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진의 다른 눈으로 세상 읽기-승진과 침대축구
김성진의 다른 눈으로 세상 읽기-승진과 침대축구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24.02.05 10:56
  •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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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진/진주문인협회 회장
김성진/진주문인협회 회장-승진과 침대 축구

아들이 난 화분 하나를 들고 왔다. 동호회에서 승진을 축하하며 보낸 화분이라고 한다. 동기 중에 유일하게 승진했다니 대견하기도 하다. 늦은 나이에 들어간 곳이다 보니 인사권자가 나이를 고려한 모양이다. 아내는 아들이 나보다 낫다고 칭찬이다. 할 말이 없다.

아내의 말처럼 필자는 직장 다닐 때 동기 중에 가장 승진이 늦었다. 능력 부족이 가장 큰 이유였지만, 주관이나 개성을 존중하지 않는 직장 구조가 마음에 들지 않아 업무에 충실하지 않았다. 유별나게 학연·지연 같은 라인이 굳게 형성된 곳이었다. 줄이 없는 사람이 승진하려면 그야말로 극과 극의 두 얼굴을 가져야만 했다.

인성 좋고 능력 있는 선배가 늘 승진에 탈락하고, 라인 좋고 두 얼굴을 가진 후배가 먼저 승진하는 경우가 많았다. 대부분 직장에서 승진 경쟁에 낙오한 사람들은 자연스럽게 도태된다. 라인도 없고 능력도 없고 성격도 강하지 못한 필자는 자연스럽게 승진이 늦어졌다. 생각해 보면 개인의 독창성을 인정하지 않는 회사도 문제였지만, 그런 구조를 바꾸어보려고 노력하지 않은 자신의 탓이 더 컸을 것이다.

다른 이야기지만 지금 아시안컵 축구가 한창이다. 개최국이 중동이다 보니 중동 국가들이 강세를 보인다. 중동 국가의 축구 특징 중 하나로 침대 축구를 꼽는다. 이기고 있을 때 시간을 끌기 위해 다친 척 누워 시간을 끄는 방법이다. 대책으로 추가시간을 충분히 주고 있지만, 중동 국가의 침대 축구는 크게 달라진 것 같지는 않다.

침대 축구는 경기에서 이기기 위해서 펼치는 작전의 하나일 것이다. 스포츠가 무엇이며, 축구가 무엇이던가. 달리고 차고 골을 넣는 축구 본연의 목적과는 달리 어떤 방법이든 이기는 것이 목적일까. 해당 국가의 국민들은 그렇게라도 올라가기를 원하는 것일까. 정의로운 패배보다 비신사적이더라도 승리를 해야 옳은 것일까.

스포츠의 승부처럼 직장에서 희비가 엇갈리는 순간이 있다. 바로 승진을 발표하는 순간이다. 적은 승진 자리를 두고 많은 사람이 경쟁한다. 사람에 따라 인생 최대의 목표로 생각하기도 한다. 그래서 승진을 위해 실적도 쌓고 성과도 올리려고 노력한다. 문제는 노력과 결과에 따른 선의의 경쟁이라면 다행인데, 그렇지 못한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승진을 위해 타인의 노력을 깎아내리거나 소위 라인이라 부르는 파벌로 줄서기도 한다. 위로는 아부로 아래로는 독선으로 자신을 돋보이게 하는 비겁한 행동을 하기도 한다. 본연의 목적과는 다른 플레이지만, 승진에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얼마만큼 노력하고 실적을 올렸냐 하는 것보다 누구와 친하고 승진을 빨리했느냐가 더 중요한 것이 되어버린다.

문득 “어떻게 해야 승진하는지 몰라서가 아니라, 그렇게 해서 승진하고 싶지 않다”는 인성 좋고 실력 있는 한 선배의 말이 생각난다. 스포츠든 직장이든 인정을 받는 일에 인성이나 실력은 낭만에 불과한 것일까. 선배는 상사에게 비위 맞추고, 술 시중들고, 아랫사람을 억압할 시간에 조금 더 나은 일을 해보겠다던 생각이었다. 비록 매번 승진에서 탈락했지만, 나는 그가 싫지 않았다. 그런 낭만이라도 있어야 삭막한 직장에서 숨이라도 트일 것만 같았다. 절이 싫으면 중이 떠나야 하듯, 선배나 필자나 결국 명예롭지 않은 조기 퇴직을 하였지만….

시간을 끌어 승리를 굳히려는 침대 축구는 진정한 실력이 아니기에 장기적으로는 팀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줄서기와 아부로 승진하는 것도 결국은 업무의 효율이 떨어져 직장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좀 더 앞날을 내다보고 비록 우승을 하지 못하더라도, 빠른 승진을 못하더라도 머리와 양심이 허락하지 않는 부끄러운 짓은 하지 않는 것이 옳을 것이다. 침대 축구나 줄서기는 나쁜 것이기 전에 부끄러운 짓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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