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언-의대 증설과 관련된 문제점을 생각하면서
제언-의대 증설과 관련된 문제점을 생각하면서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24.03.05 17:16
  •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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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하/시인·문학 평론가
이창하/시인·문학 평론가-의대 증설과 관련된 문제점을 생각하면서

정부 여당에서 내년부터 의대 증원을 현재 3800여 명에서 2000명을 더 증설한다고 한다. 우리나라는 다른 선진국에 비해 의사 수가 적다는 이야기를 얼핏 들은 바가 있어 소시민의 관점에서 긍정적이라 생각할 수 있다. 어쨌든 다수의 국민이 양질의 의료 혜택을 받을 수 있다면 좋은 일이 아닐까 생각한다.

하지만 일각에서 몇 가지 사례를 통해 우려할 만한 바가 있으며 그 문제에 대해서도 또한, 충분히 공감하고 있다. 최근 나라 경제는 물론 국제적으로 어려운 문제가 되어 시름이 더해지고 있다. 이 문제는 의대 증설 문제와도 크게 연관되어 있다는 것이 사실이다.

최근 의대 증설 소식에 편승하여 이미 지원한 이공계 학생 중에는 의대 입학을 위해서 자퇴서를 내거나 소위 반수라는 이름으로 학업을 중도에 포기하거나 휴학계를 내는 학생이 많이 늘어났다고 한다. 실로 국가의 앞날을 생각해 보면 걱정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이공계의 붕괴가 눈에 보이는데, 국가에서는 이 문제를 어떻게 생각하고 있으며 대책은 수립하고 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최근 산업 현장의 여러 부분에서 경쟁국들의 추격이 만만치 않은 상황이라 더욱 걱정스럽다.

또한 의사 문제는 대부분 농어촌에서 일어나는 현상이다. 대도시나 수도권에서는 오히려 의사 수가 몰리고 있어서 일부 병의원에서는 과열 영업 현상까지 일어나고 있다는 기사뿐 아니라 일부에서는 영업상의 경쟁으로 불법 의술이 성행하고 있다는 이야기까지 들은 적이 있다. 이 점을 당국에서는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매우 걱정스럽다.

아울러 지금은 농촌 의료문제가 매우 어렵다고 하지만 농어촌 인구가 급격하게 줄어들고 있는 우리 사회의 상황에서 아무리 의대를 증설한다고 하더라도 어느 의사가 시골로 돌아오겠는가. 꼭 농어촌 지역의 인구수에 비해 의사 수가 부족하다면, 우선 신설되는 의대에 지역 의사제를 도입하여 이 의대를 졸업하게 되면 해당 지역에서만 근무할 수 있도록 하는 의료제를 만들거나 하다못해 일정 기간만이라도 해당 지역에서 근무해야 한다는 단서를 반드시 마련해 줄 필요가 있다.

그렇게라도 해서 의대 증설 문제에 대한 부작용을 최소화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발등의 문제를 가지고 임기응변식으로 대처한다면 머지않아 다시 새로운 문제가 발생할 수 있음을 생각해 봐야 할 것이다. 부디 당국에서는 이처럼 대규모의 의대 증설은 문제에 대해서 다양한 검토 끝에 신중하게 판단해 줄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필자 역시 농촌에 거주하고 있어서 누구보다 농촌 의료 시설이 열악하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하지만, 의대 증설이 농촌 의료문제의 해결점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훌륭한 인재가 의대를 졸업한다고 해서 그들이 꼭 농촌에 들어와서 의료 활동을 하리라는 보장이 없기 때문이다. 오히려 양적 증설은 질적 하락이 염려스러울 수도 있다.

따라서 대규모의 의대 증설은 심각하게 고려해 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아울러 의대 증설을 꼭 해야 한다면 우선 지역 근무제와 같거나 비슷한 제도를 마련하여 근본적인 해결점을 찾을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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