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영주 칼럼-귀주와 노량의 북소리
장영주 칼럼-귀주와 노량의 북소리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24.01.18 14:51
  •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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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영주/국학원 상임고문·화가
장영주/국학원 상임고문·화가-귀주와 노량의 북소리

최근 국민들이 열광하는 두 인물이 있다. 한 분은 고려의 문신이자 장군이고 다른 한 분은 근세조선의 장군이다. 문하시중 강감찬(948년~1031년)과 충무공 이순신 장군(1545년~1598년)이다. 각각 드라마 ‘고려 거란 전쟁’과 김한민 영화감독의 ‘노량-죽음의 바다’의 주인공이다. 70세에 비로소 무인이 된 강감찬 장군과 노량에서 전사한 이순신 장군이 엮어가는 의리와 배신, 승리와 패배, 삶과 죽음, 어둠과 빛이 펼쳐진다. 두 분과 측근의 인연들은 약 6백년을 두고 한반도를 다녀가신다. 우리 역사의 삼대 대첩으로 고구려 을지문덕의 살수대첩, 고려 강감찬의 귀주대첩, 근세조선 이순신의 한산대첩을 꼽는다. 그 중 귀주와 한산대첩을 일구어 낸 분들이 바로 강감찬 장군과 이순신 장군이다.

거란은 만주로부터 서역에 이르는 광대한 땅을 지배하던 당시 세계 최강국이었다. 거란의 성종(972년~1031년)은 1018년 12월 소배압에게 10만 대군으로 고려를 침공하도록 명령한다.

고려도 거란의 3차 침공을 예상, 20만 군대를 육성하고 상원수 강감찬 장군이 총지휘를 맡는다. 침입 후, 거듭된 패전으로 다시 압록강을 건너 돌아가려는 소배압의 거란 대군과 곱게 보낼 리 없는 고려의 대군이 귀주에서 맞붙는다.

이어 연주에서 승리한 강민첨 대장군의 1만 4천기의 기병이 거란의 중심부를 향해 돌격한다. 거란군은 참패하고 압록강을 향하여 패주하나 강민첨 대장군과 기병이 반령까지 추격하며 섬멸전을 펼치니 수 천 명만이 겨우 살아 돌아간다.

귀주대첩은 자원과 인구수에서 항상 열세인 우리의 전쟁사에서 공성전이 아닌 평지에서 벌어진 최후의 대승이었다. 현종의 결단과 상원수 강감찬의 절묘한 전략과 제 장졸들의 죽음으로 맞이한 승리이었다. 거란은 고려에게는 구걸하다시피 평화협정을 요청한다. 고려도 실리적인 외교력을 발휘하니 이후 동아시아는 백 년간의 평화를 누린다.

1598년 11월, 정유재란의 끝자락, 오직 이순신 장군만이 기꺼이 최후의 전투에 임한다. 본국으로 도주하려는 일본군을 관음포에 몰아놓고 완전하게 격멸할 마음을 굳힌다. 사실상 상관인 명 제독 진린과도 연합함대를 파하는 갈등을 마다하지 않고 최후의 결전을 설계하고 이루어 간다. 선조까지 원치 않는 마지막 전투를 승리로 이끌고 결국 겨울 바다에서 전사하신다.

여해 이순신 장군은 결국 적국인 일본 명치해군의 스승이 되면서 세계 해전사에 길이 남는 지휘관으로 인정받는다. 두 분은 비할 바 없는 큰 공을 쌓은 무인이지만 동시에 일가를 이룬 문인이기도 하다. 장원급제하여 문관으로 관직을 시작한 강감찬은 70세가 되어서야 군인이 된다.

호사가들은 강감찬을 고려의 이순신, 이순신을 조선의 강감찬이라고도 부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두 분은 크게 다른 점이 있다. 신하 된 자로 한결같은 마음으로 주군을 모셨건만 위로부터는 정반대의 처우를 받았기 때문이다. 그저 그런 관리로 오랫동안 지방을 떠돌던 강감찬은 말년이 되자 현종의 전폭적인 인정을 받는다.

거의 모든 대신들이 거란에게 땅을 떼어주고 항복하자고 하나 홀로 항전의 뜻을 꺾지 않는다. 결국 임금인 현종에게 인정받아 고려군의 총사령관에 임명된다. 현종은 귀주대첩 후에는 직접 영파역까지 마중 나와 여덟 송이 금꽃을 강감찬의 머리에 꽂아 준다.

정세가 안정되자 일인지하 만인지상의 문하시중에 오른다. 강감찬은 생사가 오가는 전시에도 현종이 믿고 의지하는 신하이었다. 그러나 이순신은 상승 장군임에도 선조는 질투하고, 의심하고, 핍박하며 모든 것을 빼앗으려고 하였다. 그럼에도 목숨이 사라지는 순간까지 신하의 도리를 다하고 백성을 자신처럼 아끼고 사랑한 이순신 장군이었다.

노량에서 이순신 장군은 생사를 넘나들며 북을 쳐 아군의 사기를 높여준다. 그 북채를 온 국민들이 받아들고 크게 쳐 울려야 한다. 결코 꺾이지 않는 마음으로 한 사람 한 사람, 북채를 들고 온 힘을 다하여 북을 치자. 그 북소리는 뜨거운 심장의 박동이 되어 영원히 이어져 갈 것이다. 귀주 벌판과 노량 파도를 휘몰아치던 바로 그 북소리이다. 둥둥둥! 둥둥둥! 둥둥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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