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회 시와편견문학상 신미균 시인 수상
제3회 시와편견문학상 신미균 시인 수상
  • 형하선기자
  • 승인 2024.02.15 14:23
  • 9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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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집 ‘길다란 목을 가진 저녁’…세상을 바라보는 유쾌한 시선
▲ 신미균 시인과 시집 ‘길다란 목을 가진 저녁’ 표지. /시와편견
진주에 본사를 두고 있는 시 전문지 계간 ‘시와편견’에서 주최한 제3회 ‘시와편견문학상(상금 1000만원)’ 수상자로 신미균 시인이 결정됐다.

이 상은 지난 5년 사이에 출간된 시집을 대상으로 한다. 수상자를 결정하는 방법은 ‘시를사랑하는사람들 전국모임(시사모)’의 운영위원 45명이 다양한 경로로 추천된 시집에서 1차 50권을 투표로 선정하고, 2차 투표로 20권을 선택한 후, 문학상 운영위원회와 함께 5권으로 압축한 뒤 수상자를 결정하는 독특한 방법으로 심사를 진행하여 시단의 주목을 받고 있다.

이번에 수상 시집으로 결정된 신미균 시인의 시집 ‘길다란 목을 가진 저녁’에 실린 시 중 한편이다.

‘폭탄 돌리기’

심지에 불이 붙은 엄마를/ 큰오빠에게 넘겼습니다// 심지는 사방으로 불꽃을 튀기며/ 맹렬하게 타고 있습니다// 큰오빠는 바로 작은오빠에게/ 넘깁니다/ 작은오빠는 바로 언니에게/ 넘깁니다// 심지가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언니는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나에게 넘깁니다/ 내가 다시 큰오빠에게 넘기려고 하자/ 손사래를 치며 받지 않겠다는 시늉을 합니다/ 작은오빠를 쳐다보자/ 곤란하다는 눈빛을 보냅니다/ 언니는 쳐다보지도 않고/ 딴청을 부립니다// 그사이 심지를 다 태운 불이/ 내 손으로 옮겨붙었습니다/엉겁결에 폭탄을/ 공중으로 던져 버렸습니다// 엄마의 파편이/ 우리 머리 위로/ 분수처럼 쏟아집니다

문학평론가 황정산 교수는 “신미균 시인의 시집 ‘길다란 목을 가진 저녁’은 웃기면서도 슬픈 블랙코미디 같은 시들로 엮여 있다. 그의 시들에는 세상을 바라보는 유쾌한 시선이 들어있다. 하지만 이 명랑한 언어 이면에 감춰진, 세상을 보는 예리한 그의 시선은 독자들에게 웃음과 충격을 동시에 안겨준다. 그래서 쉽게 읽히지만 마냥 쉽게 읽고 웃고 지나칠 수 없는 결코 가볍지 않은 삶의 성찰을 담고 있다. 신선하고 즐거운 언어유희는 이내 우리에게 통렬한 반성을 촉구하고 우리를 부끄럽게 만든다. 이 시집의 가장 큰 특징과 이 시집을 읽는 즐거움은 여기에 있다”라고 평을 했다.

또한 김용길 문학평론가는 “예술에 있어 최고의 미는 백치미라고 한다. 아이가 자연을 바라보는 것과 같이 그냥 순수한 눈으로 바라보는 것이다. 무언가를 잘하려고 꾸미는 것이 아니라 그냥 있는 그대로를 살아가며 노래하는 것, 어찌 보면 쉽고 바보 같아 보이지만 그것이 최고의 경지라고 생각한다. 추사의 서체를 보라. 조화롭지 못하고 허술해 보이지만 천성적으로 순수하여 보는 사람들에게 최고의 미적 영감을 주지 않는가”라며 “신미균 시인의 시를 읽다 보면, 톡톡 튀는 반전과 아이디어에 웃음도 나오고 눈물도 나오고 고개도 끄덕이게 된다, 그래서 시집을 가까이 두고 자꾸 읽게 된다. 그녀의 시는 시원한 바람처럼 상쾌하다. 그리고 사람을 무장해제 시키는 천진한 면이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첫 번째 시집 ‘맨홀과 토마토케첩’부터 ‘웃는 나무’, ‘웃기는 짬뽕’과 요번에 ‘시와편견문학상’을 받는 ‘길다란 목을 가진 저녁’까지 그녀는 일관되게 한목소리를 내고 있다”라는 심사평을 내놓았다.

신미균 시인은 당선 소감에서 “내가 내가, 좀 쉬고 있는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나를 접다가 구기다가 펴다가 흔들다가 찢다가 밟다가 던지다가 버렸다가 도로 주워 깔고 앉다가 태우다가 글쎄, 나는 조각난 종이쪽지, 글쎄 내가 나를 왜 갖고 있는지 모르지만 비행기처럼 접어 멀리 날려버렸다가 심심해지면 나를 좀 만져보면서 위로하면서실눈을 뜨고 좀 자세히 들여다보고 있다. 시원한 산들바람 한 줄기 내 땀방울 한 개 가져다 나뭇가지에 걸쳐 놓는다”라고 밝혔다.

신미균 시인은 1996년 월간‘현대시’를 통해 등단했고 교직에서 퇴직한 후, 시 창작과 후배 시인을 길러내는 일에 매진해 왔다.

한편 ‘시와편견문학상’ 특별상 수상자와 ‘시사모 올해의 시인상’도 함께 발표됐는데 특별상 수상자로는 김 승 시인이, 올해의 시인상에는 최희강 시인이 선정됐다. 시와편견문학상 1회 수상자는 이수익 시인, 2회 수상자는 복효근 시인이었다.

시상식은 오는 3월 9일 오후 2시 시와편견 문화공간(진주시 윙스타워 지식산업센터 소재)에서 갖는다. 형하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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