 오리엔탈마린텍)을 시행사로 한 국가산업단지 조성으로 환경피해 보상과 이주대책이 불가피한 상황에 몰렸다.

조선소 담벽과 맞닿은 이곳은 2000년대 무렵엔 주거의 기능을 상실했다는 진단이 내려졌고 주민들은 30년이 넘도록 쇳가루와 페인트 분진, 소음, 악취 등 환경피해를 고스란히 감수해 왔다.

이를 보다 못한 당국과 산딘 측은 지난 2012년 이주단지 조성계획을 세워 2015년 진해구 명동 산104 일대에 면적 16만 7701㎡ 이주단지를 준공할 계획이었으나 조선업의 불황으로 뒷전에 밀린 채 답보상태에 놓인 상태다.

참다못한 주민들은 산단의 시행사 측에 당초 약속된 환경권과 생존권을 요구했지만 여러 가지 형편으로 여의치 못한 모양새다.

이에 주민들은 날로 피폐한 환경을 견디다 못해 삼삼오오 짝을 지어 산단 앞으로 모여들기 시작했고, 그들이 처한 상황을 목 놓아 절규했으나 현실은 여전히 냉엄했다는 하소연이다.

산단이 들어서기 전 이곳 죽곡과 수치마을의 수려한 경관과 사람들의 인심은 소문이 날 정도였으나 피폐해진 환경만큼이나 외래인의 발길이 끊어지고 주민들의 마음은 황량하고 거칠어지는 듯했다.

한겨울의 서릿발 내리는 날씨 속에 기약 없는 농성집회가 거듭되던 중, 지난 1월 11일 죽곡 선착장에는 줄지어 선 주민들이 피켓을 들고 환경오염을 규탄하고, 조선소가 들어선 해안을 따라 25척의 어선이 해상시위에 나서기도 했다.

이에 해당 업체 측은 “이처럼 악의적인 제보, 민원, 시위를 반복하는 것은 사실과 다르며, 오로지 금전적인 이익을 얻기 위한 것”이며 “죽곡마을 환경피해보상금은 이미 종결된 부분”이라는 냉소적인 반응을 나타내 주민들의 울분을 샀다.

아직은 그 진위가 가려지진 않았지만 주민들의 주장이 전혀 사실무근한 것 같아 보이지 않는 것은 상당 부분 관계 당국의 단속이 진행되거나 구체적인 내용을 담고 있어, 그 진위 여부에 따라 적잖은 파장이 예상된다.

그러나 관련 기업은 진해구를 대표하는 명실상부한 중견기업으로서 지금까지 진해구의 경제발전에 상당한 기여를 해 왔으며, 실업자 구제와 인력 창출에 기여한 공이 적지 않음을 간과해선 안 된다.

그들이 일궈 온 공적만큼 이 일대 환경은 오염에 노출되고, 본의 아닌 탈, 편법 선상에 오를 수밖에 없지 않았을까 싶다. 따라서 문득 이들의 융성함이 주민들이 받는 피해와 비교되는 수치로 나타날 수도 있지 않을까 싶다.

최근 이주대책위원회는 행정 및 사법당국이 위치한 창원지방법원 또는 진해구청, 진해경찰서 등지에서 본격적인 농성 집회를 예고했다. 이런 속에서 해당 기업은 주민들의 피해가 인지되면 그에 상응한 보상을 할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피해 주민들과 합의를 도출할 개연성이 없지 않다.

따라서 지금 서로에게 필요한 것은 소모적인 논쟁이나 대립각이 아닌 따뜻한 화해와 포용이 아닐까 싶다. 서로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 각기 처한 상황을 공유하며 ‘공생’의 길을 모색함이 피차에게 유익할 성싶다.

더욱이 관계 당국은 지역주민의 인간답게 살 생존권과 환경권을 살피는 일에 인색해선 안 되며, 조기의 안정적인 안착을 위해 행정력을 동원해야 한다. 이들 또한 시민이고 국민이지 않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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