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 디카시 광장-안과 밖
수요 디카시 광장-안과 밖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24.02.27 11:28
  • 14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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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_ 구수영/시인 디카시_송미경/시인
안과 밖

지친 남자가 앉아 있다
아버지였다가
나였다가
오래도록 흔들리고 있다
당신, 힘을내요당신
곁에 묵묵히 지켜봐 주는 이가 있어요

_송미경

<해설>
안과 밖을 나눌 때 그 경계에는 문이나 벽이 있습니다. 안쪽이 평안함과 보호의 구역이라면 바깥쪽은 부대낌과 견뎌내야 할 곳 같습니다. 얼마 전에 본 넷플릭스 영화 ‘콘크리트 유토피아’도 그렇습니다. 아파트 안쪽이 유토피아로 그려졌다면 바깥쪽은 죽음과 공포의 영역으로 그려졌지요. 이와는 반대로 안쪽이 ‘갇힘’의 이미지라면 밖은 ‘벗어남, 자유’의 이미지가 될 수도 있습니다. 디카시 ‘안과 밖’의 포착 시에는 안쪽에는 싱싱한 스킨답서스가 심어진 화분이 놓여있습니다. 스킨답서스는 온도만 맞으면 거침없이 자라는 식물입니다. 한 마디 뚝 잘라서 물에 잠겨 놓으면 금세 뿌리를 만들어 새 줄기와 푸른 잎이 또 나오지요. 문 바깥쪽 풍경을 볼까?

소주병과 가을의 끝자락으로 보이는 황량한 잡초들이 보입니다. 설명이 없어도 쓸쓸하고 아픕니다. 시인은 그곳에서 아버지와 나를 봅니다. 아버지는 내 아버지이기도 하고 세상의 모든 아버지이기도 합니다. 어쩌면 한때 세상을 이끌어왔던 사람이나 사상思想이 될 수도 있습니다. 나는 누구입니까. 아버지처럼 밖으로 나갈 준비를 마친 사람입니다. 세상에서 꿈을 펼치며 흔들리기도 하겠지만 새로운 세상을 만들어 나갈 것입니다.
시인의 언술처럼 ‘아버지였다가 나였다가’ 온도 차는 있지만, 안과 밖은 모두 우리가 살아가는 공간입니다. 처음부터 아버지로 태어난 사람이 없듯이 처음부터 유토피아였던 공간도 없습니다. 안이 따뜻하다고 안에서만 살 수 없고 밖이 자유롭다고 밖에만 살 수 있을까요? 안과 밖이 서로 버팀목이 되어 더불어 살아가는 일. 누가 할까요? 꽃보다 아름다운 바로 당신과 내가 해야지요.

글_구수영/시인

송미경 시인
* 시사모. 한국디카시학회 회원
* 2018년 ‘시와문화’시 등단
* 물앙금시문학회 회원
* 서양화가

구수영 시인
* 2018 계간 ‘시와편견’ 등단
* 시집 ‘나무는 하느님이다’, ‘흙의 연대기’ 출간
* 시집 ‘붉은 하늘’ 외 공저
* ‘제1회 한국자유문학상’, ‘시와편견 올해의 작품상’ 등 수상
* 시를사랑하는 사람들 전국모임, 한국디카시학회 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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