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재연의 지식재산 나들이-1928년생 미키마우스의 저작권 만료에 따른 단상
주재연의 지식재산 나들이-1928년생 미키마우스의 저작권 만료에 따른 단상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24.01.21 12:33
  • 14면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주재연/경상국립대학교 지식재산융합학과 교수-1928년생 미키마우스의 저작권 만료에 따른 단상

1928년 탄생했던 초대 미키마우스의 저작권이 2024년 1월 1일 자로 만료되었다고 한다. 1928년생 미키마우스가 사적 소유권의 영역에서 이제 공공의 영역(public domain)으로 돌아갔다는 것이다. 사적 소유권과 공공의 영역에 대한 논의는 지식재산제도를 이해할 수 있는 관점이 되면서도, 이를 넘어 경제질서나 사회질서를 이해할 수 있는 기초적 개념틀이 될 수 있다.

토지의 소유권과 관련해서는 역사적으로 인클로저 운동이 많이 거론된다. 인클로저 운동은 미개간지나 공유지 등 경계가 모호했던 땅에 담장을 둘러쳐 소유권을 명확히 하는 것을 말한다. 본래 들·숲과 같은 공유지에는 누구나 양들을 방목할 수 있었지만, 15세기 영국에서 모직물에 대한 수요가 급증하여 양목 축지가 더욱 필요해졌고 공유지에 울타리를 쳐 이를 사유지로 전환시키게 된 것이다. 특허권을 형성하는 것은 토지에 울타리를 치고 사유지로 전환하는 과정과 비슷한데, 기술적 사상이라는 자신의 발명에 대하여 보호범위의 울타리를 치는 과정이 특허권의 설정 과정이다. 사적 소유권의 대상인 토지에 무단으로 침입한 자에게 소유권 침해의 책임을 묻게 되듯이, 설정된 특허권의 보호범위 내의 발명을 무단으로 실시한다면 특허권 침해의 책임을 지게 된다.

사적 소유권과 공공의 영역 문제에 대한 역사적 과정 외에, 경제학적으로 설명되는 개념으로 ‘공유지의 비극’에 대한 것도 있다. 예를 들어 농부는 공유지에 양을 방목하여 풀을 먹일 경우 더 많은 양을 방목하여 더 많은 양털을 판매하고자 한다. 그러나, 각 농부들이 너도나도 더 많은 양을 공유지에 방목하게 되면 공유지는 과도하게 방목되어 결국 공유 목초지는 황폐해지고 고갈되고 만다. 공통 자원의 과잉 이용에 의해 공유지의 비극이 발생되는 것이다.

오늘날 공유지의 비극은 환경문제 등에서도 나타난다. 그렇다면, 지식재산권의 문제에서는 어떨까. 지식재산권의 보호 대상인 발명이나 저작물에는 토지나 기타 유형적 물건과는 다른 특성이 있다. 일반적인 유형적 물건은 한 사람이 쓰면 다른 사람이 못쓰거나, 여러 명이 함께 쓸 경우 한 사람이 쓸 수 있는 몫은 줄어드는 특징인 경합성이 있다.

지식재산권은 그렇지 않다. 내가 듣고 있는 음악을 동시에 다른 사람들 여럿이서 들을 수 있다. 보이는 유형물에 대하여는 대가를 내지 않은 경우 그러한 무임승차적 소비를 막기가 비교적 쉽지만, 무형의 창작물에 대해 대가를 내지 않고 모방하거나 사용하는 것을 막는 것이 유형물보다 어렵다. 이러한 비경합성과 비배제성의 특징으로 인하여 지식재산은 공공재의 성격을 가지게 되고, 지식 재산이라는 자원의 효율적 창출과 보호를 위해 지식 재산제도라는 특별한 제도를 통하여 사적 소유권으로 보호를 해 주게 되었다고 볼 수도 있다. 결국, 우리 인간은 자원의 성격에 따라 사적 소유권으로 보호하기도 하고, 공공의 영역으로 두기도 하여 왔던 것이다.

지식 재산제도의 법경제학적 논의는 차치하고, 우리 생활의 주변을 둘러보면 공공의 영역의 역할에 대하여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도심의 공원이나 숲과 같은 공유지가 모두 사적 소유지로 전환될 경우 우리는 공원이나 숲을 자유롭게 이용하면서 누리는 생활의 활력이나 기쁨을 얻을 수 없을 것이다. 지식재산권의 영역도 마찬가지이다. 도심의 어느 공원에서 음악가가 자유롭게 저작권이 만료된 모차르트의 음악을 연주한다.

셰익스피어의 마음을 울리는 문구가 인용되어 오늘날에도 빛을 발하고 배우들이 자유롭게 셰익스피어가 쓴 희곡으로 연습을 한다. 창작물이 제대로 보호되는 영역뿐 아니라, 앞선 창작물을 바탕으로 자유로운 창작 활동이 허용되는 영역에서도 분명 풍요로운 창작의 세계가 펼쳐진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