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우담의 ‘시가 흐르는 길’-한계를 넘어선 도전
박우담의 ‘시가 흐르는 길’-한계를 넘어선 도전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24.01.21 12:33
  •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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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우담/시인
박우담의 ‘시가 흐르는 길’-한계를 넘어선 도전

그는 오래된 미래에서 와
다시금 더 먼 미래로 떠나는 중이라고 한다
이 사이에
느닷없이 내가 지나갈 수도
끝없이 오르내릴 지평선과
울퉁불퉁해지는 수평선을 마주 보며
앞뒤 없이 걷거나
바람에 머리채 내맡기거나
이해하지 않는 말들을 듣고 또 들어도
결국에는
한순간 고개를 끄덕이게 되는
그 사이에 나와
그는
이를테면
아무도 모르는 노래를 부르며
어변성룡도나 길상도 자수를 놓는
꿈을 꾸는
풍성한 밤을 맞이할 수도 있는

(정이경의 ‘노마드-어떤사람’)

오늘은 계림시회 회원인 정이경 시인의 ‘노마드’를 준비했다. 작품을 보면 얼마나 산을 좋아하고, 트래킹 코스를 찾아 시인이 길을 떠나는지 알 수 있다. 계림시회는 경남에서 활동하는 1957년생 닭띠 친구들로 구성되어 있다. 최영욱, 이월춘, 이상옥, 이달균, 우원곤, 박우담, 김일태, 김경식 시인 등이 회원으로 있다. 얼마 전 여덟 번째 사화집 ‘첨삭의 시간’을 펴냈다.

정이경은 산을 즐겨 찾는 시인이라고 널리 알러져 있다. 주로 홀로 산을 오른다. 그는 사색을 위해, ‘유목민적 사고’를 위해 산을 오른다. ‘노마드’는 라틴어로 유목민이다. 시각이 돌아다니는 세계, 장소를 떠나 자기의 존재를 위해 안주하지 않고 새롭게 창조하는 것이다.

“그는 오래된 미래에서 와/ 다시금 더 먼 미래로 떠나는 중이라고 한다” 시의 매력은 시인의 상상력과 은유를 통해 복잡한 감정과 생각을 표현하는 데에 있다. 시인은 단어와 구절을 사용하여 독자의 상상력을 자극하고, 은유와 비유를 통해 다양한 의미를 전달한다. 시적 상상력을 발휘하여 ‘미래’에서 더 먼 ‘미래’로 떠난다. 유목민들은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풀과 물을 찾아 다다. 인간은 상상력과 창의력을 가지고 있다. 미래를 꿈꾸는 것은 상상력을 발휘하고, 새로운 아이디어와 가능성을 탐구하는 과정이다.

프랑스의 철학자 ‘질 들뢰즈’가 제시한 노마드적 사고는 기존의 이분법적 사고방식을 넘어서며 융통성과 창의성을 강조한다. 사회, 정치, 문화 등의 다양한 분야에서 기존의 구조와 체계를 극복하고, 새로운 형태의 생각과 표현을 모색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정 시인은 킬리만자로, 안나푸르나, 와이나픽추 봉우리 등을 찾아다닌다. 높은 산을 찾고, 때론 몽골의 초원에서 또 다른 세상을 맛보고 자신을 되돌아보면서 ‘노마드적 사고’를 체험하고 있다.

세상에 혼자만이 할 수 있는 걸 발견하고 작품으로 풀어내려고 노력하고 있다. 시에서 중요한 것은 사유라 할 수 있다. 시가 무엇을 말하고 있는지, 사유에도 얄팍한 사유가 있고, 심도가 깊은 사유가 있다. 누구나 생각할 수 있는 사유를 이야기한다면 그것은 시에 대한 간절함이 없는 것이다. 자신이 발견한 것을 자기만의 어법으로 표현해야 한다.

지리산 천왕봉에 눈이 내리고 있다. 산중의 날씨는 변덕스럽다. 백무동계곡에서 하산한 이들이 버스를 기다리고 있다. 산을 오르고 계절의 변화를 느끼는 건, 새벽까지 공부하고 독서실을 나올 때처럼 성취감을 느낄 것이다. 사람들은 끊임없이 산을 오르내리고 있다. 등산의 매력은 무엇일까. 자신의 한계를 넘어서는 도전을 통해 자신감을 키울 수 있겠지만, 기회가 되면 산행을 즐기는 정 시인에게 물어봐야겠다.

대부분의 사람은 어떠한 규범들을 따라야 한다. 하지만 너나없이 이러한 방식에 얽매이고 싶어 하지는 않을 것이다. 정해진 틀 속에서나마 끊임없이 꿈꾸어 보는 일, 그리하여 변화를 시도하고 반응하면서 결국에는 새로운 ‘앎’을 얻게 된다.

‘어변성룡도나 길상도’는 결국 자신이 획득한 ‘앎’에만 머무르지 않고 타자들에게까지도 그러한 좋은 기운과 축복을 할 수 있는 힘, 새롭게 창조할 힘이 생겼으면 하는 바람이다. 아직 현실에 안주할 생각인지. 아니면 그 너머를 바라볼 것인지. 시인은 질문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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