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고운 말을 사용하자
칼럼-고운 말을 사용하자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24.01.23 16:53
  •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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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산스님/진주시 문산읍 여래암 주지
범산스님/진주시 문산읍 여래암 주지-고운 말을 사용하자

불교는 막혀 있는 것을 뚫어내는 종교이다. 맺혀있는 것을 풀지 못한 것이 윤회다. 불자들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설법을 듣는 것이다. 설법을 듣는 순간, 깨달음과 변화가 오게 된다.

내가 좋게 변하면 사회가 밝아진다. 우리들 본래의 정서는 인정 많고, 적선을 최고의 가치로 여겨왔다. 지금은 각박한 시대가 되어, 자녀들에게도 많은 재산을 남겨준 것이 최고의 가치가 되어버렸지만, 우리라도 착하게 살아가는 것을 더 큰 공덕의 유산으로 남겨줘야 한다.

옛, 선비들은 가난하게 살지언정, 지식이 풍부하고, 교양과 도덕 윤리를 잘 갖추셔서 벼슬아치나 부자들을 부러워하지 않고, 자신에 대한 무한한 자긍심을 갖고 사셨다. 손바닥과 손등은 하나이다. 우리 마음에 부처와 중생이 함께 공존하며, 손바닥과 손등이 하나인 것처럼 번뇌와 지혜를 동시에 갖추고 있다. 만나면 기분 좋은 사람과 생각만 해도 기분 나쁜 사람이 있을 것이다. 좋은 대화를 나누면 기분 좋고, 서로 생각이 다른 대화에선 말다툼이 일어나기도 한다. 기분 좋은 사람이 있으면 기분 나쁜 사람도 있는 것이다. 기분 좋은 사람만 있길 바란 것은 애당초 불가능한 것이어서, 기분 좋은 사람만 있길 바라는 것이 바로 번뇌요, 망상이다.

말이 잘 통하는 사람이 있으면, 말이 통하지 않는 사람도 있다. 그것도 인과이다. 이것이 있으면 저것이 생기기 때문이다. 탐·진·치 삼독의 감정을 일으키지 말자. 갈등은 서로 자신이 옳다는 생각 때문이다. 내가 먼저 상대의 옳은 점을 인정해 주면, 내가 옳다는 것도 인정 받는다. 참새와 황새 다리가 길고 짧은 차이가 있어도, 그 또한 평등하다는 것을 인정해 주도록 하자.

큰마음으로 보면 ‘크다 작다’ ‘너다 나다’모두 있는 그대로 평등한 것이다. 나만 옳다는 생각은 나의 고집일 뿐이다. 조금 전에 본 강물은 벌써 바다로 흘러가고 없는 것처럼 조금 전에 본 사람들과 나의 모습도 흘러간 강물처럼, 모두 다 사라지고 없는데, 우린 이미 가버린 과거의 모든 것을 가슴속에 꽉 붙들고 있다. 그게 바로 번뇌 망상이다. 지난 일들을 모두 놓아버리는 것이 의식개혁이다. 사람들은 부드럽고 친절하고 착한 말을 하면 얕보일까봐, 독설로 거칠게 공격적인 말을 해야만, 얕보지 못한 것으로 알고, 폭언이나 욕설을 일삼는 것 같다.

예를 들면 ‘넌 순진한 거냐? 멍청한 거냐?’, ‘가방끈 짧고, 무식한 놈아’, ‘너희 집안은 무식한 집안이라 어쩔 수 없다’ ‘나이 값 좀 해라, 한글이나 똑바로 써라’ ‘무식한 놈아!’ ‘역겹다’ 등 세상은 이렇게 거칠고, 허풍 천국, 거짓 천국이며, 막말을 일삼는 독설 천국이 되어간다.

좋은 말은 행복하고, 기분을 좋게 해주고, 나쁜 말은 가슴에 대못을 박는 법이다. 나쁜 말을 들으면 폭력 당한 듯, 뇌를 병들게 한다. 욕설 자주 한 사람은, 말할 때마다 뇌에 폭력을 가한 것과 같다. 요즘은 너무 자극적인 용어들이 활개를 친다. 저녁은 내가 쏜다. 똥 싸러 간다. 뽕 갔다. 죽여준다. 대가리, 대갈통 등 말이 너무 거칠다. 우리 몸은 피부로 포장되어있다.

그래서 깨끗하고 예쁘고 매력적이다. 모두 착각이다. 만약, 몸 안의 모든 장기 안에 들어있는 똥오줌, 가래, 피고름이 노출되어 있다면 악취가 나고 더러워서 서로 외면하게 될 것이다.

피부가 더러운 것을 모두 감추어 놓았으니, 속지 말자. 즉심시불(卽心是佛)·비심비불(非心非佛)·평상심시도(平常心是道)라, 모두 마음을 시발점 한 심지법문(心地法門)이다. 상대가 나를 괴롭혀도, 마음의 감정을 놓아버리자. 고통과 괴로움도 이 순간 모두 끊어버리자. 인생의 유한성을 알고, 가치 있는 사람으로, 독립적 존재로서 인정받고 살아가자. 날마다 욕하고 싸운 사람의 뇌는 무척 피곤하고, 긴장되어 있으며, 분노로 가득 차 있다. 그러면 온갖 병마가 모여든다. 뇌가 힘든 채로 시간이 가면, 분노 조절이 안 되어 폭력과 심각한 사고를 일으킬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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