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 디카시 광장-펴고 보니
수요 디카시 광장-펴고 보니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24.01.23 16:57
  • 14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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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_구수영/시인
디카시_최현우/시인

펴고 보니

 


담백한 여운

움켜쥘 땐 잔뜩
힘만 들어가더니
느낌이 좋다
내 것이 아니었다

_최현우
 

<해설>
저는 지난해 내내 치과에 다녔지요. 치과에 가는 일이 즐거운 사람 있을까요? 잔뜩 긴장하고 누워있는 제게 간호사가 자꾸 “몸에 힘을 빼라”라고 해요. 힘을 빼고 누웠다고 생각하지만, 어느새 뻣뻣해진 몸은 치료받는 시간 동안 치통은 그렇다 치고 어깨며 목에 통증이 와서 고생했습니다. 일상 중에 힘을 빼라는 말을 많이 하고 듣습니다. 수영을 배울 때도 서예를 배울 때도 힘을 빼야 잘할 수 있다고 하지요. 지난 12월 딸아이의 제안으로 가족사진을 찍었습니다. 머리모양도 만지고 화장도 하고 옷 색깔도 골라서 입고 사진관에 갔지요.


이런저런 포즈를 취하며 사진을 찍는데 웃는 모습이 자연스러운 남매와는 달리 우리 부부는 표정이 자연스럽지 않았어요. 분명 활짝 웃었는데 사진기사가 자꾸 웃으라고 합니다. 내 마음은 웃고 있는데 얼굴 근육은 힘이 들어가 웃는지 우는지 애매한 상황이 된 거지요. 글을 쓸 때도 그렇습니다. 시와 시작 노트를 읽어보면 어떤 경우 시작 노트가 훨씬 더 좋을 때가 있어요. 왜 그럴까요? 노자는 도덕경을 통해 “물 흐르듯이 부드러워라”라고 말합니다. 강하지만 부드러움과 유연함의 가치를 잘 알려주는 명언이지요. 삶을 살아가는 동안 우리는 수많은 문제 앞에 서게 됩니다. 삶이 꼭 계획대로 살아지는 게 아니잖아요.

어떤 노래 가사처럼 ‘어디가 숲인지 어디가 늪인지’ 우리는 전혀 모르고 길을 갑니다. 그래서 겸손이 필요합니다. 물이 흐르듯 유연하고 부드러운 자세가 강한 힘보다 더 큰 힘을 발휘할 때가 많습니다. 그래서 부드러움과 유연함은 겸손이고 지혜라고 생각합니다. 온몸에 힘을 빼보십시오. 내게서 불필요한 것들이 오늘 포착 시의 모래알처럼 빠져나갈 것입니다. 느낌이 참 좋지요 나를 힘들게 했고 삶을 필요 이상 무겁게 했던, 모두 내 것이 아닌 것들과 이제 헤어지는 겁니다.
 

글_구수영/시인
 

 

최현우 시인
* 시사모. 한국디학시학회 회원* 부산디카시아카데미 4기

 

 

 

 

 

구수영 시인
* 2018 계간 ‘시와편견’ 등단
* 시집 ‘나무는 하느님이다’, ‘흙의 연대기’ 출간
* 시집 ‘붉은 하늘’ 외 공저
* ‘제1회 한국자유문학상’, ‘시와편견 올해의 작품상’ 등 수상
* 시를사랑하는 사람들 전국모임, 한국디카시학회 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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