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주성- 경칩(驚蟄)과 개구리
진주성- 경칩(驚蟄)과 개구리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24.03.03 15:54
  •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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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봉 대종사/진주 여래사 주지·전 진주사암연합회 회장
동봉 대종사/진주 여래사 주지·전 진주사암연합회 회장-경칩(驚蟄)과 개구리

우수(雨水)가 지난지가 보름여가 흐르고 경칩(驚蟄)이 내일(3월5일)이지만 우리 곁으로 오던 봄은 다시 저편으로 달아나는 것 같다. 시기적으로는 벌써 봄이 왔건만은 아직도 아침 저녁으로 날씨가 영하를 기록하면서 꽃샘추위가 계속되고 있어 몸과 마음이 움츠러들고 있다. 매화와 산수유가 활짝 피었지만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이 따로 없다.

경칩은 한자풀이말 그대로 벌레들이 놀라 깨어난다는 뜻을 담고 있다. 경칩에는 만물이 겨울잠에서 깨어나는 시기로 기온은 날마다 상승하며 마침내 봄으로 향하게 된다. 옛사람들은 경칩 무렵에 첫 번째 천둥이 치고, 그 소리를 들은 벌레들이 땅에서 나온다고 생각했다. 동면하던 동물은 음력 정월에 활동하기 시작하는데, 절기로는 경칩에 해당한다.

조선시대 왕실에서는 왕이 농사의 본을 보이는 적전(籍田)을 경칩 무렵에 했으며, 경칩 이후에는 갓 나온 벌레 또는 갓 자라는 풀을 상하지 않도록 하기 위하여 불을 놓지 말라는 금령(禁令)을 내리기도 했다.

경칩이 지나면 대동강물이 풀린다고 하여 봄을 느끼게 된다. 초목의 싹이 돋아나고 동면하던 벌레들도 땅속에서 나온다고 믿는다. 경칩에 농촌에서는 산이나 논의 물이 괸 곳을 찾아다니며, 몸이 건강해지기를 바라면서 개구리 알을 건져다 먹는 풍습이 있었다고 한다. 또 경칩에 흙일을 하면 탈이 없다고 하여 벽을 바르거나 담을 쌓기도 한다. 특히 빈대가 없어진다고 하여 일부러 흙벽을 바르기도 한다.

경칩에 떠올리게 되는 동물은 앞서 언급한 개구리이다. 경칩과 함께 겨울잠에서 깨어난다는 개구리는 우리 생활과 밀접한 동물도 없을 듯 싶다. 우물안 개구리, 청개구리 심보, 올챙이적 생각 못한다는 등의 자주 인용되는 말만봐도 그러하다. 우리 선조들은 개구리의 울음소리를 좋아해 사랑채에서 개구리를 길렀다고 한다.

경칩에는 고로쇠나무를 베어 그 수액을 마시는데, 위장병이나 속병에 효과가 있다고 한다. 특히 산청과 하동의 지리산에서 채취한 고로쇠 수액은 유명한데 산청에서는 지난달 25일부터 고로쇠축제를 열고 있는 중이다. 꽃샘추위가 아무리 시샘을 부려도 계절의 순리를 거스를 수는 없는 법이다. 매화와 산수유가 피어났고, 곧 개나리와 진달래도 피어날 것이다. 연이어 벚꽃과 목련도 화려한 자태를 뽐내기 시작할 것이다. 경칩이 지나면서 그렇게 봄은 서서히 우리 곁에 자리하고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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