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영주 칼럼-꺾이지 않는 코리아
장영주 칼럼-꺾이지 않는 코리아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24.02.05 10:56
  •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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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영주/국학원 상임고문·화가
장영주/국학원 상임고문·화가-꺾이지 않는 코리아

카타르 아시안 컵 대회에서 대한민국 축구대표의 극적인 전개에 아시아는 물론 세계가 놀라고 있다. 아시아의 관중들도 “한국선수들은 숨이 멎을 때까지 뛰는 것 같다.”라면서 찬탄을 금치 못하고 있다. 덕분에 클리스만 감독은 ‘축구감독이 아닌 영화감독’ 이라는 별칭을 얻었다.

축구의 본산인 유럽인들도 아시아 축구를 더 이상 변방의 스포츠라고 폄하하지 않는다. 축구에서는 선수라는 근육도 중요하지만 감독이라는 두뇌의 역할도 막중하다. 2002년 네덜란드 출신의 거스 히딩크 감독이 대한민국 축구를 일깨워 월드컵 4위까지 올라갔다. 히딩크 감독을 도와 코치를 역임한 쌀딩크 박항서 감독이 베트남 축구에 끼친 영향은 절대적이었다.

뒤를 이어 인도네시아의 신태용 감독, 말레시아의 김판곤 감독이 지구를 닮은 둥근 공 하나로 국위선양을 하고 있다. 우리는 차범근 선수를 시작으로 지금은 손흥민, 이강인, 김민재, 황희찬 등의 세계적인 스타플레이어를 보유하고 있다. 근육과 두뇌를 움직이는 것은 뇌 속의 가치관이다. 모두 훌륭하지만 특히 주장 손흥민 선수의 가치관이 나라의 국격을 드높이고 있다.

손흥민과 대표팀은 더 이상 일개 축구 선수들이 아니다. 나라를 위해 마지막 숨까지 바친 DNA를 물려받은 전사들의 후예인 것이다. 누가 결코 꺾이지 않는 나라를 지켜 왔는가? 국수주의에 취하지 말고 우리의 가치관과 국혼의 핵심을 객관적으로 살펴 발전시켜가야 할 때가 왔다.

천 년 전, 당시 세계 최강인 북방 유목국가인 거란(키탄)은 대륙의 주인자리를 놓고 송나라와의 건곤일척을 앞두고 있었다. 최후의 승리를 위해서는 송나라를 존숭 하는 후방의 작은 고려부터 복속시켜야 했다. 거란은 26년 동안 세 번, 학설에 따라서는 6번에 걸쳐 고려를 침공한다. 그때마다 고려의 문무대신과 이름 없이 사라져 간 전사들이 국토와 국체를 지켜왔다. 흥화진에서 고려장군 양규와 김숙흥은 거란군을 무수히 무찌르고 포로가 된 3만 명의 고려 백성을 구한다.

그런 뒤 막강한 전력차이에도 아랑곳없이 거란의 친위정예군을 향해 쳐들어간다. 최후의 최후까지 버틴 양규와 김숙흥은 고슴도치와 같이 화살을 맞은 채 전사한다. 현종과 함께 서희, 양규, 김숙흥, 강감찬, 강민첨 등과 수많은 유, 무명의 민초들의 혼으로 이겨낸 기적 같은 생존의 나날이다. 고려 원정에 실패한 거란은 이때부터 서서히 침몰하기 시작한다. 병자호란 이후 조선은 대대로 조공을 받아오던 여진족의 신하가 되니 겨우 250여 년 만에 뒤바뀐 국운이다.

나라가 거덜 난 임진왜란이 지난 뒤 불과 40여 년 후, 인조의 치욕적인 항복에 이어 조선백성 60여 만 명이 심양과 몽골로 끌려간다. 3백년 뒤, 결국 일본에게 나라를 빼앗기고 다시 독립하지만 6.25 동란으로 허리가 잘려 나갔다. 그럼에도 지금까지 꺾이지 않고 나라를 지켜온 선열들의 국혼은 살아있다. 강대국 거란은 사라졌고 일본은 패전국이 되었으나 고려는 코리아가 되어 세계에 우뚝 서고 있다. 우리 축구는 어쩐지 우리 역사의 압축판처럼 닮아 있다.

한민족 구성원 특유의 자유분방한 신바람성향은 늘 현실 정치를 앞지르고 있다. 정치의 본령인 ‘다스림’이란 ‘다 살림’이라는 거룩한 뜻이다. 우리는 역사의 바다를 항해하는 한 배를 탄 동승자들이다. 분명한 것은 그가 누구이던지 배가 위험에 빠진다면 모두가 끝이라는 사실이다. ‘다 살리기 위하여’ 어떤 핑계, 어떤 힘듦, 어떤 아픔을 넘어 숨이 멎을 때까지 달려야 할 이유이다. 그럴 때 국체와 국혼을 우리 대에서도 오롯이 이어 갈 수 있다. 꺾이지 않는 K-축구가 증명될 때, K-스포츠 역시 K-팝, K-드라마, K-푸드, K-뷰티처럼 한류가 되어 지구촌 평화의 문화적 에너지원이 될 것이다. 코리아라는 선수는 녹색필드 지구 위에서 ‘나와 민족과 인류’를 위해 새로운 기적을 창조할 것이다. 이미 우리는 새로움을 만들어 내는 달인들이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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