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사는 이야기-이 시대의 자만심과 열등감(2)
세상사는 이야기-이 시대의 자만심과 열등감(2)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24.02.04 12:45
  •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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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창동/수필가
김창동/수필가-이 시대의 자만심과 열등감(2)

사대는 결코 올바른 태도라 할 수 없다. 그러나 중국에서 학문을 받아들인 후 우리 선조 들은 그들보다 훨씬 높은 경지의 학문을 이루기도 했고, 예술을 받아들인 후 그들보다 훌륭한 예술품을 만들어 내기도 했다. 열등감에 사로잡힌 사대라면 결코 그런 일을 해낼 수는 없는 것이다. 조공을 바치기는 했어도 정신을 팔아 바친 것은 아니었다. 오히려 그들보다 훨씬 높은 경지의 정신과 문화를 가지려고 노력했다. 그것은 열등감을 가진 민족으로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자부심의 또 다른 모습이다.

그 밖에 달리 우리가 열등감에 빠진 민족이라는 흔적을 찾아볼 수는 없다. 침략을 받으면 분연히 싸워 스스로를 지켰고, 문화적인 자부심으로 일본과 같은 나라에 수준 높은 문화를 전파해 주었다. 그런데 이게 어찌된 일인가. 60~70년대 들어와서 해괴한 소리들을 하는 사람들이 생겨났다. ‘엽전들이 그렇지 뭐’하거나, ‘조선 사람이 별 수 있어’라 하며 스스로를 비하하는 이들이 적지 않았다. 일본 강점기의 영향 때문이었으리라. 일본인들은 어떻게 하든 우리 민족을 비하하려 했다. 강점기를 정당화하기 위해 역사를 왜곡까지 하며 그랬다.

안타까운 것은 그 간교한 일본의 책략에 부화뇌동하는 부끄러운 존재들이 생겨나 자기 비하의 늪에 빠진 것이다. 그 이후로 비뚤어진 정신 구조가 좀처럼 제자리를 찾지 못하고 있다. 강점기 시대에 악의적으로 잘못 뿌려진 씨앗이 자라 스스로를 비하하는 열등 콤플렉스에 빠진 것이다. 우습고 한심스럽다기보다는 통탄스러운 일이다. 열등 콤플렉스에 빠져있는 자들의 자조는 비생산적인 푸념일 뿐이다. 물론 개인이건 민족이건 엄격한 자기비판과 반성을 하지 않으면 발전을 기대할 수 없다. 비판과 반성이 없는 것은 자만심의 발로로 앞날의 희망을 차단하는 것이다. 비생산적인 자조 역시 그것과 마찬가지로 희망이 없다.

그런 사람들은 우리의 장점은 보지 못하고 단점만을 긁어모아 입을 놀린다. 장점은 보이지 않고 단점만 가득 찬 허상, 그 왜곡된 자화상을 끌어안고 있으면서 도대체 무엇을 하겠다는 말인가. 무슨 꿈을 꾸고 어떤 희망을 갖고 살겠다는 말인가. 침략한 자들의 왜곡된 세뇌 교육에서 아직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가. 우리 민족이 지난날 외부에 어떻게 보였는지 보자. 복고(復古) 취미나 좋은 면만을 보려는 또 다른 왜곡으로 치부하지 말자. 우리의 왜곡된 자화상에 낀 때를 벗겨내자는 것이다. 중국의 서적들에 기록된 우리 민족의 모습이었다.

군자의 나라가 동쪽에 있는데, 그들은 서로 사랑하고 다투는 일이 없다. (산해경) 동방은 어진 나라라 군자들이 살고 있는데 예의가 바르고 서로 사양하기를 좋아한다. (산해경) 그들은 서로 칭찬하기를 좋아하며 헐뜯지 않고 이웃이 어려운 일을 당하면 죽을 데라도 뛰어든다. (동방삭신이경) 체격이 크고 용감하며 남의 것을 빼앗는 일이 없으며 밤낮없이 모여 노래 부르기를 좋아한다. (후한서) 그들은 인간성이 곧고 용감하다. (후한서) 그들은 도둑질하는 사람이 없고 집도 문을 잠그지 않으며 부인들은 정조가 강하여 음란하지 않다. (한서)
계속 열거하고 싶을 정도로 기분이 좋은 말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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