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주성-인자무적(仁者無敵)
진주성-인자무적(仁者無敵)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24.01.25 12:43
  •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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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동섭/진주노인대학장
심동섭/진주노인대학장-인자무적(仁者無敵)

맹자(孟子)에 인자무적이라는 말이 있는데, 어진 사람은 누구도 대적할 수 없다는 말이다. 이 말은 우리가 가훈으로 자주 사용하는 구절이다. 인(仁)을 가진 자는 적이 없다는 뜻으로 오역되기도 하는 이 말의 본래 뜻은, ‘인(仁)을 실천하는 사람은 누구도 대적할 자가 없다’는 말이다. 인자(仁者)라고 해서 적이 없을 수 있을까.

그러나 오히려 인자에게도 시기하고 질투하는 적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인자는 배려와 사랑을 실천하는 사람이기에 결국은 어느 누구도 대적할 수 없다는 것이다. 사랑을 베푸는 사람을 이길 수 있는 방법은 아무것도 없기 때문이다.

인(仁)은 동양의 지도자들에게 반드시 요구되는 리더십의 덕목이었다. 공자가 강조한 인의 사상은, 특히 맹자에게 있어서 인을 기반으로 한 사랑의 정치는 무엇보다도 중요한 왕도정치의 기반이었다. 아무리 난세라도 따뜻한 사랑으로 뭉친 조직은 절대로 망하지 않는다. 따뜻한 사랑의 네트워크가 어떤 것보다도 강력한 힘을 발휘하기 때문이다.

인자(仁者)는 인정(仁政)을 베푸는 사람이다. 창덕궁 인정전의 유래이기도 한 인정은 따뜻한 인간애에 기초한 정치를 말한다. 맹자의 인(仁)의 정치는 크게 어려운 것이 아니고 오히려 간단하다.

“형벌을 가볍게 하라. 세금을 적게 걷어 들여라(薄斂)! 기술개발을 통하여 백성들이 쉽게 농사지을 수 있도록 하라(深耕易). 백성들에게 효제충신의 인간 도리를 가르쳐라(修其孝悌忠信).” 이렇게 백성들을 위한 정치를 하면 아무리 강한 무기로 무장한 강대국이 쳐들어온다고 해도 그들의 적수가 되지 못할 것이란 주장이다. 결국 한 조직의 힘은 무기와 자본이 아니라 사람들의 신뢰와 공감대라는 것이다. 신뢰와 공감은 사랑의 실천 속에서 만들어진다.

맹자의 이 철학을 요즘 시대에 적용시킨다면 국가의 권력을 최소화하고 민생안정에 주력하며 나아가 윤리와 도덕을 실천하는 국민들이 있는 나라는 어떤 나라도 대적할 수 없다는 뜻이다. 배려와 사랑이 가득한 인의 정치! 시대와 공간을 초월한 아름다운 정치의 모습이다. 배려로 인생을 사는 사람은 그 누구도 대적할 수 없을 것이다.

근래 한 서원에서 향사(享祀) 진행 중, 선배가 조금 실수한 후배를 여러 사람 앞에서 호되게 질타하여 반감을 사게 한 일이 있었는데, 군주는 백성에게, 스승은 제자에게, 선배는 후배에게, 진정으로 아끼고 사랑으로 가르치려는 마음이 곧 인(仁)을 실천하는 마음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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