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민칼럼-사기공화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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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24.03.06 13:27
  •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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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희지/지리산문화예술학교(지리산행복학교) 교무처장
신희지/지리산문화예술학교(지리산행복학교) 교무처장-사기공화국

우리가 사는 자본주의사회에서 가장 큰 가치는 ‘돈’이다. 돈 때문에 살고 돈 때문에 죽는다. 징글징글하고 화가 나지만 엄연한 현실이다. ‘돈’은 가장 큰 권력이고 무기가 된지 오래다. 그런 사회에서 가장 큰 적은 누구인가? 돈을 빼앗아 가는 자다. 일명 ‘사기꾼’이다.

우리나라 사기 범죄 양형기준에 의하면 사기 피해액이 1억 원 미만이면 6월에서 1년 6월, 1억 원 이상 5억 원 미만이면 1년에서 4년, 5억 원 이상 50억 원 미만이면 3년에서 6년, 50억 원 이상, 300억 원 미만이면 5년에서 8년, 300억 원 이상이면 6년에서 10년이 기본이다. 감경되면 그 형량의 절반쯤 살고 가중되면 그 형량에서 20%쯤 늘어난다. 교도소에 들어온 자들 중에 재벌을 제외하면 이들이 가장 년봉이 높다. 300억쯤 사기를 쳤다고 치자, 전과 없고 변호사 잘 쓰면 3년 받는다. 년봉 100억인 셈이다.

교도소를 재소자들끼리는 ‘학교’라고 한다. 왜 그렇게 말하는지 아시는가? 수감되어 가면 그곳에서 자기가 지은 죄를 뉘우치기보다 학습이 되어 나오기 때문이다. 걸리지 않는 방법, 좀 더 교묘하게 사기 치는 방법, 감경 받는 법을 배운다.

지난해 전세사기가 여기저기서 터져 나왔다. 사회적으로 워낙 큰 이슈가 되다보니 그나마 최대형량을 선고하는 모양인데 사람들이 여러 명이나 죽어 나가고 수백 명의 사람들이 사기를 당해도 사기죄의 경우, 최대 형량이 우리나라에서는 15년이다. 그나마 교도소에 들어가 모범수로 지내면 또 형량이 줄어든다. 나와서 사기 친 돈 써야 하니 교도소에서 대체로 잘 지낸다고 한다.

우리나라는 사기에 대하여 참 관대한 나라다. 사기의 종류도 각양각색이다. 보이스피싱은 전 세계적으로도 유명하다. SNS를 활용한 사기도 극성이다. 사기를 당하면 어찌된 게 당한 사람을 바보로 모는 사회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돈’이 주인이신데 그 ‘돈’을 벌게 해주겠다고 나오면 누군들 당하지 않겠는가!

우스갯소리로 그런 말을 한 적이 있다. 누군가 우리처럼 가난한 예술가부부에게 접근해 선물보따리를 풀고 작품도 몇 점 사주면 대번 그를 훌륭한 사람으로 주변에 소개할지도 모르겠다고 그러면 가난하지만 인간적인 유대관계가 좋은 우리를 발판 삼아 주변에 조금씩 사기를 치면 어떻게 될까? 생각만 해도 끔직한 일이지만 일어나지 말라는 보장도 없으니 사람 조심해야겠다고, 듣고 있던 이가 걱정 말라며 사기꾼들도 사람 봐가면서 한다고 유유상종으로 어울리니 우리 주변에 뭐 그리 사기 칠만 한 자산가들이 있겠느냐며 가난이 도리어 위로가 되어 웃은 적이 있다.

하지만 아무것이 없어도 사기를 당할 수 있다. 특히 신용불량자가 아니면 명의만 가져다 차를 사서 하루 만에 팔아 할부금을 빚으로 남기는 사기도 있고 서너 개의 비싼 휴대폰을 개통해서 용돈이 필요한 어린 학생들을 울리는 사기도 있다.

얼마나 사기의 종류가 많은지 이루 다 말할 수가 없다. 근래 아들이 사기를 당해서 알아보니 가까운 이들 가족에게도 우리와 같은 일이 많다는 것에 놀랐다. 지식이 많고 적고 학벌이나 지위와도 관계없이 사기가 횡횡한 사회에서 살고 있다.

허위의 사실을 말하고 진실을 은폐함으로 상대방을 착오에 빠트리는 모든 기망 행위에 대하여 법이 현실적으로 대처해 주었으면 좋겠다. 미국처럼 별개로 구형하여 합산한 후 죄과를 치르도록 해주기 바란다. 백년, 이백년 선고하여 교도소에서 나오지 못하게 하면 나와서 돈 쓸 생각에 그깟 몇 년 교도소에서 건강 관리하다 나온다는 헛생각은 하지 않을 것이다.

하기야, 뭐 멀리 볼 것 있는가! 정치권 사기는 이보다 더 많다. 선거 때면 공약 난발, 지역마다 당장에 숙원사업이 다 풀릴 것처럼 말한다. 사기로 시작한 이력이 거듭되어 어느 날 움직일 수 없는 권력자가 된 경우도 더러 본다. 1,2억 사기 치면 사기꾼이지만 수백억 사기 치면 사업가가 되는 세상이다. 참 개탄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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